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유흥비 마련 위해 납치극 벌인 이복형제
“형제는 용감했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30대 여성을 협박해 돈을 빼앗고 살해하려 한 이복형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도·강간·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오모(28)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은 지난달 16일 오전 10시쯤 대전 유성구의 한 빌라 앞에서 출근하려고 나오는 김모(36·여)씨를 협박해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현금 1000여만원을 빼앗고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오씨는 유흥비를 마련하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평소 돈이 많기로 소문난 김씨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이복동생과 중학교 동창까지 끌어들여 사전에 범행도구를 마련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살해하기로 계획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목을 조른 뒤 김씨가 숨을 쉬지 않자 사망한 것으로 보고 달아났으나 김씨는 다행히 가까스로 깨어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이밖에도 자신들이 일했던 업소 등에서 돈을 빼앗았으며 이후 또 다른 범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으나 이들을 추적해온 경찰에게 검거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거녀 결별요구에 목숨 끊은 40대
“헤어질 바에야 죽어버릴 거야”

동거녀의 결별요구를 받은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35분쯤 충북 청주의 한 주택 2층 방에서 A(46)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거녀 B(43·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서 B씨는 “27일 밤 10시쯤 집에 들어 온 A씨와 다투고 집을 나가 찜질방에서 자고 들어와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확인해 보니 A씨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얼마 전부터 돈 문제로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B씨에게 A씨가 ‘헤어지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했다는 B씨의 말을 토대로 A씨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공문서위조로 보조금 챙긴 일당
가짜 문서로 국가보조금 ‘꿀꺽’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허위로 공문서를 꾸며 친환경 농업지구 조성사업 보조금을 받아 챙긴 농업작목반 회원 A(45)씨 등 5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 모 군청 7급 공무원 B(31)씨 등 2명도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농업작목반 회원인 A씨 등 5명은 지난해 친환경 농업지구 조성사업에 참가해 실제 구입하지도 않은 미생물 배양기 등 농기계를 마치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모두 3차례에 걸쳐 국가보조금 2114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B씨 등 공무원 2명은 보조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며 세금계산서 등 B씨 등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농업작목반 회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돈이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1백억원대 마카오 원정도박단
“카지노 사업에 투자한번 해봐”

부유층에게 카지노 사업 투자 유치를 핑계로 접근한 뒤 마카오로 유인해 해외 원정도박에 빠지게 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카지노 알선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외사수사대는 마카오 카지노업자와 계약을 맺고 한국인 중소기업 대표나 자영업자 등을 카지노로 유인해 거액의 도박을 하도록 한 혐의로 권모(45)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권씨 일당은 강원랜드나 제주도 호텔 카지노의 딜러, 또는 간부출신들로 마카오 카지노 업자와 한국인 고객 유치 계약을 맺고 이른바 ‘롤링 에이전트’로 일하며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 등은 자신들이 유치한 고객의 도박 환전액 중 1%를 수수료로 받아왔으며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직접 들어와 중소기업 사장이나 대형 식당 업주 등 부유층을 유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2008년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에는 강모(47)씨 등 20명에게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 형태 중 하나인 ‘정켓라이센스’에 투자하면 고액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인 뒤, 현지 시찰 명분으로 현지에 데려가 도박에 빠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홍콩 카지노업계는 한국인 부유층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국내 유명 카지노 판촉담당자와 딜러를 에이전트 등으로 영입하고 있으며 이들 한국인 에이전트와 직원들은 항공권과 호텔 예약에서부터 고급차량과 통역서비스까지 제공, VIP 회원으로 대우하며 국내 부유층들을 해외 원정도박판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거액을 날린 도박 참가자들도 단순히 투자 권유에 속았다기보다는 이를 핑계로 원정도박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강씨 등 20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불법 환치기를 통해 현지에서 도박자금을 조달해준 환치기 업자와 통장 대여자 15명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거래한 환치기 계좌 5개에만 무려 100억원대의 외화가 불법 거래됐으며 이 자금이 대부분 해외 원정도박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마카오 등지에 불법체류하며 국내 부유층을 유인해 원정도박을 알선하고 있는 또 다른 한국인 카지노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성매매 단속 피하려던 40대 추락사
단속 피하려다 ‘비명횡사’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려고 건물 4층 창틀에 매달렸던 40대 남성이 결국 떨어져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 서초동 서이지구대 부근 안마시술소 옆 길바닥에 회사원 김모(49)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업소 종업원이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했으나 병원 이송 중 숨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이 안마시술소가 성매매를 한다는 첩보에 따라 단속 중이었고 김씨가 이 업소 가운을 입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종업원을 추궁한 끝에 김씨가 안마시술소에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김씨가 있었던 안마시술소 건물 4층 방에 작은 미닫이 창문이 있고 창틀에서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자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장난전화 내용 팬카페 올린 10대
“나 모 부대 작전장교야”

군부대 등에 장난전화를 하고 그 통화내용을 녹취해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상습적으로 올린 고교생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장교행세를 하며 특정부대 사단장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내용을 몰래 녹취해 녹취내용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팬카페에 음성파일로 올린 고교생 A(17)군을 인터넷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최근 육군 한 사단장실로 전화를 걸어 “나는 모 부대 작전장교인데 우리 부대에서 초코파이를 훔쳐갔느냐”며 장난전화를 한 후, 통화내용을 음성파일로 인터넷 팬카페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군은 종교단체에도 장난전화를 건 뒤 “특정종교를 믿어라”고 말하는 내용을 비롯, 병원 등에도 전화를 건 내용을 음성파일로 올리는 등 총 33차례에 걸친 장난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경찰에서 “인터넷 팬카페의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장난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 앞세운 ‘꽃뱀’조직 덜미
“원조교제 신고 안당하려면 돈 내놔”

미성년자를 앞세워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수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엄마와 오빠로 위장, 금품을 갈취한 ‘꽃뱀’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일당 중 한명은 자신의 어머니까지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미성년자를 이용해 성매수자를 모텔로 유인한 뒤 가족이라며 신고하겠다고 위협해 돈을 뜯어낸 혐의(특수강도)로 이모(33)씨를 구속하고 이씨의 어머니 조모(52)씨와 심모(17)양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자지간인 이씨와 조씨 등은 지난달 19일 오전 0시30분쯤 심양 등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최모(27)씨를 강릉시 모 모텔로 유인한 뒤 성관계를 갖기 직전 심양의 보호자 행세를 하며 현장을 덮쳐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수원, 강원 등지를 돌며 26명의 성매수 남성으로부터 3040여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씨 등은 범행 전 각자 역할을 맡았다. 채팅으로 성매수 남성을 유혹하는 ‘채팅녀’, ‘인출책’, 또 다른 10대 청소년은 ‘형사’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이씨는 성매수남을 효과적으로 협박하기 위해 청소년의 부모 역할을 할 사람을 내세우기로 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범행에 끌어들였으며, 조씨도 아들의 범행을 만류하지 않은 채 수 차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자신과 동거를 하던 심양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채팅녀 역할을 시켰고 이들 청소년에게는 간간이 2만~3만원씩의 용돈만 주고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룸촌 돌며 여성 속옷 훔친 절도범
성욕 채우려다 그만…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속옷을 훔쳐온 혐의(특수강도 등)로 전모(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15분쯤 광주 광산구 김모(23.여)씨의 원룸에 침입해 김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귀금속과 김씨의 속옷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지난 3개월 동안 월계동 원룸촌 등을 돌며 여성용 속옷 30여점과 1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온 것으로 조사됐다.전씨는 경찰에서 “성적인 결함이 있어 성욕을 대리 충족하기 위해 여성 속옷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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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