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가족 여행 ③전북 군산

1930년대로 떠나는 군산 시간여행

전북 군산에서 익산으로 이어지는 2박3일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바다와 강, 들녘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체험이 계속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근대생활관은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이 재현되어 당시 일상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해망로와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도 함께 둘러본다. 시원한 바다 조망을 즐기며 새만금상설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아리울 스토리>를 관람하는 것도 특별하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문학관과 금강철새조망대를 지나 금강 하구를 거슬러 오르면 익산 웅포에 닿는다. 그윽한 포구의 풍광과 아름다운 낙조를 만나는 곳이다. 운치 있는 들꽃 체험, 자연을 배우는 목장 체험,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의 다도 체험이 기다린다.

<탁류> 초봉이의 설움 담은 도시 군산
시간이 멈춘 그곳...군산의 어제와 오늘
<타짜> 스승 평경장이 고니 가르치던 ‘히로쓰 가옥’
군산 웅포서 금강변의 그윽한 풍광·낙조 감상

1930년대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익산의 자연을 누리는 2박3일 여정은 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이어진다. 여행은 군산 내항에 자리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한다. 물류 유통의 중심 기지였던 군산의 역사를 담은 해양물류역사관과 근대생활관을 중심으로 꾸며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1930년대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성장과 수탈의 모순된 역사를 살던 군산의 아픔과 비참한 현실에서 희망의 빛을 찾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초봉이 살던 토막집 재현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1930년대 군산의 영동상가를 재현한 거리가 펼쳐진다. 개성상인이 많아 송방골목으로 불린 거리에 있던 잡화점, 인력거차점, 형제고무신방, 조선주조주식회사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인력거차점 앞에서는 당시 남학생 교복과 여학생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인기다.

쌀을 거래하던 군산미곡취인소는 오늘의 증권거래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미곡 가격으로 일종의 투기를 하던 곳이다. 미두장이라 불리던 이곳은 군산을 배경으로 쓴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여러 인물이 드나들며 투기하고 돈을 잃는 공간이다. 군산미곡취인소 맞은편에는 가난한 조선인이 살던 토막집이 재현되었다. 당시 월명동, 개복동, 창명동 등 산비탈을 따라 토막집이 있었는데, <탁류>에서 여주인공 초봉이가 살던 곳도 콩나물고개 위의 토막집이다.
군산 내항을 재현한 공간에는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배를 정박한 모습, 수위에 따라 오르내려서 ‘뜬다리’라 불린 부잔교의 모형을 전시한다. 희망의 공간도 있다. 군산좌는 군산 최초의 극장인 군산극장의 전신으로, 각박한 현실에 즐거움을 주고 민족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 열리던 문화 공간이다. 군산좌를 재현한 작은 다다미방에서는 흑백영화 <심청전>을 상영한다. 군산 최초의 한국인 중등교육 기관인 영명학교와 군산역을 재현한 공간,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담은 모형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오른편으로 구 군산세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산세관의 역사와 그 역할에 대해 알아보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왼편으로는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이 이어진다. 각각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4호)으로 사용된 근대건축물로, 일본인이 특혜를 누리며 상권을 장악하는 발판이 되었다. 군산근대미술관과 함께 운영되는 장미갤러리에서는 손수건, 향초 등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어보자. 군산의 근대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둘러보는 군산근대건축관도 의미 있다.
뒤편의 내항 부둣가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실제 사용된 작은 전투기와 군함으로 꾸며진 공원으로, 부잔교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 3~5일에는 군산시간여행축제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진포해양테마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1930년대 군산을 만난 뒤에는 군산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새만금방조제로 향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새만금상설공연장 아리울예술창고에서 펼쳐지는 <아리울스토리>를 관람해보자.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공연으로 다채로운 영상과 음악,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70여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난다.
비응항으로 가면 군산 앞바다를 수놓은 고군산군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드넓은 바다 위의 섬들을 돌아보고, 선유도에 잠시 내려 한가로운 바다 산책을 즐겨도 좋다.
여행 이틀째. 군산 원도심에 남은 근대건축물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급경사를 이루는 지붕에 단청을 입히지 않은 대웅전(등록문화재 제 64호)이 독특하다. 대웅전과 요사채를 연결하는 긴 복도 역시 볼거리다.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183호)은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이 촬영된 명소로,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집을 둘러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고우당은 일본식 가옥을 보수해 숙소와 찻집,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잠시 걸음을 쉬며 여유 있게 머물러도 좋다. 군산간호대학교 안에 있는 이영춘가옥(전북유형문화재 제200호), 금강철새조망대와 채만식문학관을 둘러보고 군산 일정을 마무리한다.

일제강점기 아픔 담은 역사의 현장

군산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익산의 웅포에 닿는다. 금강 변의 그윽한 풍광을 즐기고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곰이 물을 마시는 형상을 닮아 ‘곰개나루’라 불리는 옛 나루터의 정취도 느껴보자. 금강 변의 여유를 만끽하는 웅포관광지 캠핑장도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금강 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마다 다채로운 체험장이 이어진다. 마지막 날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체험을 추억으로 남겨보자.
함라초당은 수수한 들꽃을 만나고, 꽃잎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향기로운 꽃차 한잔 마시고 산야초 효소 만들기, 구절초 비누 만들기, 꽃차 만들기 등 체험을 만들며 성큼 다가선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낙농 체험지로 각광받는 장원목장은 치즈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맛있는 과일을 직접 따보는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 여름에 수확한 블랙초크베리를 넣어 과일 요구르트를 만들고, 가을을 맞아 한창인 키위도 직접 따서 먹어보자.
익산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함라산림문화체험관은 우리나라 가장 북쪽의 차 재배지와 함께 자리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아담한 차 밭이 있는 체험관에서 차를 전공한 관장님의 시범에 따라 다도를 배울 수 있다. 창밖 숲의 전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이 특별한 추억이 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당일 여행 코스   [군산 근대 역사 기행]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익산 체험 여행] 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웅포관광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 [둘째 날] 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 웅포관광지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둘째 날] 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이영춘가옥→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웅포관광지 [셋째 날] 장원목장→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새만금상설공연장 www.jbopenrun.com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www.wmmarine.com
  ·채만식문학관 http://chae.gunsan.go.kr
  ·함라초당 www.hamrachodang.com
문의 전화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새만금상설공연장 063)282-8398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063)445-2240
  ·채만식문학관 063)454-7885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9-5778
  ·함라초당 063)856-1364
  ·익산산림조합 함라산림문화체험관 063)862-1910
  ·장원목장 063)862-6693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 하루 9회(05:35~20:35)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새마을호 하루 6회(07:35~17:37)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군산역 앞에서 71번 버스 타고 내항사거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팔마광장터미널 정류장에서 1, 2, 8번 버스 타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구암로 따라 5.52km 이동→구암교삼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방향 좌회전→구암로 따라 1.34km 이동→경암사거리에서 비응항·새만금방조제·해양경찰서 방면 우회전→해망로 따라 1.9km 이동→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숙박 정보
  ·고우당 :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굿스테이)
  ·그랜드빌딩 : 군산시 장미1길, 063)445-6789 (굿스테이)
  ·프로방스 : 군산시 가도2길, 063)466-3201 (굿스테이)
  ·나드리게스트하우스 : 군산시 월명로, 063)445-1514, www.군산게스트하우스.kr
  ·(주)왕궁온천 : 익산시 왕궁면 온천길, 063)291-5000, www.wgspa.co.kr (굿스테이)
  ·익산유스호스텔 : 익산시 마한로, 063)850-2000, www.irion.or.kr
  ·미륵산자연학교 : 익산시 삼기면 죽청길, 063)858-2580, www.mireuksan.com
식당 정보
  ·아리랑 : 보리돈가스, 군산시 해망로, 063)442-1207
  ·빈해원 : 짬뽕·물짜장, 군산시 동령길, 063)445-2429
  ·유정초밥 : 초밥, 군산시 대학로, 063)445-9844
  ·만나리식당 : 백반, 군산시 구영4길, 063)446-7016
  ·이성당 : 단팥빵·야채빵, 군산시 중앙로, 063)445-2772
  ·함라산황토가든 : 오리주물럭, 익산시 함라면 백제로, 063)856-3399
  ·미륵산순두부 : 순두부백반,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063)836-8919
  ·전주소바 : 소바·콩국수, 익산시 목천로, 063)842-3288
축제와 행사 정보  군산시간여행축제 : 2014년 10월 3~5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원,http://festival.gunsan.go.kr
주변 볼거리  월명공원, 은파호수공원, 익산 미륵사지, 익산보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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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