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설화’ 주조법 논란

사케처럼 만드는데 우리 전통주?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청주는 우리의 술이다. 일제의 주세법 시행 이후 청주는 지금까지도 일본 술처럼 인식되고 있다. 롯데주류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우리의 전통청주라는 ‘설화’를 출시했다.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주조방식이다. 우리 전통주를 일본 사케식으로 만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식 청주 사케가 한국 주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주류가 우리 전통 청주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고급 전통 청주라고 내세우는 ‘설화’의 제조과정이 일본 사케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쌀 52% 깎아

설화는 롯데주류가 명절 때마다 차례주 백화수복과 함께 매출 상승을 기대하는 전통주 대표상품이다. 롯데주류는 우리나라 전통 청주라는 점을 내세워 중국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설화는 쌀을 52% 깎아내고 특유의 공법으로 장기간 숙성시킨 전통 수제 청주다. 쌀을 깎는 도정과정에서부터 발효, 숙성, 저장 등 모든 제조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한번 빚는 양이 한정돼 있다. 지난 2009년 설화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세계환경포럼 등에서 세계적인 회의의 공식 만찬주 및 건배주로 선정됐다. 대외적으로 귀한 자리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술이라는 게 롯데주류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설화를 우리 전통 청주가 아닌 일본 사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설화 제조방식이 전통 청주가 아닌 사케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을 깎아 만든다. 주조용 쌀알의 겉부분을 깎아내 탄수화물만으로 술을 담근다. 쌀을 얼마나 깎아내느냐(정미율)에 따라 분류된다. 쌀을 40% 이상 깎아 만든 술을 ‘긴조슈’, 50% 이상이면 ‘다이긴조슈’라 한다. 일본에서는 정미율이 높을수록 질 좋은 사케라고 본다.


반면 우리 전통주는 쌀을 깎지 않고 그대로 살려 만든다. 맑은 술인 청주는 조상들이 주식으로 먹었던 쌀밥이 술의 주원료다. 쌀로 빚은 술이 가장 순수하다는 인식에서 쌀을 그대로 살려 단백질을 포함한 모든 영양소를 그대로 안고 간다. 그만큼 실패할 위험이 있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지만 맛이 다양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전통주는 술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술을 빚는다’고 표현한다.

사실상 우리 전통 청주와 사케는 헷갈릴 수 있다. 과거 일제의 역사가 개념을 흐려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술에서 맑은 술 청주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일제에 의해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조선에서는 가양주를 빚지 못하게 됐다. 이후 양조장제도의 도입으로 공장에서 생산 판매하는 술을 사다 썼다. 당시 주세법은 ‘탁주’ ‘약주’ ‘소주’ ‘혼성주’로 묶어 주종분류를 단순화했다. 일본주에 청주를 포함시켜 수천년을 이어왔던 우리 전통주의 근간이었던 청주는 사라졌다.

일제가 한반도를 장악하면서 일본이 한국 청주 시장을 이끄는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 조선청주는 일본 청주에 자리를 내주면서 약주라는 이름으로 전락했다. 약재가 들어간 약주만이 청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 주세법에서 청주는 국(일본식 누룩)으로 빚는 일본청주를 지칭하고 있다.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른 술의 종류·규격 결정권한과 주류 제조·판매 면허 부과 및 취소권, 세율 결정 및 징수권, 생산 및 유통에 관한 관리·감독권 등 술에 관한 대부분의 규제권한을 갖고 있다. 주류 업체에 대해서는 ‘경제검찰’ 공정위보다 영향력이 더 막강하다.

국세청은 전통 청주는 일본 사케 만큼 쌀을 깎아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전통제조법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청주는 만들 때 쌀 정미율이 20∼30% 이하이고, 사케의 경우는 50% 이상 쌀을 깎아내는데 일본에서는 정미율이 높을수록 고급 청주라고 부른다”며 “(일본에서) 도정률을 높이는 이유는 쌀 표면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술 맛의 깔끔함과 담백함을 떨어뜨릴 수 있어 나름대로 보존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롯데주류는 쌀을 깎아내는 정도로 전통제조법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며 반박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쌀을 얼마나 깎아내느냐를 두고 전통제조법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쌀 외피에 있는 단백질이나 지방 등의 부분을 떼어내 맛을 깔끔하게 만들었을 뿐 사케식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약주와 청주는 다르다”며 “도정 여부보다는 원료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쌀 이외에 다른 성분이 들어가면 약주로 구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쌀을 50% 이상 깎지 않는 제품도 있는데, 설화의 경우 좀 더 고급화하기 위해 50% 넘게 깎아낸 것”이라며 “쌀을 많이 깎을수록 고급청주로 불린다”고 해명했다.


세계적 행사에 자주 만찬주로 선정
제조과정 일본 사케식 주조와 비슷

하지만 청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화가 일본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통주 관련 협회 한 관계자는 “일본계 기업으로 유명한 롯데그룹의 롯데주류가 우리 전통 청주를 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제대로 된 전통 청주 만드는 기술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롯데주류가 설화 같은 청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전라도 군산공장을 품으면서 가능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일본이 철수할 무렵 국내에 남아 있던 일본 청주 회사의 수는 100여개로 추정된다. 이 청주 제조장의 내력을 이어받은 곳이 바로 전라도 군산공장이다.

전통주를 만드는 군산공장은 1945년에 조선양조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백화양조-두산백화-두산주류-롯데주류로 변신해왔다.

두산주류 군산공장은 해방 직후부터 60년간 백화수복과 청하 등의 전통주를 생산했다. 지난 2009년 롯데주류가 두산주류BG를 인수하면서 전통주 제조장의 내력을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50% 이상 쌀을 깎아 만드는 술은 사케나 마찬가지”라며 “‘고급 청주’ ‘한정생산’ 등 그럴 듯한 단어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실제로 설화의 모든 제조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생산량도 한정적이라면 일본 사케식이 아닌 전통식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고 비판했다.

술맛도…

전통주 연구원도 “처음에 롯데주류가 우리 전통 청주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설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쌀을 52%나 깎아냈다는 설명을 보고 실망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 전통 술은 쌀을 깎아내지 않고 모든 영양분을 살린다”며 “특수효모로 장기간 저온 발효했다는 부분에서도 우리 전통방식인 자연배양법이 아닌 일본식 배양 효모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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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