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신의 직장 베일 속 은행연합회 실체

철밥통보다 낙원인 '무쇠밥통'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신도 부러워할 만한 조직이 그 실체를 공개했다. 직원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유급 휴직을 보장하고 낙방해도 다시 뽑아준다. 해외 출장에 동반한 배우자의 실비를 지급하고 자녀 대학 학자금을 무제한 지원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 100억원을 보유한 은행연합회 얘기다.

금융업계 수익성이 날로 악화됨에 따라 금융권 회사들이 점포·기수 축소, 감원 등으로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침체와 국내 주식시장 거래 급감이 원인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수천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임원퇴직 위로금을 폐지하고 이사보수 한도를 하향 조정하는 등 비용절감에 한창이다.

그들만의 잔치

이런 상황에서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조직이 금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포착됐다. 표면적으로는 민간기구지만 은행사들을 회원사로 둔 터라 공적 성격을 띤 은행연합회가 주인공이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직원 자녀에 대해 학자금을 한도 없이 전액 지원했다.

은행연합회는 직원 자녀(중학생 이상) 학자금을 지원하면서 특수목적고 재학생과 특수계열 대학생에 대해 한도 규정 없이 학자금을 전액 지원해 왔다. 자립형사립고나 외고 같은 특수목적고에 대한 입학금, 수업료는 물론 의학·한약계열, 공대 등 특수계열 대학생의 수업료, 학생회비까지 지원했다.


일반고와 특목고 학생, 일반계열과 특수계열 대학생 간 지원액에 큰 차이가 생겨 형평성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해 일반고를 다니는 자녀에 대해 지급된 학자금은 1인당 평균 161만원에 불과했지만 특목고를 다니는 자녀에 대한 평균 지원액은 446만원으로 3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임원이 해외출장을 갈 때는 동반 배우자의 여비도 지급했다. 은행연합회는 국외 출장 관련 규정에서 임원 출장 시 '필요한 경우' 배우자를 동반할 수 있으며 배우자 여비도 실비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경우'의 세부 요건은 명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임직원 출장비용으로 기본체재비와 일당체재비, 해외교섭비라는 비슷한 명목으로 출장비를 중복 지급했다. 출장계획서나 출장보고서에 대한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았다.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직원에게는 재직 기간 동안 2차례에 걸쳐 3개월 이내에서 유급휴직을 주면서 급여의 25%를 지급했다.

이밖에 시간외 근무수당과 연차휴가 보상금을 과다 지급했으며 매년 사무실 환경 조성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예술품(서화)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700만원, 2013년 4180만원, 2014년 4월까지 2139만원이 '예술품 구입비'로 집행됐다. 또 본인 질병에 의한 휴직자에게 재직기간에 따라 기간을 차별해 부과하는 규정도 문제가 됐다.

무제한 학자금·배우자 출장비 지원
공직 선거 출마한 직원에 유급 휴직

은행연합회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지난 3월말 기준 100억원(1인당 7143만원)을 보유하고 있어 1인당 평균 2000만원이 되지 않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총 25개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24개 분야에 대해 2개월 이내 조치하도록 개선, 시정, 권고를 통보하고 예술품 구입 등 비품예산 집행 항목은 기관주의 처분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연합체로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신용거래 질서 확립을 내세워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1928년 설립된 경성은행집회소를 모체로 하며 81년 전국지방은행협회를 흡수한 뒤 84년 5월 전국은행연합회로 개편됐다.

조직은 크게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로 나뉘는데 의결기구는 총회와 정사원은행(시중은행협의외, 특수은행협의회, 지방은행협의회), 준사원은행(외국은행협의회, 20개 위원회)로 이뤄져 있고 집행기구는 14팀 1실(민원상담실)이다. 한마디로 은행연합회는 2000조원을 넘는 자산 규모를 가진 국내은행을 대표하는 단체이자 생보협회, 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민간금융단체의 '맏형'인 것.

은행연합회는 표면적으로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은행과 은행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은행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모피아'로 통하는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출신이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 소통 역할이라기보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변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 역대 회장들은 모두 모피아다. 1대 김준성 전 회장과 2대 신병현 전 회장은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3·4대 정춘택 전 회장은 외환은행장·산업은행 총재 및 증권감독원장을 지냈다. 6대 이동호 전 회장은 내무부 장관과 산업은행 총재 출신이고 7대 류시열 전 회장은 한국은행 부총재와 제일은행장 출신이다.

낙하산 투성이

9대 유지창 전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거쳐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됐고 유 전 회장과 행정고시(14회) 동기인 10대 신동규 전 회장은 재정부 기획관리실장과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현재 수장인 박병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이다.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영대 부회장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2012년 2월 김 부회장이 은행연합회 부회장 후임으로 거론되자 은행연합회 노동조합이 노조위원장의 삭발식 등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에 들어갔던 적도 있다.

모피아 출신으로 은행연합회에 재취업한 역대 회장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7억200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 4억9000만원에 50% 이내로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어 최대 7억3500만원까지 가능한데 한도를 거의 채워 받은 것. 은행연합회 임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억3600만원에 달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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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