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③존 파브로 감독·주연의 <셰프>

“삶이 고통뿐이라 느껴질 때 꼭 한번 보시길~”

일요시사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존 파브로가 감독·주연을 맡은 <셰프>다.

몇 년 전 전라북도 전주를 찾았다. 그때 한참 방송에서 전주 막걸리동네를 소개했는데, 막걸리 한 주전자 시키면 안주를 많이 깔아준다는 방송의 호들갑에 겸사겸사 전주를 들러보고 싶어서였다. 서울 기준으로 치면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이미 막걸리 집들은 파장 분위기였다. 부랴부랴 한 상을 보고 나오는 길, 뭔가 아쉬움에 이왕 온 거 전주에서 하루를 자고 비빔밥도 먹고 맛집 투어를 하기로 했다.

바뀐 풍경

전북대 앞으로 갔다. 그래도 늦은 시간에 가게 문이 열려 있을 동네니 살짝 한 잔 받히면서 지방의 맛을 보충할 계획이었다. “전라도 하면 음식 아닌가? 백반 하나 시켜도 상다리 휘게 반찬이 나오고….” 중년 이상의 사내들이라면 이런 얘기 한 번씩은 주고받았을 터. 이윽고 전북대 앞에 도착했다.

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온통 프랜차이즈 술집, 식당 일색. 얼마 걷다가 학사주점 비슷한 곳에 들어가 대충 요기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택시기사가 안내한 뜨내기손님용 전주비빔밥 코스프레 아점을 마친 뒤 전주를 떠났다(고속터미널 주변 밥집은 정말 맛이 없었다. 그 집 사장의 예상대로 나는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을 거다).

아!! 내 기억 속에 전주는 프랜차이즈에 밀려 비싸지고 귀한 곳에 감춰져 있겠지….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구성되어 치킨, 삼겹살, 호프, 일본식 포장마차, 커피 가맹점 일색이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냉동식재료를 간편 조리해서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다 보니 맛이야 어디서 먹든 비슷하지 않겠는가.


나는 왜 전주에 있었지? 혹시 한 사람이 도시계획을 하는 걸까? 비슷한 동네가 많아서 일산 외곽을 돌아보다가 김포 외곽을 돌아보더라도 거기가 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수많은 식당이 돈을 다 벌지는 못한다. 대부분 이 핑계 저 핑계 좌절한 채 물러난다.

반면 식당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어려운 경기에도 돈을 번다. 돈 벌고 생활할 수 있는 식당 창업이 어려운 걸까? 2013년 6월 백석동 오피스텔타운 근처에 15평 식당을 꾸몄다. 본래 세탁소였다가 6개월 만에 폐업한 자리여서 간판 재활용 빼고는 처음부터 다 손을 봐야 했다. “에휴 그 어려운 걸 왜 하려 그래?” “고생문이 열렸네” “이 동네에서 3개월 버틸 수 있겠어? 그 자리가 외져요” “식당 뭐 남는 거 있겠어?”

밀려오는 저주를 비끼며 이름을 지었다. ‘삼촌’으로…. 이모네도, 할머니네도 있고 주로 여성에 관한 식당 이름은 많은데 남자 촌수로는 식당이름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내가 하는데 ‘누나네’ 할 수 없으니 ‘삼촌’이 이름으로 좋은 것 같았다.

‘1자녀 정책과 경제적 압박을 이유로 먼 훗날 삼촌과 이모 같은 촌수 명칭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음모론적인 재미의 결론에서였다. 이렇게 저렇게 식당을 완성하고 오픈한 뒤 시행착오를 수정하며 1년4개월…. 그 사이 식당은 자리를 잡았다. 식당 폐업률이 자영업자 중 으뜸이며, 절반 이상의 자영업자가 월 100만원 수익도 올리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식당은 자리를 잡았고 온라인에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있다.
 

기왕 음식, 식당 얘기가 나왔으니 ‘이러면 망한다’라는 부채질보다도 자리를 잡게 된 원칙을 공개한다. ‘1재2간3정 원칙’이다.

여기서 1은 ‘재료’다. 재료가 좋아야 한다. 삼겹살, 곱창, 순대나 튀김, 국수 등 무슨 음식을 선택해도 좋다. 식재료가 무조건 좋아야 한다. 삼겹살집을 하려면 삼겹살이 좋아야 한다. 마늘, 고춧가루 등 음식에 들어가는 필수 식자재는 반드시 좋은 재료를 찾아 공급받아야 한다. 좋은 재료를 쓰고 재료값만큼의 음식값을 올려라.

2는 ‘간’이다. 재료가 좋으면 간만 맞아도 음식이 맛있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3은 ‘정성’이다. 좋은 재료에는 그 재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 있다. 그 정성들을 다시 주인이 정성으로 요리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 손에는 누구나 스마트폰이 있다. 좋은 음식으로 소문나는 것은 한순간이다. 순간을 속이려는 마음은 반드시 누적되어 큰 신뢰를 잃게 된다.

글을 보시며 연이 닿는 분들 중 식당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1재2간3정의 기본을 지켜 재기의 팁이 되길 바라는 마음 보태며 기운 나라고 흐뭇한 영화 한 편 띄운다.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 카메오 출연
아들, 동료와 떠나는 즐거운 푸드트럭 여행

오늘 소개할 영화는 존 파브로 감독·주연의 영화 <셰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본 영화다. 존 파브로, 일단 이 사람이 재밌다. <아이언 맨> 1, 2편 감독이자 토니의 경호원역을 맡아서 출연하기도 했었고 많은 영화와 미드에서 감독·프로듀서·극작가로 활동하며 종횡무진 하는 할리우드 보석 중에 한 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셰프>에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우정을 과시한다. <빠삐용>으로 기억하는 더스틴 호프먼이 보수적인 식당 주인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식당 매니저이며 주인공 존 파브로의 잠시 그녀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혼한 아내의 전남편으로 나와 짧고 임펙트 있게 똘끼 있는 부호역을 맛깔나게 소화한다.

<원 포더 머니>의 존 레귀자모는 악당 역할의 이미지에서 훈훈하게 비중 있는 요리사 동료로 나와 재미를 더한다. 한 유명 블로거와 온라인 논쟁으로 셰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주인공 칼(존 파브로)과 열 살짜리 아들…. 같은 식당에서 뛰쳐나와 합류한 동료 레귀자모가 푸드트럭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남미와 바다를 경계한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푸드트럭이 뉴올리언스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만들며 여행한다. SNS를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 새로운 온라인문화를 접하게 되고, 아들은 낡은 푸드트럭의 보수부터 요리까지 아버지에게 노동을 배운다.

흐뭇한 영화

즐거운 여행으로 칼은 다시 시작한다. 음악 좋고 풍경 역시 좋은 영화며, 리얼한 대사터치 덕에 킥킥 소리가 나오는 영화다(비슷한 나이 때의 존 파브로처럼 활약할 날을 그려본다. 과연 꿈일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존 파브로처럼 퉁퉁하고 훈훈한 사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할리우드 배경 역시 부러운 점 중에 하나다. 삶이 고통뿐이라 느껴질 때 영화 <셰프>와 연이 닿아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되시길….

 

<www.전창걸.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