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사라진 김정은 어디서 뭐하나

와병? 풍문의 진위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절뚝거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났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종적을 감췄다. 그의 신변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평양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제12기 5차 회의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김 제1비서를 두고 신변이상설 등 갖은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각종 설 무성
과연 진실은?
 
지난달 2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불편하신 몸’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도중 다리를 저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건강이상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는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리까지 절자 뇌어혈, 발목염좌, 통풍 등 구체적 병명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29일 홍콩 <동방일보>는 김정은이 측근이자 2인자인 황병서에 의해 연금됐다는 소문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과 관련된 루머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 등에서는 “김정은이 관저에서 친위대의 습격을 받아 구금됐고, 정변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추측성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조명록은 지난 201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이 부족해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 참석 중 국내 언론과 만나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 신변이상설에 미국 국무부는 ‘노 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30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관련 보도를 보기는 했으나 확인해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자들은 불확실한 루머 확산에 따른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신화망’은 평양특파원을 인용해 “현재 북한 내부는 모두 정상적이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확인된 루머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이 보도한 대로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점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외교라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 내부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의 묘연한 행방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던 중,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이 신중국 건립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양국의 친선을 강조하는 표현이 빠져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처형 이후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9일 올해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기존에 강조했던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표현을 생략했다. 북·중 혈맹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북한전문대체 <NK지식연대>가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기간 중 중요한 보고는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대신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 3월 최초로 북한 매체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는 김경옥·황병서와 함께 ‘동지’로 호명돼 남한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4일에는 북한매체에 리대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 부장급 이상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통신원은 김여정의 공식직함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서기실 실장이지만, 사실상 당조직지도부 수장역을 맡고 있으며 당정치국 운영도 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본인 주도로 지난달 6일 당정치국 긴급회의를 열어 김정은의 집중 치료를 건의했다고 통신원은 덧붙였다.
 
건강이상설 이어 신변이상설 급부상

온갖 억측 난무…각종 풍문 진위는?
 
당시 결정된 사항은 크게 4가지로, ‘봉화진료소와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정은의 건강을 빠른 시간 내에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 의학적 치유에 필요한 기간동안 집중적인 특별진료를 실시’하고, ‘김정은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간부들과 일꾼들은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를 책임적으로 추진하고 혁명적으로 관철해 최고수뇌부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특히 ‘진료기간 내에 김정은이 마음편히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군대와 당과 국가활동에 제기되는 중요한 보고나 제의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집중’한다는 사항 역시 담겨 있고, ‘당과 군대,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는 김정은의 집중진료기간을 비상전투시기로 여기고 긴장하게 일하고 혁명적 경각성을 높일 것’이라는 사항도 있다.

‘서한 정치’
요양에 무게
 
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해,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간청을 듣고 치료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해졌다. 통신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그가 향정신성약물을 복용해 현지지도나 촬영 때는 건강이 괜찮아 보이지만, 고도비만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간기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8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북한에서는 경풍(뇌에 이상이 생겨 손과 발, 다리 등을 저는 증상이 수반되는 병)이라 부르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원산과 강동의 가족별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요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아픈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면서 암살 시도를 우려해 모습을 감췄을 가능성과 가택연금 상태여서 일군의 장성들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군부 핵심인사들이 체제 전복을 노리고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쿠데타설까지 나왔다.
 
갖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외국 의료진이 김 제1위원장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정황을 파악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기는 하지만 통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15년 만의 외무상 유엔총회 파견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순방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은 서한과 축전을 통해 건재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에 서한을 보냈고 28일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통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북한 정권 수립 6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을 전달했다. 중국 건국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건재한 걸까. 오는 10일 열릴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 중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며 비난공세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의 입이야말로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첫 번째 화근”이라고 밝혔다. 정책국은 “남조선 땅에 미국상전의 핵탄을 발달시킨 주범이 그 애비이고 유신독재를 그대로 유전받아 미국의 확장된 핵억제 전략 실현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상전의 핵 타격수단들을 빈번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연습에 광분하고 있는 장본인도 다름 아닌 그 애비의 딸인 박근혜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정세 급변 가능성↑

그가 없다면…다음은 누구?
 
정책국은 또 박 대통령의 핵 포기 요구에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소형화단계에 진입한 상태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놈들의 본거지와 태평양지역의 크고 작은 미제침략군사기지들을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와 수역에서 타격할 수 있는 항시적인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군대와 인민이 억세게 틀어쥔 이 핵 보검을 어째보려고 돌아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처사는 없다”고 항변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통일부를 겨냥해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뭇매를 대신 맞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를 애초에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비난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지 34돌을 맞이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6·15공동선언에서 북남쌍방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지금 조선반도에서 분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통일방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집권유지를 위하여 각양각색의 통일론을 들고나와 통일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남조선당국의 흡수통일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즈덴선언’ 등을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독일 통일과 결부시키면서 흡수통일의 야망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남측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연방제안)’을 제안했다.
 
지난 2000년 남북은 제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묘연한 행적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요지부동이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과 무용수 출신 두 번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가족관계는 친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그밖에 이볶 누나 김혜경, 이복 형 김정남, 이복 누나 김설송, 김춘송 등이 있다. 그의 출생 정보에 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김 제1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는 1983년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그의 유학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84년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김나지움(Gymnasium)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당시에는 ‘박운(박은)’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2004년에는 김정일의 권유로 조선인민군 하전사로 입대해 1년6개월 동안 군복무릏 했다. 이후 하전사에서 곧바로 중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이후 2010년 9월27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다음 날, 노동당 대표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원 임명 절차를 거치며 김 제1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통수권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묘연한 행적
향후 정세는?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었다. 이후 2012년 4월11일, 4차 노동당대표회의에서 노동당 제 1비서로 추대됐고, 이틀 후엔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추대되어 김정일의 직책을 모두 세습하며 명실상부 최고 권력자로 부상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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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