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향한 잰걸음 "활발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그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여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계파정치를 탈피하려는 의지를 표면화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친박근혜계 인사는 물론 친이명박계와 중립계 인사 등과도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당내 중도성향 초선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엔 여의도 모 식당에서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윤석용 등 4명의 서울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당내현안들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이 자리는 당초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주장한 권영진 의원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김선동 의원을 제외한 인사들은 중립 내지 친이로 분류되는 인사들인 만큼 박 전 대표가 계파를 탈피, 정치보폭을 넓히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박근혜, 활동 폭 넓히는 행보
‘친이· 중립계’인사 잇따른 회동
특히 박 전 대표는 3개월여 공전 끝에 원구성이 이뤄진 이후에 김세연, 장제원, 현기환 의원 등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중립성향 초선의원들을 비공개로 회동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방법은 주로 초선 의원들이 먼저 “한번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다.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초선 의원들은 박 전 대표를 만난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당내 차기 대권 주자 중 가장 인지도가 높고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군 중 하나라는 점과 당내에서 가장 큰 조직과 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에선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온 박 전 대표의 최근 이 같은 물밑행보는 ‘복당녀’ 논란 등으로 상징되는 기존 계파의 수장보다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계파이외의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한 정가 관계자는 “친박진영 내부는 이미 더 손댈 필요가 없이 공고한 만큼 박 전 대표에게 시급한 것은 결국 외연확대 아니냐”며 박 전 대표가 차기대권을 향한 차분한 행보를 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내부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위주로 중도나 친이계 중 주변부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과정이 지금부터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먼저 연락하기보다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청 받은 다음 약속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 무소속연대를 기반으로 복당이후 김세연, 장제원, 현기환 의원 등이 가세한 여의포럼 정기모임에도 최근에만 두세 차례나 방문했다.
심지어 지난달 26일에는 선약이 잡혀있었지만 일정을 마치고 잠시 들르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는데, 계파를 탈피한 박 전 대표의 스킨십 정치가 재기된 것이란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나경원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 측으로 한나라당 인사들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가 외연확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친박 진영은 정치적 해석에 극도의 경계를 나타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나는 것이 아니고 예전부터 늘 해오던 활동인데 언론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보건복지위 상임위 활동과 의정활동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중도에 있는 사람들 중 박 전 대표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과 한두 명씩 만나는 정도인데 조직적인 외연확대란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텃밭인 대구 지역 의원들과도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박 전 대표가 당내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는 모습이다.
TK의원들과 접촉강화
박, 영남권 돌보기 열중
지난 4일 예산 대책을 위한 대구지역 의원 모임에도 참석해 지역 현안을 논의했으며, 10일에도 강남 한 한정식 집에서 대구지역 의원 8명과 만찬을 함께하며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대구지역 경제현안을 다루는 전문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향후 모임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등 열의를 보이며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 돌보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고 추석 후에도 다시 모여 지역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TF는 대구의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의원들과 대구시 관계자, 지역 원로 전문가 등 20여명 정도로 구성, 발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는 이날 3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으며 TF의 일원으로서 사실상 박 전 대표가 TF의 좌장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언론인은 “특히 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향후 선거를 의식해 박 전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내년 봄부터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여권 내에서 박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커져가는 흐름이다.
이날 모임에는 홍사덕, 박종근, 이해봉, 조원진 의원등 `복당파’ 의원 4명이 전원 참석했고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과 유승민, 이명규, 주성영, 배영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한구, 주호영 의원은 개인 일정상 불참했다.
한 참석 의원은 “대구 의원들 모임에 박 전 대표가 그간 잘 참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구를 잘 챙기자는 모임에 박 전 대표가 나오는 자체를 굳이 특별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면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일체 없었으며 복당파 의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이런 모임을 통해 만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