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S한방병원 '고가 암치료' 공방전 전말

‘산삼 약침’암환자에 효과 있나 없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울 강남 소재 대형 한방병원이 암 환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기암 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병원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 병원이 내세운 치료 방법은 '산삼약침.' 하지만 약침은 거의 '맹물'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박모씨는 아내를 잃었다. 원인은 대장암. 사망 당시 아내의 나이는 불과 35세.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박씨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S한방병원(전 S한의원)이었다. 지난해 3월, 박씨는 아내와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박씨는 '살 수 있다'는 말 한마디를 믿고 1회 60만원인 약침치료 20회, 총 1200만원과 미네랄주사·면역칵테일·닥터라민 100·리피션 20% 등 양방치료 182만원, 총 20일 치료에 1382만원이라는 금액을 결제했다.

충청도 지역에 거주하는 데다 아이들이 어려 학교문제 때문에 박씨의 아내는 서울 신림동 친척집에 기거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20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S한방병원의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한 달만 치료를 받고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지속적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S한방병원의 말을 다시 믿고 600여만원을 추가 결제하면서까지 치료를 이어갔다.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8월, 박씨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20일 치료에
1400만원 들어

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정모씨는 2012년 4월 말경 아버지가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게 됐다. 정씨는 정확한 검사를 받기 위해 부친을 서울 대형병원으로 모셨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각종 말기암 환자들의 완치 사례가 수십개 올라와 있고 TV 출연으로 시술법을 공개한 S한방병원을 알게 됐다. 정씨는 예약을 하고 2012년 5월 중순 경 부친과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았다.

정씨에 따르면 S한방병원은 부친의 MRI 사진을 보고 '우리가 제조한 산삼액기스를 정맥에 투입하면 암세포가 점차 줄어들어 그 효과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알 수 있다' '비용이 비싸긴 한데 적절한 시기에 잘 찾아왔다'며 정씨를 안심시켰다. 정씨는 어떻게든 부친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한 달에 900만원씩 3개월간 집중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삼척에서 서울까지 왕복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정씨는 S한방병원 근처 월세 140만원의 오피스텔을 얻어 기거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3개월 뒤, S한방병원은 정씨에게 부친의 혈액 검사결과와 사진을 보여주고 '암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다시 3개월간 450만씩으로 해 좀 간격을 두고 치료를 하자고 제안, 다시 3개월 치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부친은 야위어만 갔다. 차도가 없다고 생각한 정씨는 다시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재검진을 받았고 '암이 온 몸으로 전이되어 1~2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간이 암으로 덮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삼액기스 같은 액체를 주입하면 급속도로 간이 상해 상태가 악화된다는 게 대형병원의 설명이었다. 그 후 부친은 대형병원의 예상대로 2개월 뒤 세상을 등졌다.

희망 없는 말기 환자 절박함 악용
한달에 1000만원…병원 배불리기

당시 정씨는 억울한 심정에 S한방병원을 찾아가 책임 추궁을 하고 싶었지만 의학적인 지식도 부족한 데다 이미 부친이 돌아가신 뒤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JTBC <리얼시사매거진 뉴스맨>에서 '암 치료, 한방병원 산삼 약침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산삼액기스의 효능 및 인터넷 홈페이지 완치사례가 모두 거짓이며 특히 산삼성분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 방송됐고 정씨는 지난해 7월10일 S한방병원 원장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이 내린 판단은 '불기소.' "당초 피의자인 A씨가 광고한 것과 달리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등 산삼 성분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산삼약침에는 원래부터 산삼 성분이 없다고 하였고, 따라서 피의자인 A씨가 고의로 불필요한 치료행위를 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시 말해 산삼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원래 산삼 성분이 없는 약침이니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 있는 사포닌을 이르는 말로 최근 항암,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밝혀지면서 생리활성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허위 광고를 해왔다는 점이다. S한방병원의 2013년 당시 홈페이지를 보면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면역 세포를 포함한 정상 세포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진시킬뿐더러, 암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나눠준 <12주 약침 요법>이라는 책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귀가 실려 있다.

올해 6월 홈페이지에도 'S약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의 주원료인 파낙스 진액에 있는 진세노사이드, RG3, RH2, COMPOUND K 성분은 종양세포의 자연 사멸을 유도하여 항암효과를 낳고,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된 근거는 세계적 학술지에도 수차례 보도된 바 있고, 국내 논문에도 약침의 항암 작용에 대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진세노사이드는 암세포 사멸효과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는 성분입니다'라고 적시했다. 올해 9월 기준, 해당 광고글은 삭제되어 'S약침은 23여가지의 순수 한약재로 만든 약침입니다'하는 글로 대체된 상태다.


논란 되자
광고글 삭제

정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안수기도로 암을 낫게 해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사람이 고발당해도, 종교계와 의학계에서 원래부터 안수기도로 암이 낫는 것은 아니라고 증명한다면, 기도를 빙자해 거액을 받아 챙긴 사람도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위와 같은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S한방병원 사건에 대해 기소 유무를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최근 원장 A씨의 사기 혐의가 있다며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을 통해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검찰 조사 결과 산삼 성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는 증거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 28장 중 2장을 제외하고는 호전됐다고 볼 수 없는 사진"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산삼 약침과 S약침을 말기암 환자의 정맥에 주사했을 때 항암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한방 암 전문의

정씨와 박씨 등 피해자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해오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서울고법의 강제기소 명령을 환영하면서 "현재 고소장을 접수한 5명 외에 추가로 수백명의 피해자들을 규합해 S한방병원에 대해 대규모 집단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한방병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진세노사이드 성분에는 전의총에서 주장하는 RH2, RG3 이외에도 다른 성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S한방병원이) 직접 성분분석기관에 산삼 약침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세노사이드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있는데 일부 성분이 미포함됐다고 해서 산삼 성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심지어 RH2와 RG3 성분도 극미량 검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의총과 고소인, S한방병원 측의 주장이 상반돼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에 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S한방병원의 허위·과장 광고는 산삼약침 효능에 그치지 않는다. S한방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암 치료만 20여년을 해온 국내 유일의 한방 암 전문의가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외과 전문의는 26개 진료과목으로 분류하며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한의사 전문의는 8개 진료과목으로 분류되며 역시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S한방병원은 또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양한방 전문의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양한방 전문의라는 자격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광고 문구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삭제하거나 다른 문구로 교체했으며 동영상 또한 해당 언급을 빼고 재촬영해 게재했다"며 과장 광고를 인정했다. 실제로 과장 광고가 논란이 된 직후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한방 암 전문의' '양한방 전문의'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호전 사례 90% 이상 허위 사실
전의총 대규모 집단 소송 예고

S한방병원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발표한 '클라츠킨 종양 약침 반응 증례 발표'라는 논문이 증례보고 논문이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대조군이 없다는 것.

증례보고는 매우 드문 질환을 발견했거나 같은 질환일지라고 상당히 독창적이고 특별한 임상 경과를 보였을 경우 가능한 보고다. S한방병원의 논문같이 특별한 치료 경험을 증례보고 하려면 최소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여러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똑같은 조건에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치료받지 못한 명확한 대조군을 설정해야 한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전의총은 "하지만 S한방병원은 대조군 처리가 전혀 안 된 단 하나의 임상 증례를 가지고 논문 발표를 했다"며 "산삼약침 치료를 받고 종양이 줄어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처음 진단시 종양의 크기' '한의원 치료 직전 종양의 크기' '치료 중 종양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지만 논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S한방병원은 "전의총의 주장대로 논문이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면 학회 통과자체를 못했을 것이다"며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CT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암 환자 호전 사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 암 치료 호전 사례라고 하면서 CT 사진과 함께 올라온 28명의 사례를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S한방병원이 호전 됐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의 CT 사진 대부분이 판정 불가한 상태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중에는 서로 다른 부위를 올려놓고 호전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상 실제로 호전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의혹제기는 억지"
"재판에 따를 것"

사례를 분석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비교 판독이라 할 때 가장 우선되는 조건은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사진의 조건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S한방병원에서 제시한 전후 사진을 보면 같은 조건의 사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S한방병원의 한의사들이 영상검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당장 CT 사진을 이용한 홍보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뒤 "만약 환자들이 호전된 게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렇게 엉터리 사진을 홍보자료로 올렸다면 아주 죄질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이에 S한방병원은 "호전이 되고 안 되고를 S한방병원에서는 판단하지 않고 환자들이 최초 암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가져온 판독지를 보고 그 판단을 그대로 인용할 뿐"이라며 "12명의 환자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전·후 필름이 동일하고 환자들도 S한방병원의 약침 치료로 암이 호전됐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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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