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분석]신울진 원전 입찰 6대 의문점

별들의 ‘수주 전쟁’ 의혹·허점투성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으로 관심을 모은 신울진 원전 입찰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는 게 탈락업체들의 주장이다. 건설업계에선 이 틈새로 이런저런 ‘설’까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실정이다. 신울진 원전 입찰을 둘러싼 의문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1조4000억 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 공정성 두고 잡음
‘이랬다 저랬다’자격기준, 입찰방식 등 수시로 바꿔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신울진 1·2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공사(건설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신울진 1·2호기 공사 입찰엔 입찰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한 현대(현대건설·SK건설·GS건설)와 대우(대우건설·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 삼성(삼성건설·금호산업·삼부토건), 대림(대림산업·동아건설·삼환건설) 등 4개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치열한 경쟁 왜?

이번 입찰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으로 관심을 모은 이유다. 이중 현대건설(지분 45%)을 대표사로 SK건설(30%)과 GS건설(25%)이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끝에 예정가격의 81.4%인 1조909억원에 응찰해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를 거쳐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현대건설은 신고리 1·2·3·4호기 시공 대표사로 참여하는 등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0기 가운데 12기를 시공한 바 있다. 발전용량 1400㎿급의 신울진 1·2호기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되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모델과 같다. 따라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향후 ‘한국형 원전’수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신울진 1·2호기 공사는 다음달 부지 정지공사에 착수해 각각 2016년 6월과 2017년 4월 준공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쇄 부도설이 나도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건설업계에 대형 프로젝트 신울진 원전 1·2호기 공사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사업”이라며 “국내 내로라하는 공룡 건설사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한 만큼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앞으로 수천조원에 이르는 국내와 해외 원전 공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번 공사 수주의 의미가 컸다”며 “건설사들은 우선 국내에서 수주 실적을 쌓아야 향후 해외사업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입찰에 나섰다”고 전했다.

9차례 유찰 왜?

그러나 탈락한 업체들이 반발했다. 신울진 원전 입찰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것.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는 게 탈락업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유찰될 때부터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입찰이 끝난 뒤 탈락 업체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된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은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4월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최종 낙찰자가 선정된 지난 15일까지 무려 10번이나 유찰되는 진통을 겪었다. 한 번씩 유찰될 때마다 “공정성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입찰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은 게 초기 유찰 이유였다. 한수원은 급하게 자격조건을 완화해 다시 입찰을 진행했으나 이번엔 저가 입찰이 발목을 잡았다. 예상 사업비가 1조4000억원인데 건설사들이 이를 훨씬 밑도는 가격을 써낸 것. 심지어 9000억원을 써낸 회사도 있었다.
한수원은 “가격이 너무 낮으면 안정성 등 시공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찰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고장 왜?

전자입찰 시스템에 장애가 생겨 입찰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입찰에서 현장입찰로 입찰 방식이 바뀌었다. 한수원은 당초 10일 오후 3시까지 전자입찰 방식으로 신청을 접수받은 뒤 접수마감 당일 낙찰업체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찰 심사를 앞두고 갑자기 전산 시스템이 고장 나자 직접 현장에서 신청을 접수받은 다음 낙찰자를 발표하는 현장입찰로 입찰 방식을 변경했다. 한수원은 업체들이 바뀐 입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해 한때 재입찰을 검토했지만 “자체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며 지난 15일 낙찰자 선정을 강행했다.
한수원은 “입찰 과정에 대해 외부 법률 및 계약전문가의 참여하에 종합 검토, 심의를 거친 결과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이 고장 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단순 오류라고만 둘러대고 있다.
한수원은 “지식경제부 사이버보안센타에서 전산자료를 넘겨받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결과 과부하에 따른 단순한 전산 프로그램 오류로 판명됐다”며 “입찰 참가 업체의 전산담당자들에게 전산장애 원인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킹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한 건설사가 특정업체의 고의적인 해킹으로 전산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돌연 전산 프로그램이 다운됐다는 점이 해킹 의혹을 키웠다.
한수원은 “해킹은 없었다”란 애매한 말만 반복할 뿐 갑자기 접속자들이 많이 몰린 이유 등을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입찰가 수정 왜?

한수원의 전산 프로그램이 돌연 다운된 것은 입찰 제안서 마감일인 10일 오후 12시께다. 한수원은 부랴부랴 마감을 오후 3시로 연장하고 온라인 입찰이 아닌 현장 입찰로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개찰이냐, 재입찰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15일까지 시간을 질질 끌었다. 이 과정에서 입찰 정보 유출 우려가 새어나왔다.
특히 한수원이 현장 입찰에서 일부 컨소시엄이 입찰 가격을 수정하도록 허용해 공정성 시비를 증폭시켰다. 한수원은 입찰 당일 4개 컨소시엄이 모인 자리에서 “입찰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 전산입찰 때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업체는 전자입찰 때와 다르게 적어내는 등 입찰 가격을 수정해 제출했다.

지난해 4월부터 10차례나 유찰
전산시스템 고장…오류? 해킹?


최저가 입찰방식이 적용된 이번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4개 컨소시엄 중 가장 낮은 가격인 1조909억원을 써내 공사를 땄다. 차순위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1조910억원을 적어내 고배를 마셨다. 1조원이 넘는 공사가 불과 1억원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1조원이 넘는 공사에 1억원 차이로 갈린 것은 드문 일”이란 의견과 “작은 금액 차이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순순히 승복 왜?

이번 입찰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자 입찰 직후 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갖가지 의문도 이들 업체에서 모두 흘러나왔다. 나아가 일부업체는 입찰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후유증과 파장이 예상됐다.
한 탈락업체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들의 불만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삼성, 대우, 대림 컨소시엄이 입찰 결과에 승복한 것. 법적 대응 얘기도 쏙 들어갔다.
탈락 업체들의 입장 변화는 정부를 상대로 강경 대응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호기 말고도 다른 원전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건설사로선 한수원 등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수원은 올해 신울진 원전1·2호기에 이어 내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2012년 신울진 3·4호기 등 매년 원전건설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신고리 5ㆍ6호기의 경우 준공일이 각각 2018년 12월, 2019년 12월이다. 발주에서 건설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5∼6년인 점을 감안할 때 2011∼2012년 입찰이 예상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18∼2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발주하는 원전 물량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입찰 결과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미운털이 박히면 수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귀띔했다.

지경부 발뺌 왜?

‘나몰라라’하는 지식경제부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울진 1·2호기 건설은 엄연한 국책사업이다. 총 사업비 6조2981억원, 동원 인력만 연인원 기준 약 62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공사다. 건설 과정에서 소요되는 정부 예산도 만만찮다. 약 8605억원의 지원 사업비가 들어간다. 지역경제개발세 명목으로 6600억원가량의 재정 지원도 예정돼 있다. 원전건설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되는 정부 예산은 총 1조8600억원을 웃돈다.

원전산업을 관할하는 소관부처는 지식경제부다. 그러나 지경부는 신울진 1·2호기 입찰 논란이 거세지자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는 입찰 과정의 허술한 관리와 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신울진 원전 사업은 지경부와 관련이 없다. 한수원이 책임지고 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UAE 원전 수주, 지난달 터키 국영발전사와의 원전사업 협력 공동선언문 채택 당시 ‘떵떵’거린 것과 전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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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