'서금회 vs 모피아' 금융권 서바이벌 막전막후

MB 사람들-GH 사람들 ‘힘겨루기’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금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신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모피아'는 찬밥신세다. 언제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려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동문 75학번 7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1년 20∼30명 수준이던 서금회 멤버는 2012년 대선 직전 300여명까지 늘어났다. 멤버 대부분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학번의 서강대 출신 팀장급 이상 인사들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되어 있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강대 대표 동문 모임이다.

관피아 척결?
신 관치시대!

서강대는 박 대통령이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학교에 방문하는 등 인지도가 급성장했으며 니는 서강대가 명실상부한 명문대 대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했고, 이는 '서강학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대'를 구성해 왔다.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의 박 대통령은 당시 서병수 의원(경제학과 71학번, 현 부산시장)과 배성례 대변인(영문학과 78학번),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경제학과 66학번),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신문방송학과 77학번), 조인근 대선본부 메시지팀장(국문학과 82학번) 등 서강대 학부 출신 인사들을 선거 캠프로 불러들였다.

대학원이나 교수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포진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1973∼1988 경제학과 교수)과 김태흠 의원(공공정책 대학원 석사), 전하진 의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 그들이다.


사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서금회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정권 중반이자 연말 인사시즌인 올해 말부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수학과 67학번이다. 2001년에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서강금융인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순우 연임 포기, 서금회로 우회 압박?
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도인선 개입 논란

정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 71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를 수료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사장과 함께 코스콤 사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김철규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도 서강대 71학번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현재 서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학과 76학번이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정치외교학과 75학번)이다. 현재 서금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는 사학과 81학번이다.

서금회 멤버가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이번에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두는 등 민영화 작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행장이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 출신인데다가 서금회 핵심 멤버라 정부가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의지 강하더니
돌연 포기 왜?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인사철마다 산은지주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같았다. 특히 산은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홍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서금회 소속은 아니지만 서강대 인맥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학과 76학번)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 77학번),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경영학과 74학번),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경영학과 81학번),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무역학과 76학번) 등 5명은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을 아우르고 있다.

은행, 증권 및 카드 업계에는 이강행 한국투자증권부사장(경제학과 79학번)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학과 76학번),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학과 76학번),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경제학과 76학번),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대표(경영학과 84학번), 정은영 HSBC은행 기업부문 대표(경영학과 83학번),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 75학번)등 이 있다.

서금회가 뭐길래
본인들은 "몰라"

이들 중 채우석 부행장, 김병헌 대표, 이정철 대표 등은 서금회의 하부 모임인 서강금융포럼의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학과 71학번)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다.

기존 금융권을 호령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재무부의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 수장 자리에서 모피아는 사라졌다. 남아 있는 모피아 인사들은 물밑들이 밀고 들어오는 서금회에 맞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시대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8회)이 산은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다. 강 전 회장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재무부 3대 요직인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했고 현업에 종사했던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연임이 예정되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행시 21회)도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행시 23회)도 퇴임했다. 윤 전 행장은 1978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난 후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 후임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치명타'는 임영록 전 KB금융회장(행시 20회)이 날렸다. KB금융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인해 임 전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경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모피아 줄줄이 퇴진
금융권 전반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

지난해 8월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행시 9회)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를 역임했다. 후임에는 김한철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새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과 통합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행시 16회)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빈자리는 진웅섭 사장이 채워 일해 왔지만 진 사장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에서도 모피아의 퇴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임기가 만료된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후임에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관피아' 척결 움직임 덕에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이 신임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1년간 이어진 회장 인선 절차기간에는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손보협을 이끌어 왔다.

앞선 지난해 4월 역시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행시 22회로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김근수 회장 역시 행시 2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김병기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6회)은 임기만료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월 퇴임했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신임 사장 자리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꿰찼다.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행시 17회)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바 있다. 고위직에서 퇴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행시 15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이달 임기 만료됐으며 후임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남아있는 모피아 출신 금융권 인사 중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사가 임종룡 HN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채과장,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지휘봉을 잡은 뒤 사외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들로 채워 넣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씨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씨,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국환씨,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여성부 차관·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정택씨가 그들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서강 인맥 급상승

지난해 6월 선출된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최규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융실명제 실시작업반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서기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 행정관을 지낸 후 기획재정부에서 회계결산심의관과  국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전임자인 주용식 전 회장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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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