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경찰관 집 턴 간 큰 도둑
그 반지가 경찰 반지일 줄이야…

현직 경찰관의 집에서 경찰학교 졸업기념 반지를 훔쳐 팔아넘긴 ‘간 큰’ 절도범이 결국 훔친 반지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6일 경찰관의 집에 들어가 시가 5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장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강도와 절도 등 전과 20범인 장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2개월도 안 된 지난해 11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이모(9)군의 뒤를 쫓아 집에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잠시 후 장씨는 이군에게 자신을 컴퓨터 수리공이라고 속여 집에 들어간 뒤 안방 서랍에 있던 현금 140여만원과 귀금속 10여점 등 시가 550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쳤다. 범행 직후 장씨는 종로의 귀금속 가게에 가 훔친 반지와 목걸이를 팔아 넘겼다.

하지만 장씨가 훔친 반지는 현직 해양경찰 이모(36)경감이 경찰종합학교를 졸업하면서 기수와 이름 등을 새긴 기념 반지. 그 사실을 몰랐던 장씨는 결국 장물조사를 나온 경찰에 의해 수사대상에 올랐다. 그리고 경찰은 장씨가 반지를 처분할 때 남긴 연락처를 토대로 장씨를 검거했다.

항문에 필로폰 숨겨 온 엽기 밀수범
 “그곳에 숨기면 안 들킬 줄 알았는데…”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몸속에 숨긴 뒤 국내로 반입하려 한 혐의로 김모(38)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지난 5일 중국 웨이하이시에서 콘돔에 싼 필로폰 14.88g을 항문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해 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김씨가 밀수하려 한 필로폰 양은 1회 투약분인 0.03그램으로 환산하면 약 5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중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중국으로부터 필로폰 밀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출입국 검사 때 신체 수색이 곤란하다는 점을 악용해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세상인 상습적으로 괴롭힌 조폭
“신고하면 가만 안 둬”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전 해운대파 부두목 김모(54)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상가번영회 사무실에서 상인 A씨가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달 상인 B씨가 자신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을 수사기관에 진술했다는 이유로 보복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김씨는 해운대 주변 영세 상인들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수년간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러 상인들의 생업에 지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김씨의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보복 폭행을 당할 것을 우려해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으며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단순 폭행으로 처리돼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쳐 김씨의 폭력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 행각 벌인 20대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내 밥줄”

서울 광진경찰서는 퇴근 시간이나 설날 귀성으로 혼잡한 지하철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소매치기를 해온 장모(29)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승하차 시민들로 혼잡한 틈을 타 전모(28·여)씨의 가방 속에서 현금 6만원, 신용카드 1매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훔치는 등 지난 1월초부터 최근까지 30여 회에 걸쳐 500만원 상당을 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주로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저녁 퇴근시간대 지하철에서 지퍼가 없거나 열려 있어 지갑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는 가방을 지닌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갑과 내용물을 하루 정도 가지고 다니다가 야외 쓰레기통에 따로따로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씨가 지퍼가 열린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는 일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며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통카드 충전기계로 1400만원 챙긴 편의점 알바
공짜로 충전하고 사이버머니로 바꾸고

교통카드 충전기계의 허점을 이용해 공짜로 카드를 충전하는 수법으로 1400만여 원을 챙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6일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김모(19)군 등 5명을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교통카드 충전기계에서 충전 완료 직전에 카드를 떼어낼 경우 충전금액은 저장되지만 결제는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교통카드를 공짜로 충전했다. 김군 등이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충전한 금액은 184차례에 걸쳐 1400만여 원에 이른다.
이들은 교통카드에 충전된 돈을 사이버머니로 바꾼 뒤 인터넷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구입해 되파는 수법으로 현금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현금화한 돈을 쇼핑 등에 모두 사용했다. 김군 등은 경찰에서 “충전 도중 실수로 카드를 떨어뜨렸는데도 충전이 되는 것을 우연히 보고 신기해 계속 시도하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몇십만원 정도 시도했는데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 배달부 속여 거스름돈 챙기다 덜미
수표밖에 없다더니…

피자 값을 수표로 내겠다고 한 뒤 거스름돈만 받아 챙긴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6일 “수표로 지불 하겠다”며 피자를 주문한 뒤 배달원을 속여 거스름돈만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21일 오후 5시쯤 동대문구의 한 피자가게에 1만5000원짜리 피자 한판을 주문하면서 10만원권 수표로 계산하겠다고 속였다. 그 뒤 배달원 김모(16)군이 장안동 A 연립주택 앞으로 피자와 함께 거스름돈으로 가져온 8만5000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피자가게 인근의 주택 맨 위층에서 시킨 것처럼 공중전화로 주문한 뒤 주택 출입구에 서서 “잔돈은 나에게 주고 수표는 집에 올라가서 받아라”며 배달원을 속였다. 배달원이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꼭대기 층이라고 속였던 것. 이런 수법으로 김씨는 6차례에 걸쳐 50만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 빚 시달리다 자살한 중소기업 사장
“고리 사채 더는 못 버텨”

사채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양모(64)씨가 지난 16일 오전 11시30분쯤 김해시 삼계동의 회사 작업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양씨는 회사 사무실 책상 위에 자필로 쓴 유서 1장을 남겼다. 양씨가 쓴 유서에는 ‘고리 사채로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두 번 다시는 나처럼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도록 해 달라. 경찰에 고발해 달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양씨의 부인 이모(54)씨는 “사채업자들이 밤낮도 없이 전화를 걸었으며 남편은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경유 제조·판매한 주유소 사장
“가짜면 어때? 차만 굴러가면 되지”

자신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유사경유를 팔아온 업주가 덜미를 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남원시 월락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A(40)씨는 지난해 11월 말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유사경유를 만들기 시작했다.

A씨는 먼저 주유소 지하에 유사경유 저장탱크를 만들었다. 그 뒤 주유소에 설치된 경유 주유기 3곳에 연결밸브와 송·수신기를 부착한 뒤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수법으로 주유소에 진입한 차량 주유구에 유사경유를 주입했다. A씨의 이 같은 범행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 동안 무려 12만7000리터(시가 2억 원 상당)의 유사경유를 불특정 운전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경찰은 A씨를 석유및석유대체연료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사건을 모의한 종업원 B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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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