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가족 여행 ②전남 진도

주말엔 남도문화를 찾아 보배의 섬으로 떠나요

성큼 다가온 초가을 기운을 만끽하며 주말에 떠나는 2박 3일 진도 여행을 추천한다. 첫날은 명량해전의 역사적 현장인 울돌목과 진도대교, 그리고 두 곳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진도타워를 일정에 넣자.  

충무공 이순신 호국정신 깃든 역사와 민속예술의 보고
해상무대·녹진광장 일대 매년 명량대첩축제 주요 무대

뜨겁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선선한 계절의 기운을 만끽하며 온 가족이 찾기 좋은 초가을 여행지로 전남 진도를 추천한다. 강강술래와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등 긴 세월 이어 내려온 민속예술의 원형을 만나고, 남종화의 산실인 운림산방과 충무공 이순신의 호국 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거닐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자. 오후 7시 국립남도국악원의 금요상설공연에 늦지 않도록 시간 조절은 필수다. 금·토요일 1박 2일로 진행되는 주말문화체험에 참가해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다.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일정이 끝난다. 둘째 날인 토요일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과 진도명품관 2층 진도민속체험장에서 오후 4시나 7시에 열리는 공연을 꼭 챙긴다. 국립남도국악원의 금요상설공연이 격식을 갖춘 한정식이라면,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은 푸근하고 알뜰한 집 밥 같다. 진도민속체험장 공연은 관객과 무대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기회다. 

마지막 날엔 남종 문인화의 산실인 운림산방, 소전미술관과 장전미술관(구 남진미술관) 등을 둘러본다. 진도 남도진성, 진도개테마파크, 세방낙조 등 진도 곳곳의 명소를 일정 사이사이에 배치하면 알찬 2박 3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진도는 제주와 거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하지만 육지 끝인 해남과 다리로 연결되고, 나지막한 구릉과 논밭이 사방에 펼쳐져 정작 안에 들어서면 진도가 섬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소리 내 우는 바다 길목


금요일에 떠나는 2박 3일 진도 여행은 진도대교를 건너며 시작된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조류가 가장 거센 명량해협을 가로지른다. 정유재란(1597년)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의 역사적 현장이다. 명량은 ‘소리 내어 우는 바다 길목’이란 뜻. 순우리말로는 ‘울돌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렁찬 굉음을 내며 소용돌이치는 물살 앞에 서면 금방이라도 그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진도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이충무공 동상이, 왼쪽은 녹진광장과 진도타워가 반긴다. 동상 옆 해상무대와 녹진광장 일대는 10월 9~12일 진도군과 해남군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명량대첩축제의 주요 무대가 된다. 7층 규모의 진도타워는 진도대교와 울돌목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포인트다. 진도의 옛 생활상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옛 사진관, 진도군 역사관, 명량대첩 승전관 등도 찬찬히 둘러보자.
진도는 민속예술의 보고(寶庫)로 불릴 만큼 다양한 무형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가 강강술래(8호), 남도들노래(51호), 진도씻김굿(72호), 진도다시래기(81호) 등 4종이나 되고, 전남무형문화재도 진도북놀이(18호), 진도만가(19호), 남도잡가(34호), 진도소포걸군농악(39호), 조도닻배노래(40호) 등 5종에 이른다. 진도아리랑 같은 남도 민요도 있다. 진도의 진면목을 보려면 이들 진도의 ‘소리’를 듣고, 그 속에 깃든 신명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진도 여행 일정에 국립남도국악원과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문화체험장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 이유다.
국립남도국악원은 금요일 오후 7시에 소리와 춤, 기악을 망라하는 금요상설공연 〈국악 산수화〉나 외부 초청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매월 첫째·셋째 주에 외부 공연을, 둘째·넷째 주에 자체 공연을 진행하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주말문화체험에 참가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가족 단위로 매주 금·토요일 1박 2일간 진행되며, 공연 관람 외에 강강술래 배우기, 국악 배우기, 남도 문화 체험 등이 포함된다. 예약은 필수.
둘째 날인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을 관람한다. 남도들노래, 진도북놀이, 남도잡가 등 흥겨운 민속 공연이 1시간 30분가량 펼쳐진다. 국립남도국악원의 금요상설공연이 격식을 갖춘 한정식이라면,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은 푸근하고 알뜰한 집 밥 같다. 공연이 끝나면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추첨을 통해 진도 특산품을 선물로 준다. 

국립남도국악원 금요상설공연과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 모두 빈 좌석을 찾기 힘들고, 관객이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공연을 직접 관람하면 왜 진도를 남도 소리의 본향이라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도명품관 2층 진도문화체험장에서 매주 목~토요일 오후 4시와 7시에 펼쳐지는 공연은 좀 색다르다.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나들고, 공연자와 관객의 소통도 자유롭다. 조도닻배노래 예능 보유자인 조오환 단장의 진행으로 진도민속문화예술단원이 진도아리랑, 북춤, 진도만가, 진도엿타령 등을 한 시간 정도 공연한다. 관람료는 5000원으로 진도홍주, 떡, 조청 등 진도 특산품을 맛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진도명품관 1층에서 진도홍주와 조청을 비롯해 검정쌀, 돌미역, 구기자, 울금 등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고, 온라인(www.jindomall.com)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장전미술관 국보급 작품 즐비

마지막 날엔 진도의 서화를 주제로 운림산방, 소전미술관, 장전미술관(구 남진미술관)을 둘러보자. 먼저 진도 운림산방(명승 80호)은 조선 시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허유, 1808~1893) 선생의 화실이다. 소치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뒤 고향 진도에 내려와 첨찰산 아래 운림산방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화실 앞 연못 한가운데 작은 섬이 있고, 아름다운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운치가 빼어나다. 아쉽게도 현재 연못 보수공사 중이라 본래의 운치를 느끼긴 어렵다. 소치의 화풍은 아들인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을 거쳐 직계 5대손 및 방계인 의재 허백련 등에게 계승되어 현대 호남 화단의 주축을 이뤘다. 운림산방 안에 자리한 소치기념관에서 허씨 집안 5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소전미술관은 추사 이래 서예계의 대가로 꼽히는 소전 손재형(1903~1981) 선생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장전미술관은 소전의 제자인 장전 하남호 선생이 2650㎡ 대지에 본가, 연원관, 양서제, 미술관 등을 건립해 1989년 문을 열었다. 미술관 3개 층에 장전 선생이 소장해온 작품을 전시하는데, 추사와 다산을 비롯해 공재 윤두서,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 등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화가들의 국보급 작품이 수두룩하다.
장전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여유가 되면 20여분거리에 있는 진도 남도진성(사적 127호)도 들러볼 만하다. 조선 시대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한 수군 진영의 진지로 사용되었고, 총 길이 610m, 높이 5.1m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성 외곽을 건너다니기 위해 축조한 쌍운교과 단운교는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라고 한다. 

진도 별미로는 듬북국을 추천한다. 듬북은 모자반과에 속하는 해조류로 진도군 조도 주변에서 소량 채취되는 귀한 재료다. 맛과 영양이 돌미역과 같아 임산부와 여성에게 특히 좋으며,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진도읍 맛나식당이 갈비듬북국과 전복듬북국을 잘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진도타워와 진도대교→국립남도국악원(금요상설공연)
둘째 날 : 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진도문화체험장→세방낙조
셋째 날 : 소전미술관→운림산방→진도 남도진성→장전미술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국립남도국악원  www.namdo.go.kr
· 진도군 농수특산물장터(진도몰)  www.jindomall.com


문의 전화
·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4-0151    · 진도타워 061)542-8787
· 국립남도국악원 061)540-4033           · 진도향토문화회관 토요민속여행 061)544-8978
· 진도문화체험장 061)544-1196           · 운림산방 061)540-6286
· 소전미술관 061)540-3540                 · 장전미술관 061)543-077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도 : 센트럴시티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5, 09:00, 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진도공용터미널 061)544-2121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영산호하굿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우수영→진도대교→진도타워

숙박 정보
· 운림예술촌 : 의신면 의신사천길, 061)543-5889, www.jindoullim.com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지중해펜션 :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2-9600, www.jdjijoonghae.com

식당 정보
· 맛나식당 : 전복듬북갈비탕, 진도읍 남산로, 061)544-6171
· 묵은지 : 갈비살·생고기, 진도읍 남동1길, 061)543-2242
· 기와섬 : 회정식, 진도읍 남산로, 061)543-5900
· 나주곰탕 : 곰탕·갈비탕, 진도읍 남동1길, 061)542-7179, http://cityfood.co.kr/h9/najugomtang3

축제와 행사정보
· 명량대첩축제 : 2014년 10월 9~12일, 해남군 우수영관광지·진도군 녹진관광지 일원, www.mldc.kr

주변 볼거리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진도 쌍계사, 첨찰산, 진도 용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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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