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파문

공들인 대형수사…바바리 지검장이 망쳤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현직 검사장이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주인공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검경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건으로 검찰 위상에 변화가 감지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으로 검찰의 도덕성은 나락에 떨어졌다. 한 순간, 나라님에서 잡범으로 전락한 김 전 지검장. 김수창발 '성풍(性風)'이 검찰을 흔들고 있다.

지난 21일 바리케이드가 쳐진 국회 안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몰려들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5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검찰이 의원 5명을 체포하려고 국회 의원회관에 진입한 건 초유의 일이다.

하루건너
초유의 사건

다음날 검찰은 헌정사상 다시 없을 망신을 당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검찰 역사에 오욕을 새긴 김 전 지검장의 혐의 사실은 그가 폄하했던 경찰의 입으로 발표됐다.

서울 출신인 김 전 지검장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0년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했다. 1993년부터 검사로 재직한 그는 창원지검과 법무부 검찰국을 거쳐 헌법재판소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장을 역임한 김 전 지검장은 요직인 대검 감찰1과장에 이어 검사장으로 승진, 같은 해 '검찰의 별'인 지검장(제주)에까지 임명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매사에 진지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검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사 생활 동안 큰 실수 없이 맡은 일을 처리해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술도 잘 못하는 데다 낯을 많이 가려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비리와도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 전 지검장이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김 전 지검장을 물고 뜯었다. 그럴수록 검찰의 위신은 추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이 소지품으로 갖고 있던 '베이비로션'이 화제가 되는 등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검찰이다.

툭하면 터지는
검찰발 성추문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2시8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한 분식점 앞을 지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한 여고생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문제의 '티셔츠남'은 현장 주변에 있던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그제야 본명을 말해 의심을 샀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17일 김 전 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황당한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범죄사실로 검찰을 조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전 지검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접수되면 감찰 및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무부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반려 없이 재가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 내부에서조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야외서 지퍼 열고 툭툭…현행범 체포
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수뇌부 사건


지난 20일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임 검사는 "공연음란은 원칙적으로 기소를 하게 되는 사건인데 (중략) 법무부는 공연음란이 경징계 사안이라거나 업무상 비위가 아니어서 사표를 수리했다는 입장인 것 같아 참혹하기까지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임 검사는 검찰공무원이 성(性)풍속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도록 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근거로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중략) 검찰 구성원들이 더 무참해지지 않도록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검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감찰팀을 제주도로 급파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시켰다. 경찰 수사에 따라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김 전 지검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는 제약이 없게 됐다. 한때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와 유사하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0년 인천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천지검장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한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지검장은 같은 해 유명 걸그룹 멤버가 연루된 마약 밀수사건을 지휘했다. 당시 해당 연예인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됐지만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입건유예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사건을 전결 처리한 검사가 바로 김 전 지검장이다. 여기서 전결 처리란 지검장의 결재 권한을 담당 검사가 대신 행사함을 뜻한다. 이후 김 전 차관은 희대의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관 내정 열흘도 못가 옷을 벗었다. 최근 김 전 차관은 피해여성으로부터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그리고 김 전 지검장은 엽기적인 음란행위가 적발돼 선배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경찰과 갈등
정치권 싸늘

성추문은 검찰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사건'으로 검사가 연루된 성추문이 고개를 든 후 매년 한 건씩 낯부끄러운 '일탈'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에는 한 여검사가 변호사인 내연남에게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2년에는 로스쿨 출신인 전모 검사가 사건 피의자인 여성과 육체관계를 맺고, 집무실 등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는 '검사 성추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3년에는 '별장 성접대 사건'의 여파가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은 가장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을 앞두고 쫓기듯 청사를 떠났다.

올해에는 소위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성추문이 재현됐다. 전모 당시 검사는 마약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가 결국 법정에 섰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전 검사의 해임을 결정했다.

여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음란행위 사건이 겹치며, 검찰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특히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지검 한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의 사표수리 직후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과 면직 처분으로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경찰의 입을 통해 혐의사실이 생중계되는 굴욕을 맛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김 전 지검장과 경찰의 오랜 악연이다.

김 전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 금품수뢰 의혹이 불거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구속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10억 수뢰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김 전 지검장을 지명했는데 특임검사제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사 비리를 검찰이 자체 수사하도록 고안된 제도였다.

문제는 관련한 수사를 경찰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었다. 앞서 몇몇 검사의 비위 첩보를 입수했던 경찰은 '검찰이 제 식구를 챙기려고 수사를 빼앗아갔다'며 반발했다. 때문에 경찰은 검찰보다 먼저 김 부장검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선수를 치면서 분을 삼켜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찰을 의사, 경찰을 간호사에 빗대 "수술을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법률적 판단이 낫기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라고 뭉갰다. 이에 경찰은 물론이고 간호사 협회까지 김 전 지검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란이 일었다.

잇단 성추문 망신 불신·분노 자초
"니들이나 잘하세요…뭘해도 욕먹을 판"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과 사이가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제주지검장 부임 후에도 현지 경찰과 관계가 소원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지낸 때에도 모 검사가 경찰관에게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지휘하면서 일선 경찰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경찰대 2기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강 청장은 "(외국의 경우처럼)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는 청문회 직후 이례적으로 '합의'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비슷한 시각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 의원 5명은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결과는 3명 구속, 2명 기각. 영장이 청구된 여당의원 2명은 모두 구속됐고, 야당의원 중에선 단 1명만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철도부품 업체 AVT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은 같은 날 밤 11시5분께 발부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해운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구속 후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해선 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 윤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및 법리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무리한 수사
방패가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수사에서 2명이나 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동수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위 5명과 함께 AVT사로부터 55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집으로 돌아간 두 신 의원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 사건으로 쏠린 탐탁찮은 시선이 부담이다. 정치권을 건드려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는 중이다.

관가 안팎의 시선도 싸늘하다. 그간 검찰은 전방위 '관피아 수사'로 각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원성을 샀다. '공공의 적'이 돼버린 그들을 비호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창발 '성풍'까지 더해져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검찰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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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