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정국이 진정세로 돌아선 가운데 검찰 핵폭탄 이후 또 하나의 ‘뇌관’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바로 그것. 청와대에서는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 때문에 전용기 도입 여부를 놓고 정치권은 긴박한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경제 위기’와 ‘특별기 도입’. 서로 상반되는 내용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9월 경제 위기설 등이 나오더라도 특별기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대통령 전용기는 20년 이상 된 노후기종이다”며 “기본적으로 전용기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 하에 이번 정기국회에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면 대치 중
이어 그는 “새 전용기를 도입해도 2012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6개월밖에 사용 못한다”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지난 1985년 도입된 기종으로 탑승인원이 40명에 불과하다. 수백명의 정부관계자 및 취재진이 동행하는 해외 순방 때마다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 항공으로부터 민간 항공기를 빌려 일일이 개조한 뒤 사용해왔던 것. 더욱이 전세기를 한번 빌리는 데 15억원 넘는 전세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특별기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에서는 결사반대 입장이다. 경제 위기설 등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굳이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현대 건설 사장 등을 지내온 만큼 이번에도 ‘황제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별기 도입 여부를 놓고 쓸데없는 곳에 또 다시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특별기 도입에 ‘전의’를 불태우며 ‘작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염려하고 있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독단적인 행동’과 ‘황제본색’ 등을 드러내며 민주당을 너무 ‘자극’한 것이 한 요인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에서 기본적으로 해외 방문시 개조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항공사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승무원 등을 배치시켜주고 있다”며 “특별기를 도입하는 데 무려 3백억원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다.
실제로 9월 경제 위기설 등으로 국가 전반에 걸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민간항공기 등에서 특별기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항공사 측에 따르면 수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입할 명분이 약하다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
이런 까닭에 특별기 도입 논란으로 정치권은 또 한바탕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우려 섞인 분위기다.
특히 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통해 끝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나 민주당 중 한 군데는 흠집은 물론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우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쇠고기 정국, 검찰 수사로 인한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 등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기 도입’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또한 이 대통령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특별기 도입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을 수 있다”며 “특별기 도입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칫 이 대통령은 국민들뿐 아니라 여야간의 전쟁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당 땐 ‘노’ 여당 땐 ‘예스’
이처럼 대통령 특별기 도입 여부를 놓고 ‘황제 본색’을 드러내 정치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전용기 도입이 무산돼 마찰을 빚었던 것처럼 또 다시 정치권이 같은 문제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