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이강환(67)을 눈앞에 두고 놓쳐 결국 공개수배했다.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검거에 나선 경찰은 검거 직전 이씨를 놓쳐 내부정보 유출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목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역의 모 건설사 대표를 협박, 폭행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공갈 등)로 지난 2일 이씨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이씨는 1991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 구속돼 8년간 복역했고, 2000년에는 부산 모 나이트클럽 지분싸움에 연루돼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지만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개 수배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여 차례 부산 모 건설업체 대표 A씨를 협박해 4억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조직원을 동원해 A씨를 납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A씨에게 10억원을 강제로 맡긴 뒤 배당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제경찰서는 이씨를 잡기 위해 지난달 2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전에 이씨의 움직임을 세세히 파악한 경찰은 형사 20여 명을 체포영장 발부 직전 부산의 모 호텔 커피숍에 잠복시켰다. 이씨가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30여 분이 지난 낮 12시20분 쯤이었다. 그런데 이씨 일행은 커피숍에 도착해 전화 한통을 받은 후 화장실 쪽으로 나간 뒤 사라졌다. 호텔 로비에서 소동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이씨를 보자마자 검거하지 않은 경찰의 실수였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28일 체포영장이 만료된 후 물밑접촉을 통해 자수를 권유했으나 이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공개수배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체포영장 발부 직후 이씨가 연락을 받고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검거정보가 새 나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보가 유출된 흔적은 없다. 체포영장 발부 과정에서 다른 경로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을 보는 시선은 따갑다. 검거작전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강환은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경찰의 검거작전을 피해 도주했다는 것은 얼마나 경찰이 허술한 작전을 펼쳤는지를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허술한 작전 경찰 비난
또 다른 네티즌은 “다양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이씨에게 체포영장 발급에 대한 정보정도는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혹시 누군가가 이강환을 발견한다 해도 보복이 두려워 누가 경찰에 신고하겠느냐”고 공개수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씨가 이끄는 폭력조직 칠성파는 이씨의 손위 동서가 1957년 조직해 국내 최대의 폭력조직으로 키운 뒤 이씨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칠성파는 분파를 거듭하면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