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꿈꾸는 남녀의 만남 ‘방팅’의 세계<엿보기>

‘번개’의 진화…흑심 품고 호시탐탐 군침 ‘꿀~꺽’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번개’라는 것이 생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로지 채팅을 통한 대화와 몇 시간 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잘만하면 낯선 이성과 잠자리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큰 사회적 이슈와 함께 ‘채팅 불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채팅이 ‘아날로그화’, ‘집단화’, ‘상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명 ‘방팅’이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낯선 이성을 만나는 법, 방팅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최소 5명에서 20여명 남녀 만나 술마시고 게임하고
경우 따라 개인적 ‘작업’ 이뤄져 잠자리 할 수 있기도


방팅이란 최소 5명에서 많으면 20여 명의 남녀가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고 현실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곳에서도 개인적인 ‘작업’이 이뤄져 잠자리를 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팅의 이면에는 각종 복잡한 변수들이 많이 있다. 참가비, 노예팅, 방장들의 작업과 때로는 사기성 방팅까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방팅에는 고용된
알바녀들이 출몰한다?

방팅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기도 하다. 그 분위기 자체는 마치 대학가의 단체 미팅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개인적이였다면 방팅의 많은 참석 인원은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 한 느낌까지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단체 미팅의 분위기가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제껏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팅은 운영진의 경제적 수익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용된 ‘알바녀’들이 많이 출몰하는 상업방팅, 두 번째는 방장도 돈에 연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즐기고 비교적 알바녀들도 거의 없는 일반 방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상업방팅보다는 일반 방팅이 더 나을 것 같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상업방팅이 여자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많고 더 예쁜 여자를 낚을 가능성도 크다.
반면 일반방팅은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단체 미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외모를 별로 감안하지 않는 ‘순수한 여성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결국 전체 수질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남성의 경우 외모가 되지 않을수록 더욱 상업방팅을 선호한다. 일단 방장에 의해 고용된 여성들이 아닐 경우 굳이 외모가 떨어지는 남성들에게 말을 걸거나 마음을 여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상업방팅의 알바녀들은 남자를 외모보다는 돈으로 보기 때문에 외모가 떨어지는 남성들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것이 보통이고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외롭지 않게 방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상업방팅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점은 ‘노예팅’이라고 할 수 있다. 방팅의 기본적인 참가비는 2~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대부분 업소를 빌리고 술과 안주에 들어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방장이 수익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여성을 경매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입금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낙찰가격은 20~30만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성이 예쁠수록 이 가격은 더욱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남자들의 치열한 경쟁욕구가 매 순간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일부 방팅에서는 이 금액이 7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수의 방팅 경험자들은 이 정도의 금액을 두고 ‘미친 짓’이라고 말을 하지만 막상 치열한 경매에 들어갔을 때는 남성들의 눈이 ‘뒤집히는’ 경우도 생긴다고. 이렇게 생긴 수익은 고스란히 방장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알바녀들은 이미 별도의 알바비를 받고 방팅에 참여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

노예팅 경매 치열해지면
남성들 눈이 뒤집히기도

이런 수익은 막상 계산을 해보면 상당하다. 대개 상업 방팅의 경우 평일에는 하루에 3차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5차례가 개최된다.
한 번의 경매에서 20만원씩만 낙찰되면 일주일에 4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한 달이면 거의 1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벌게 된다. 방장과 부방장, 이렇게 두 명이 행사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각자 700만원이라는 높은 월급을 받게 되는 만큼 상당한 수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매에 참여해 여성을 낙찰 받게 되면 해당 남성은 남들의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 하고 그녀와 별도의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은근히 원하며 그녀들은 노래방으로, 술집으로 이끌지만 사실 그녀들은 어차피 알바녀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남성들과의 섹스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알바녀 많으면 한 달에 1천만원 이상 수익
노하우 알면 몇 만 원으로도 즐길수 있어


결국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다음에 연락하자’는 등의 멘트를 날리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방팅을 경험해봤다는 조모(27)씨는 “나는 키도 크지 않고 외모도 딱히 잘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까지 원나잇 스탠드를 해보거나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결국에는 상업방팅에 참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남는 것은 방장에 대한 배신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이어 “상업방팅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 냉정하게 뒤돌아서는 여성을 볼 때에는 허무한 감정까지 들 정도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나’라는 자책이 들면서 다시는 방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 이게 은근히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르며 욕심을 자극한다. 그 후로도 2~3번 더 다른 방팅에 나갔다. 별로 소득은 없었지만 ‘언젠가 한번은’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마도 나처럼 외모가 되지 않는 남성들일 수록 방팅에 대한 유혹은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반 방팅 역시 장단점이 있다. 수질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외모가 되는 순수 민간녀’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런 여성들은 돈 없이 술을 마시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은 참가비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특별한 악의가 없다면 남자들도 이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민간녀’를 더 좋아하고 그녀들을 위해 술을 한잔 사거나 모텔비를 내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순수 방팅에도 ‘악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방팅을 개최한 방장이 먼저 외모가 되는 순수녀에게 작업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방장들은 ‘말빨’이 상당히 세고 여자의 속성과 ‘작업의 정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순수녀들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순진한 남성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일반방팅 수질 떨어져도
순수 민간녀 만남 인기

 
물론 앞서의 경우처럼 방팅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남성들도 있지만 일부 ‘약삭빠른’ 남성들의 경우 아예 노예팅 자체에는 참여 하지 않고 술만 먹고 여성들과 작업만 하려는 경우도 있다.

설사 여성들이 작업에 넘어오지 않더라도 3만원의 저렴한 돈으로 ‘여자가 있는 술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방팅 마니아’ 김모(33)씨는 “물론 나도 처음에는 방팅에 참여했다가 순진한 기대감에 수십만원의 돈을 경매에 쓰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매만 참여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 좋은 술자리가 없다. 설사 남자 친구가 나에게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하더라도 3만원으로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게다가 원나잇이 될지 안 될지는 소개팅이나 방팅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여자와 술을 한잔 먹었다는 즐거움에만 만족할 수 있다면 방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방팅’이라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도 일부가 즐기는 것이고 여기에 ‘알바녀’가 등장하고 이 모임으로 인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순수한 ‘문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팅은 다양한 매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젊은이들에게서 유행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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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