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유학 가는 자녀와 함께 배우자를 보내고 혼자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나 기러기 엄마가 증가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 유학을 위해 기꺼이 기러기 아빠 혹은 엄마가 되겠다는 답변도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미 주변에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답도 절반 수치에 가깝다. 하지만 결과가 반드시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과거 한국인 대상의 어학원이 수백 곳이나 되는 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인 나이로 고등학교를 다닐 여학생이 자의로 황천길을 선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자살했다는 소식은 국내에도 짤막하게 전해졌다고 현지 한인사회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자살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인사회 관계자는 “알려져 봤자 좋지 않으니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필자도 현지로 은퇴 이민을 간 부모를 만나고 온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었다.
한인사회 관계자는 “안타깝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꽃이 피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리라. 망자는 엄마와 함께 이 나라로 영어를 배우려 왔단다. 단기 어학연수가 아닌 유학이었다고 한다.
망자의 한국 집이 부자인지 몰라도 현지인 가정부, 운전사 등을 고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엄마가 한국에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를 놔두고 불륜에 빠진 것. 딸의 학업증진을 위해 따라왔건만 개인의 본능에도 너무 충실한 나머지 바람이 난 셈이다. 더욱이 상대는 현지인 운전사였단다.
결국 그런 충격적 사실을 접한 엄마의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물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직접적인 확인이 불가능하다. 현지 한인사회에선 망자의 자살과 엄마의 불륜이 오랫동안 회자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여진 한마디는 이렇다. 죽은 애가 너무 불쌍하다고. 국내엔 엄마의 불륜으로 인한 딸의 자살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외면(?)했다. 혹여 외국서 공부하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 간 모든 엄마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