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자들‘성인피시방’에 몰리는 까닭

누드걸 ‘주물럭 서비스’에 흐물흐물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유흥가에서는 물론이고 주택가 한 가운데에서도, 이발소에서도, 오피스텔 건물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진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든’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대열에 또 하나의 업소가 추가됐으니 다름 아닌 ‘성인 피시방’이다. 최근 성인피시방이 한 단계 더 ‘진보’했다. 이제는 단순히 가만히 앉아 포르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혹은 유사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대체 성인피시방에선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눈치 볼 필요 없고 가격도 저렴 마니아들 급증
음란물 보면서 유사성행위 가능 매력에 ‘풍덩’   


애초 성인피시방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성인들이 포르노 동영상을 보러 가는 곳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반 피시방과는 다르게 소규모 방이 마련되어 있고 이곳에서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 개념이었던 것.
실제 포르노를 어디에서 다운받아야하는지 모르는 많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실내 인테리어는 열악하고, 여성들의 수질도 ‘심각하게’ 떨어지지만 이곳을 자주 찾는 마니아들까지 생기고 있다.

뜨내기 손님
수요는 ‘꾸준’

중년 직장남성 최모(56)씨는 최근 들어 성인피시방을 자주 이용한다. 물론 회사에도, 집에도 사양이 좋은 컴퓨터는 있지만 그가 피씨방을 찾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다름 아닌 그곳에서 ‘유사성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
일단 실내는 값싼 합판으로 칸을 나눠놓은 방들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서 포르노를 보면서 서서히 흥분될 즈음에 누군가가 ‘똑똑’하고 문을 두드린다. 다름 아닌 유사성행위를 도와주는 여성이 도착한 것.

그녀는 잠시 포르노를 함께 보는 듯하면서 서서히 남성의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잠시 후 손은 남성의 성기에 올라가게 되고 마음껏 ‘주무르기’ 시작한다는 것. 남성의 표정을 살피던 그녀는 이제 남성에게 ‘바지를 벗어라’고 주문을 한 뒤 사정을 할 수 있도록 손으로 유사성행위를 한다.
요즈음 이런 성인피시방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하는 최씨는 “사실 55살이 넘은 내 나이에 대딸방이나 키스방 같은 곳에 가는 것도 웃긴 일이 아닌가. 그런 곳에 가면 아가씨들도 나를 싫어하는 눈치를 보인다. 자기네들도 웬만하면 젊은 남성들과 하고 싶지 나같은 ‘노땅’이랑 하고 싶겠나”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이어 “처음에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몇 번 드나들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싫어서 차라리 성인피시방에 간다. 그곳에 젊은 남성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이 나 같은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다.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싼 곳은 2만원, 비싼 곳이라고 해봐야 4만원 정도다. 낯선 여인이 사정을 도와주는 비용치고는 그리 비싸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여성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 맛도 제법 쏠쏠하다. 특히 멀뚱히 있는 것보다는 포르노를 보면서 그런 행위들을 하면 더욱 자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성인피시방을 다닐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런 성인피시방은 사실 ‘음지의 성매매 업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음지’라는 것은 기존의 성매매 시장에서 그리 큰 규모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이 같은 성인피시방은 서울 전역에 30여 개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수요도 적고 공격적인 영업방식도 채택하지 않는다. 여느 업소들처럼 유흥관련 사이트에 기행기를 올리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단 업주들 스스로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뜨내기로 오는 손님이 있으면 받을 뿐이다.

그런 만큼 손님들 스스로도 이렇게 성인피시방에서 유사성행위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손님이 포르노를 보고 있으면 주인이 다가가 ‘아가씨가 필요하냐’라고 물은 뒤 손님이 원하면 아가씨를 불러주는 방식이다.

‘나이든 여성’에게
페티시즘 느낀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여성들을 ‘아가씨’의 범주에 넣기는 좀 곤란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한결 같은 전언이다. 대부분 40대 이상의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과거에 화류계나 퇴폐 이발소 등지에서 일을 했던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녀들은 특정한 업소에 속해 남성들을 상대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프리랜서’로 그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많다. 남편이나 자식이 없이 홀로 사는 경우도 상당수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니 결국 성인피시방에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여성서비스에 은근히 중독성 느끼는 남성 다수
단속의 사각지대란 이유로 성인피시방 선호해


성인피시방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봤을 뿐만 아니라 실제 외부에서 별도의 만남도 가져봤다는 조모(35)씨는 “사실 상당수의 화류계 여성들과 외부에서 별도로 만남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업소 자체에서 그런 만남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피시방 같은 곳에서 그런 게 있을 리는 없다. 오히려 여성들은 자신들을 만나줄 남성들을 기대하곤 한다. 그래야 밥도 얻어먹고 술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이어 “작업이 무지하게 쉬운 곳이 성인피시방이다. 이제까지 한 3명 이상의 여성들을 그런 식으로 만나본 것 같다. 그녀들을 만나서 내린 결론은 모두들 과거 화류계 경험이 있으면서 이제 더 이상 그 누군가에게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또 “게다가 남성과의 잠자리를 무척 좋아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섹스가 끝나고 나면 돈을 받기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즐겼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금액을 요구하지도 않고 얼마의 돈을 달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면 주는 대로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귀띔했다.

성매매는 현행법상 불법
단속의 끈 놓치 말아야

여성들의 서비스에 은근히 중독성을 느낀다는 젊은 남성들도 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나 스스로 그런 이색적인 변태 행위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방석집은 물론이고 온갖 유흥의 형태를 겪어봤다. 그런데 성인피시방의 경우 또 하나의 페티시즘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고 입을 열었다.
정씨는 이어 “피시방이라는 곳은 애초에 게임을 하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성매매라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낯선 여성과 포르노를 함께 보면서 자위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낯선 환경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또 “거기다가 나이든 여성이 나온다는 것도 나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인 점이다. 남성들은 대부분 ‘영계’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영계에 질리면 그때부터는 나이든 여성을 찾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성인피시방은 나이가 좀 든 ‘질펀한 여성’들과 음란한 행위를 하기에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느끼는 성인피시방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단속으로부터 ‘거의’ 자유롭다는 점이다. 실제 안마시술소, 대딸방, 오피스텔, 키스방 등 현재 단속의 대상이 되는 업소의 형태는 너무나 많은 반면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경찰의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성인피시방은 단속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그 영향력 자체가 미미하다. 일부 남성들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라도 성인피시방을 선호하는 경우까지 있다.

직장인 이모(36)씨는 “기혼자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 단속이다. 참고인 조사를 받는 경우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떨릴 지경이다. 만약 그 사실을 아내와 집에서 알기라도 하면 이후 결혼 생활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어 “그런 점에서 성인피시방은 비록 상대하는 여성의 외모가 떨어지고 나이가 좀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단속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이다. 얼마든지 단속을 피해갈 수 있는 ‘틈새 성매매 업소’는 있게 마련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간에선 이럴수록 경찰은 단속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어쨌든 성매매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이런 틈새시장을 허락할 경우 향후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다양한 형태의 변태업소를 단속할 수 있는 명분마저 잃어버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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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