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마약상 ‘프랭크’의 ‘8년만의 귀환’
수 년 동안 한국인들을 속여 타국에서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마약상 프랭크가 드디어 한국으로 압송됐다. 한국 여성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마약을 들여온 뒤 이를 유럽 등 제3국으로 팔아온 프랭크의 신병이 10일 우리나라에 넘겨진 것.
프랭크가 한국인들에게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경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프랭크는 유럽에서 마약상으로 활동하다 1990년대 후반 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1998년부터 2년 동안 국내 유명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 이태원동에 유령회사를 차려 놓고 마약운반책으로 활용할 한국인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매너와 돈으로 유혹
프랭크가 접근한 것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었다. 한국어와 영어 등 8개 국어를 구사하는데다 세련된 매너를 가진 그에게 한국 여성들은 쉽게 넘어갔다. 또 “영어공부를 시켜주겠다”,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는 그의 말은 젊은 여성들을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수백만원의 금품까지 건네자 여성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프랭크의 계략에 말려 들어갔다.
그는 주로 이태원의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한국여성에게 “나는 미국인 사업가다”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듯한 차림새는 그의 말에 신뢰를 더해줬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의류 무역사업이 잘 된다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 한국인들은 프랭크의 지시에 따라 의류샘플로 위장된 마약가방을 전 세계 곳곳에 운반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에 마약이 들어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이들은 프랭크에게 여행비까지 받아 각국으로 마약을 운반했다.
이들이 운반한 마약은 태국과 브라질 등에서 입수한 코카인과 대마초 등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일본 등 각국에 밀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이 운반한 마약은 코카인 40㎏(시가 1천2백억 원 상당)과 대마초 2백82㎏(시가 28억원 상당)으로 상당한 양의 마약이 밀수출됐다.
그러나 외국인의 말에 속아 아무것도 모른 채 마약가방을 나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프랭크에게 속아 해외로 나간 윤모씨 등 남자 2명과 여자 10명은 현지에서 마약운반 혐의로 붙잡혀 각각 징역 3년∼5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타국의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처럼 프랭크와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의한 한국인들의 피해가 드러나자 국정원과 검찰은 지난 2000년부터 프랭크를 추적했고 프랭크파 조직원 6명을 구속하고 2명을 추방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작 두목 프랭크는 좀처럼 덜미를 잡히지 않았다. 프랭크는 2002년 경 자신에게 향하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거점을 옮겼다.
한국인을 향한 프랭크의 범행행각은 유럽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독일 등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마약 운반책 역할을 맡게 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범행을 계속했다. 이에 국정원과 검찰은 외교통상부, 경찰청 등과 함께 합동회의까지 열어 프랭크 검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프랭크는 2003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터폴에 의해 체포됐다. 그러나 그의 신병은 한국이 아닌 덴마크에 넘겨졌다. 2003년 8월 한국 대학생 윤모씨가 프랭크의 지시로 덴마크 공항을 통해 코카인 10kg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어 덴마크 당국이 그를 마약유통 책임자로 지목해 구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004년 5월 덴마크 감옥에서 탈옥했다. 이는 검찰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검찰은 프랭크의 검거가 국내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대한 수사는 물론 해외에서 수감 중인 한국인들의 감행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어 프랭크 검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프랭크는 중국으로 도피해 선양에서 나이지리아인들에게 한국어 등을 가르치며 다시 한 번 한국인들을 이용한 마약운반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에 의해 지난 해 2월 체포되어 현지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정부는 한중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중국 정부에 프랭크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고 작년 10월 랴오닝성 고급인민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일 중국 선양을 출발하는 대한항공 KE832편을 타고 이날 오후 1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리고 이날 3시 경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8년간의 추격
우여곡절 끝에 한국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프랭크는 압송된 날에도 남다른 면모를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영어, 불어 등으로만 대답을 했다. 그나마 그가 외국어로 말한 대답도 “변호사가 오기 전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프랭크를 상대로 범행 전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한국인을 상대로 한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프랭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한 뒤 나이지리아인 마약조직의 실체와 공범들의 존재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프랭크 일당에 속아 마약을 운반하다 해외에서 옥살이를 한 한국인들은 전원 만기 출소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