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볼 만한 캠핑장 ②경기 연천·포천·김포

청정자연 속 약간의 추위쯤은 오히려 즐겨라

연천군 가장 북쪽 고대산 자락에 위치한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는 28만8000여㎡ 공간에 오토캠핑장과 글램핑, 캐러밴, 콘도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연천베이스볼파크와 고대산 등산로가 인접해 스포츠와 등산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신탄리역이 가까워 연천 시티 투어를 이용하기도 좋다. 포천에 있는 유식물원캠핑장은 식물원, 오토캠핑장, 글램핑, 펜션 단지까지 마련된 복합휴양공간이다. 산자락 곳곳에 단독 캠핑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어 호젓한 캠핑이 가능하다. 잣나무 숲에 자리 잡은 캠핑 사이트가 인상적이다. 김포매화미르마을 캠핑장은 민통선 안에 있다.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 최대 군락지로, 청정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마을에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캠핑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산자락 곳곳에 단독 사이트 구축 가능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힐링 캠핑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는 캠핑장부터 콘도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고급 캠핑 리조트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28만8000여㎡ 공간에 콘도를 포함해 오토캠핑, 글램핑, 캐러밴 등 56개 사이트만 운영해 넓고 쾌적한 캠핑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다.

클래식 울리는 감성 자극 글램핑

캠핑장에는 가로등에 스피커를 별도로 달아 클래식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음악이 감성을 자극해서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줘 설치했다고 한다. 전국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벤치마킹한 흔적도 역력하다. 바비큐에 사용한 식기나 화로대를 닦기 위해 개수대와 별도로 마련한 세척장과 세탁기를 비치한 세탁공간이 눈에 띈다.
글램핑 시설은 가장 정성을 들였다. 외부는 파쇄석과 잔디를 함께 사용했고, 내부는 편백으로 만든 침대와 탁자 같은 가구를 들였다. 추위에 대비해 바닥의 전기 패널은 물론, 벽난로와 이너 텐트까지 설치했다. 이너 텐트는 일반 글램핑을 이용할 때보다 내부 온도가 7.5℃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니, 한겨울 캠핑에도 추위 걱정은 없을 듯하다. 글램핑 시설 내부의 또 다른 매력은 오래된 LP판 10여 장과 턴테이블이다. 나나 무스쿠리, 조지 마이클 등 감성을 자극하는 올드팝 레코드를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 들을 수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평화열차 DMZ Train 경원선’은 신탄리역에서 연천 시티투어와 연계된다. 연천고대산캠핑 리조트에서 신탄리역까지는 1km로 가깝다. 연천의 주요 관광지인 재인폭포, 전곡선사박물관, 숭의전, 태풍전망대, 연천역 급수탑을 둘러본 뒤 서울로 돌아간다. 연천역 급수탑 아래에서는 율무, 밤, 산나물 등 연천 특산물을 판매하는 반짝 장터도 열린다.


김포 민통선 안 매화미르마을캠핑장 인기 만점
청정자연 숨 쉬는 멸종위기 매화마름 최대군락지

포천 종현산 자락에 위치한 유식물원캠핑장은 허브가든과 잣나무 숲이 매력적인 곳이다. 오토캠핑장뿐 아니라 글램핑시설, 펜션단지를 갖췄다. 식물원과 캠핑장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자연 속 놀이공간이자, 놀이하며 자연을 배우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식물원캠핑장은 입구부터 산 정상 전망대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입구의 평지 오토캠핑장을 제외하면 캠핑 사이트가 식물원 전체에 고르게 조성되었다. 다른 텐트에 방해받지 않고 호젓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단독형 사이트로 조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특히 잣나무 숲에 조성된 캠핑 사이트는 추천할 만하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나무 데크를 설치해 사이트를 꾸몄다. 햇빛에 노출될 염려도 없고,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힐링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이 식물원에 있으니 즐길 것도 많다. 아이들과 함께 숲 속을 거닐며 전망대까지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작은 계곡과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레일 썰매는 산비탈에 설치한 레일에 썰매를 끼워 타는 사계절 썰매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다.

사이트를 따로 구획하지 않아 텐트와 타프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고,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르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도 유식물원캠핑장의 매력이다.
명성산 아래 위치한 산정호수는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3.5km 순환 산책로가 있다. 명성산을 중심으로 망봉산과 망무봉이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최근 궁예와 관련된 전설을 스토리보드로 만들어 산책로 곳곳에 세우고, 호수 제방 입구에는 말을 탄 궁예의 동상도 설치했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풍경이 아름다운 수변 데크, 적송과 단풍 군락지, 상동 조각공원을 거쳐 원위치까지 오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은 농촌전통테마마을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캠핑장이 민통선 안에 있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므로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김포매화미르마을은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의 최대 군락지이자, 용이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용못이 있어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를 붙인 이름이다. 용못에는 신기하게도 끊임없이 물이 솟아난다. 용못에서 나는 물로 66만1000㎡가 넘는 경작지를 농사짓는다니 놀랍다. 용못 주변으로 잔디가 깔린 오토캠핑장이 아담하게 자리 잡았다. 마을 창고를 리모델링한 체험장 2층에는 숙박시설(4실)도 이용할 수 있다.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은 청정지역에 있어 한가로운 농촌 풍경 속에서 호젓한 캠핑이 가능하다. 토요일 오후에는 캠핑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트랙터에 연결된 미르열차를 타고 마을의 너른 들판도 달리고, 매화마름 군락지와 북한 땅을 마주 보는 철책 인근까지 갈 수 있다. 철책 너머로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라는 마을 위원장의 설명에 모두 놀라는 눈치다. 북한 땅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농촌 풍경 속 호젓한 캠핑


농촌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가을철 캠핑의 별미인 고구마를 캐는 체험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호미질이 진지하다. 마을 위원장은 호미질이 서툰 가족을 위해 고구마 원줄기를 찾아주느라 바쁘고, 땅속에서 딸려 나오는 고구마를 찾은 아이들은 연신 싱글벙글한다. 

김포와 강화도를 이어주는 초지대교 인근에는 대명항이 있다. 선주가 직접 운영하는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대명항의 명물 왕새우튀김도 지나치지 말자. 미국에서 건조되어 52년 동안 바다를 지키다 퇴역한 운봉함을 활용한 김포함상공원은 대명항과 이웃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적 292호로 지정된 김포 덕포진도 가깝다. 강화해협의 물길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덕포진 포대와 고려 때 임금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다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묘가 남아 있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연천 : 전곡선사박물관→태풍전망대→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캠핑
· 포천 : 허브아일랜드→유식물원캠핑장 캠핑
· 김포 : 문수산성 트레킹→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캠핑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연천 경순왕릉→연천 호로고루→연천 당포성→태풍전망대→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둘째 날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고대산 산행→전곡선사박물관
첫째 날 : 포천아트밸리→산정호수→유식물원캠핑장
둘째 날 : 유식물원캠핑장→허브아일랜드
첫째 날 : 대명항→김포함상공원→김포 덕포진→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둘째 날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애기봉전망대→문수산성트레킹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연천군 문화관광 http://www.iyc21.net/_yc/tour/a06_b01_c01.asp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www.godaesanresort.co.kr
· 전곡선사박물관 http://jgpm.ggcf.kr
· 포천시 문화관광 http://tour.pcs21.net
· 유식물원캠핑장 www.yoogarden.com
· 허브아일랜드 www.herbisland.co.kr
· 김포매화미르마을 http://mir.go2vil.org/index.html
· 김포함상공원 http://gimpo-hamsang.co.kr/
· 김포시 문화관광 http://tour.gimpo.go.kr

문의 전화
·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839-2061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031)834-6300
· 포천시청 관광사업과 031)538-2069
· 유식물원캠핑장 031)536-9922
· 김포시청 문화예술과 031)980-2743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010-9916-9007
· 김포덕포진 031)980-2965
· 김포함상공원 031)987-4097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서울-연천 : 지하철 1호선 동두천역까지 이동, 환승센터에서 39-2번 버스 15분 간격(05:30~21:10) 운행, 60분 소요.
기차> 동두천역-신탄리역 : 하루 11회(05:45~22:15) 운행, 50분 소요.
버스> 서울-포천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00~21:40) 운행, 약 1시간 30분 소요.
서울-김포 : 여의도환승센터에서 8600번 버스이용, 북변환승센터에서 하차, 20분 간격(04:20~23:20) 운행. 약 4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동부간선도로 이용→도봉역 방면 좌회전→도봉역사거리에서 의정부 방면 3번 국도로 우회전→신탄리역에서 건널목 건너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유식물원캠핑장 : 동부간선도로 의정부 방면→금신교차로에서 포천 방면 43번 국도 우회전→포천 읍내 한내사거리에서 전곡 방면 좌회전→하심곡사거리에서 연천 방면 좌회전→청산별미에서 우회전→유식물원캠핑장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 올림픽대로 김포공항 방면→강화 방면 48번 국도→갈산사거리에서 애기봉 방면 우회전→용강로→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숙박 정보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031)834-6300, www.godaesanresort.co.kr
· 유식물원캠핑장 : 포천시 신북면 간자동길, 031)536-9922, www.yoogarden.com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 김포시 월곶면 용강로437번길, 010-9916-9007, http://mir.go2vil.org/index.html
· 조선왕가 : 연천군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royalresidence.kr
· 허브아일랜드 체험펜션 :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947번길(허브아일랜드 내), 1644-1997, www.herbisland.co.kr
· 호텔5.0 : 김포시 대곶면 약암로, 031)984-1050, www.hotel50.co.kr

식당 정보
· 약수식당 : 순두부보리밥, 연천군 신서면 연신로, 031)834-8331
· 청산별미 : 버섯샤브샤브정식,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www.청산별미.kr
· 고가 : 한정식, 김포시 고촌읍 풍굴로92번길, 031)986-5458∼9

주변 볼거리
· 김포 : 평화누리길(염하강 철책길), 대명항, 애기봉, 문수산성, 장릉
· 연천 : 재인폭포, 1·21무장공비침투로, 상승OP, 제1땅굴, 연천숭의전지
· 포천 : 포천아트밸리, 산사원, 한가원, 비둘기낭폭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