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중국인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돈의 유혹에 날아간 ‘코리안 드림’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9일 우체국 직원으로 사칭해 전화사기(일명 보이스 피싱)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A(30·여)씨 등 중국인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A씨 등은 지난 1일부터 5일간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신을 우체국 직원이라고 사칭한 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통장의 잔고를 보호해 주겠다”는 수법으로 5208만원을 대포통장으로 송금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12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국적 취득을 앞둔 주부였으며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역할을 맡은 B(22)씨 등은 국내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한국 유명대학에서 꿈을 이루거나 국제결혼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돈의 유혹에 모든 꿈을 날리고 강제추방 될 형편에 처해졌다”고 전했다.

만취해 고교생 혀 물어뜯은 엽기녀
“나랑 키스하자”

40대 단란주점 여사장이 술에 취해 고교생과 강제로 키스를 하다 고교생 혀를 절단시킨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3시30분쯤 광진구 중곡동의 한 노래방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던 고교생 김모(17)군에게 접근한 뒤 키스를 강요하다 김군의 혀를 5cm 정도 물어뜯은 혐의로 단란주점 사장 조모(4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만취 상태였던 조씨는 이날 8명의 남녀 고교생이 노래방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고 “왜 늦게까지 공부 안 하고 노느냐”며 시비조로 훈계했다. 이에 김군이 “술에 취하신 것 같으니 데려다 드리겠다”며 조씨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줬다.
조씨는 그러나 집 앞에서 갑자기 “키스하자”고 접근했고 김군이 거부하자 김군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강제로 키스하다 혀를 물어 5cm 정도를 절단했다. 갑작스럽게 봉변을 당한 김군은 친구에게 “나 혀 잘려서 말 못한다. 빨리 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군의 친구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 주변을 수색해 4시간 만에 조씨 집 앞 계단에서 끊어진 혀를 찾았으나 절단된 부분의 조직이 죽어 있어 접합수술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씨는 경찰에서 “혀를 물어 절단한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내가 저질렀다면 용서를 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만 있는 집 절도한 50대 여성
“엄마 빚 갚으러 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부모에게 돈을 갚으러 왔다고 속여 초등학생만 있는 가정집에 들어가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최모(56·여)씨를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송파구 김모(47)씨의 집에 들어가 귀금속 등 1200여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6차례에 걸쳐 모두 3000여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최씨는 귀가하는 김씨의 초등학생 딸을 뒤따라가 “엄마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고 속여 함께 집으로 들어간 뒤 용돈 1만2000원을 주며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해 아이가 자리를 비우자 금품을 턴 것으로 드러났다.

핀잔에 이웃 할머니 살해한 20대
“당신이 뭔데 잔소리야!”

전북 완주경찰서는 지난 9일 놀지 말고 직업을 가지라고 충고한 90대 이웃집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24·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일 낮 12시35분쯤 완주군 삼례읍 수계리 김모(90)씨의 집 앞에서 김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일 낮 12시쯤 완주군 삼례읍 수계리에서 이 마을 김모 할머니로부터 “일 안 하고 노냐”는 핀잔을 듣자 앙심을 품었다. 김씨는 할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집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김 할머니에게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김 할머니는 오른쪽 가슴 등 23차례나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김씨는 할머니가 마을 경로당에서 밖으로 나오기까지 30여분을 기다린 뒤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범행 후 달아나 전주시내 외가에 숨어 있다 이날 오전 2시4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너는 일도 안 하고 매일 노냐’는 할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홧김에 범행했다”고 말했다.

친딸 성추행하고 등교 막은 아버지
“내 딸 내 마음대로 한다는데”

초등학생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70일이 넘도록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8일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로 양모(3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용산구 자기 집 방안과 목욕탕에서 친딸(13)의 가슴과 등, 다리 등을 만지며 8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또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이 72일간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고 딸의 기본적인 보호와 양육 등을 소홀히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인 양씨는 매번 술에 취한 상태에서 딸의 몸을 더듬었고, 딸이 이를 거부해도 계속해서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8년 전 아내와 이혼한 양씨는 지금까지 봉제 일을 하며 지하 단칸방에서 딸과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의 몹쓸 행동은 그가 폭력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1월에 28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딸이 서울의 한 아동보호센터에 머물면서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봉사단체에 가짜 수표 전달한 일당
기부금이  4천억원?
1000억 원권 자기앞수표 4장이 익명으로 시민단체에 배달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중앙지검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에서 노인 무료 급식 등을 하는 한길봉사회는 지난 1월 익명으로 ‘기부금으로 준다’는 편지와 함께 1000억원권 수표 4장을 받았다.
봉사회에 따르면 이 수표는 농협중앙회 서울 명일동 지점에서 2003년 2월 발행했다. 이 중 한 장의 뒷면에는 배모 씨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고 옆에는 인감도장이 찍혔다. 봉사회 김종은 회장은 “익명의 기부금이란 얘기에 처음에는 가짜라는 생각을 못했지만 워낙 금액이 커서 의심하게 됐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수표의 진위부터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11월 거액의 농협 수표를 뿌리는 일당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를 벌여온 서울 중앙지검은 사건에 등장한 수표의 일련번호가 검찰의 것과 유사하고 발행은행도 같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추적해온 위조수표 제작·유통 조직들의 수법과 봉사회에 위조수표를 배달시킨 인물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귀가여성 상대 성추행 일삼은 ‘바바리맨’
여자만 보면 바바리자락 ‘펄럭’
주택가 골목에서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은 ‘바바리맨’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한모(23)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해 9월10일 오후 7시40분쯤 대구 동구 입석동 주택가 골목에서 집으로 가던 A(21·여)씨를 뒤따라가 신체부위를 만진 뒤 달아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30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한씨는 자신이 사는 주택가 주변에서 범행대상자를 물색한 뒤, 대상자가 나타나면 자신의 옷을 벗어두고 알몸인 채로 접근해 이 같은 짓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길거리에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다 경찰 지구대에 임의동행된 뒤, 여성용 속옷을 착용한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 추궁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무허가 성기능강화제 유통 업자 적발
모텔방 ‘칙칙이’는 내 손 안에 

마취제가 함유된 무허가 성기능강화제를 유통시킨 업자가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성분이 있는 무허가 의약품을 판매한 한모(41)씨를 적발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한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남성용 국소마취제 용도로 관련 제품 492만개(시가 1억7223만원 상당)를 러브호텔 등 전국 숙박업소에 판매한 것으로 식약청 조사에서 드러났다.
일명 ‘칙칙이’로 불리는 이 제품은 성관계 중 사정을 지연하는 효과를 내세우지만 무허가 제품의 경우 피부질환과 발기부전ㆍ성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라고 식약청은 당부했다.
한편 식약청은 이 제품을 불법 제조해 한씨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모씨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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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