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도 도전! '해외직구법' 공개

외국몰 쇼핑…못하면 바보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바야흐로 해외직구 시대다. 2009년 1억6700만달러 수준이던 해외직구 규모는 지난해 10억4000만달러가 거래돼 5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기 비결은 단 하나,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비다가는 '피'보기 십상이다. 관세와 배송료 때문에 오히려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해외직구에 도전해 봤다.

해외직구 최대 시장인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구매 활동이 이뤄지는 11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부르는 말이다.

영어가 문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하지만 무턱대고 해외직구에 발을 들이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품목별, 무게별, 부피별로 관세와 배송료가 천지차이 인데다가 배송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날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 상자가 지구 어딘가에서 '미아'로 떠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울렁증도 문제다.

'내가 살려고 하는 물건이 이게 맞는지' '어디에 언제 어떻게 도착하는지'알쏭달쏭하다. 물론 배송 대행업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물건 값과 관세, 배송료 외에도 수수료를 물어야 해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약점이 있고, 해외 직구 대행을 명목으로 한 사기로 한몫 챙기려는 '사냥꾼'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주위에 "질 좋은 물건을 엄청 싸게 샀다"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그래서 <일요시사>가 해외직구에 도전해봤다.


'구매→국내 배송→집으로 배달' 과정을 거치는 국내 온라인 쇼핑과 달리 해외직구는 '구매→미국 내 주소로 배송→국제배송→세관→국내배송→집으로 배달'과정을 거친다. 미국 내 주소로 배송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미국 쇼핑몰 중 한국으로 직접 배송을 해주는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배송대행지'다. 배송대행지 또는 줄여서 배대지는 우리가 미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해 미리 만들어 놓은 미국 주소로 배송을 요청하면, 이를 대신 받아 한국까지 보내주는 업체의 주소를 말한다.

미국에 가족이나 친구가 살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은 미국 내 주소가 없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배송을 받을 주소를 적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 배대지 주소를 적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A사에서 M사의 휴대용 변기커버를 직구해보기로 했다. 배대지 업체는 I사로 정했다. 이 휴대용 변기커버는 성인용 변기에 간편하게 끼워 사용할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온라인마켓에서 약 2만원에 팔리고 있으나 품절인 경우가 많아 중고 시장이 아니면 구하기 힘들다.

A사 가입은 어렵지 않았다. 영문 이름과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를 기입하니 가입이 완료됐다. 휴대용 변기커버 제품명을 검색해 들어가니 제품 사진과 함께 제품 설명, 가격이 나왔다. 제품 가격은 8.98달러. 'Add to Cart'를 눌러 장바구니에 담고 'Preceed to checkout'을 클릭해 결제를 진행했다.

가입→주문→배송대행신청 "생각보다 쉽네"
가격 천차만별…싸게 사려다 사기피해 급증

이제부터 필요한 게 배대지다. I사 사이트로 이동해 회원가입을 완료하니 '나의 해외 주소' 즉 배대지 5곳이 주어졌다. CA(미국 캘리포니아 주), OR(미국 오레곤 주), NJ(미국 뉴저지 주), OS(일본), SH(중국) 등이다. 배송료는 배대지나 배송날짜, 물건의 무게·부피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당시 가장 저렴했던 미국 오레곤 주의 주소를 A사 결제 진행 전 배송지 주소를 입력하는 란에 입력했다.


국내 배대지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국 쇼핑몰 대부분의 결제 진행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직구에 능통한 누리꾼들도 블로그나 카페에 직구방법을 공유하고 있어 이를 참고하면 'abcd'를 몰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배송지 주소 입력이 끝나자 결제창이 등장했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로 결제를 했다. 결제는 달러로 진행해야한다. 해외쇼핑몰에서 직구 시 한화단위로 결제를 하게 되면 이중수수료를 부과 받기 때문이다.

물건 주문은 완료된 상황. 배송대행 신청을 위해 I사 사이트로 이동했다. 안내에 따라 배송대행 신청서를 작성했다. 주문번호, 쇼핑몰 주소, 상품명, 판매자, 총 구매 비용을 입력하고 한국에서 물건을 받을 주소까지 입력을 완료했다. "배송신청서 등록이 완료됐다"며 "해당 쇼핑몰에서 트래킹번호를 받으면 등록해 달라"는 알림이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주문한 상품이 발송되면 받게 되는 이메일을 기다리는 동안 일주일이 흘렀다. 마침내 '배송이 시작됐다'는 이메일과 함께 '트래킹넘버'가 확인됐다. 트래킹넘버는 미국 내 배송상황을 조회할 수 있는 번호다. 국내 택배사들의 '운송장 번호'와 비슷한 개념이다.

트래킹넘버를 I사 사이트에 들어가 입력했다. 약 3일 뒤 I사로부터 '배송신청한 물건이 미국 내 주소에 도착했다'며 배송비를 결제하라는 알림이 왔다. 배송비는 할인 전 기준으로 12.8달러. 1만3000원가량이다. 6일 뒤 마침내 휴대용 변기커버가 집에 도착했다. 최초 구입부터 최종 도착까지 16일 만에 마무리 됐다.물건 값과 배송료는 모두 21.78달러. 여기서 I사 회원가입 감사 쿠폰 1달러와 회원등급 할인 0.13달러 등이 할인돼 총 비용은 20.65달러, 약 2만2300원이 들었다.

부피 줄여야

해외 배송시에는 물건의 실제 무게보다 '부피무게'가 크면 부피무게가 적용된다. 부피무게의 단위는 ‘lb.’ 포장 상태를 기준으로 가로(inch) X 세로(inch) X 높이(inch)를 166으로 나눠 계산한다. 휴대용 변기커버의 부피무게는 2lb(약 900g), 실제 무게는 약 500g으로 부피무게가 적용됐다.

무게는 가볍지만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대형 장난감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어 안전을 위해 포장 보조재료가 많이 들어가 박스가 커질 경우, 배송비 폭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해외 물품 구매 시 납부하는 세금인 관부가세(관세+부가세) 적용여부도 꼭 확인해야 한다. 물품 가격이 15만원 이하일 경우 면세, 15만원을 넘으면 관부가세가 부과되는 '일반통관'이 적용된다. 다만 의류, 신발, 서적, DVD, CD 등의 품목일 경우 물품 가격이 200달러 이하인 경우 면세, 200달러를 넘으면 관부가세가 부과되는 '목록통관'을 적용 받는다. 일반통관, 목록통관 제품목록은 각각의 배대지 업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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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