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개파 5378명> '최신판' 조폭 동향보고서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설치는 '형님'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은 음지로 스며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조폭과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조폭은 그대로다.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3 범죄통계' 등을 토대로 현황을 분석했다.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수는 5384명, 5년 전인 2007년에는 5296명이었다. 지난해 4월 사법당국이 발표한 조폭 수는 5425명. 몇 년째 5000여명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정부 2년차인 올해는 어떨까. 현재 경찰이 집계한 조폭 수는 5378명, 조직 수는 216개로 확인됐다.

조폭 오천명
전국 곳곳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 관리대상에 포함된 조직 수는 217개였다. 그러나 '정치깡패' 김태촌으로 대표되는 '범서방파'가 와해되면서 그 수는 216개로 줄었다. 칠성파, 국제PJ파 등의 폭력조직은 아직 당국의 감시 하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지난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시도별 조직 및 조직원 수는 ▲경기(31개·879명) ▲서울(22개·477명) ▲경남(17개·393명) ▲경북(12개·391명) ▲부산(22개·385명) ▲전북(16개·343명) ▲광주(8개·326명) ▲인천(13개·324명) ▲대구(11개·312명) ▲충남(18개·307명) ▲충북(6개·237명) ▲강원(14개·232명) ▲울산(6개·240명) ▲전남(8개·234명) ▲대전(9개·165명) ▲제주(3개·133명) 순이었다.


위 통계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조폭 수와 실제 조폭 수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조폭은 자신의 신분이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불렸던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은 수사기관의 솜씨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조폭은 무슨 사정으로 조직의 이름을 함구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조폭을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는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가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일이 많다.

따라붙는 경찰
뒷돈 주고 쉬쉬

하지만 오리발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된다. 그럴싸한 근거가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 통념에 조폭하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봐 주는 범죄정보가 중요할 때가 있다"며 "한 조직의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 자연스레 견제하는 세력이 생겨나 관련한 첩보가 우리 쪽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은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주변으로부터 견제받은 전력이 있는 셈이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사건은 초동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임을 인지하고 시작하는 일이 많다.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에 신원이 노출된 5000여명의 조폭은 잠재적인 내사 대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죄가 없다"며 항변하기도 한다. 당국의 감시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폭도 아닌데 조폭과 엮여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8일 복수매체는 '아름다운 컨벤션' 회장 여운환씨가 경찰로부터 부당한 사찰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잡으면 또 생기고, 잡으면 또 생기고
그렇게 단속해도…몇년째 제자리걸음

과거 여씨는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됐다. 이후 여씨는 대법원에서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여씨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끼워맞추기식 검찰수사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 담당검사는 '모래시계'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여씨는 "내가 조폭 두목이란 증거가 없자 고문이라는 가상의 직책을 만들어 형을 살게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씨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이번 진정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사복형사 및 거주지 경찰관들에게 수시로 사찰받았다"고 적었다. 또 "가족 모두가 연좌제식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았고 사업장에 이유 없이 형사가 오는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읍소했다. 여씨는 자신이 민간인이므로 경찰이 임의로 동향을 파악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씨의 동향 파악은 '우범자 동향 관찰'에 해당한다는 반론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찰은 불법이지만 우범자나 수사 연루자 등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활동은 규정 안에서 허용돼 있다고 했다.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씨와는 반대로 따라붙은 경찰을 돈으로 구워삶은 조폭도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는 기업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폭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박 경위에게 현금을 건넨 조폭은 '신(新)종합시장파' 행동대장 이모씨다.

이씨는 강동경찰서 관할에 있는 소위 '텍사스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수년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이씨는 업소 3곳에서 모두 10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3년부터 박 경위가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는 "친구인 이씨로부터 빌려 준 돈을 받았거나 잠시 돈을 빌렸던 것"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돈의 성격은 논외로 하더라도 박 경위는 조폭 이씨와 '호형호제'하며 친구로 지내온 셈이다.

체포는 되는데
구속은 어렵고

조폭들은 이씨처럼 사업가 행세를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해 사람을 해치는 빈도는 줄고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의 활동무대를 사업 영역으로 옮겨왔다. 건설, 금융, 유통,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포함해 합법적인 투자회사 형태로 주식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변신에 실패한 조폭들은 성매매업소, 불법도박장, 유흥업소 등 전통 '나와바리'를 지키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사업가 명함을 뿌리고 밤에는 '식구'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들의 범죄 성향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 또는 개인 범죄화되면서 구속률이 낮아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김 의원이 건네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검거된 조폭은 3688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 구속률은 17.59%였다. 2013년도 마찬가지, 검거된 조폭은 2566명으로 크게 줄었고 구속된 인원은 444명으로 구속률은 17.30%를 기록했다.

올해도 감소세는 계속됐다. 2014년 7월까지 조폭 1346명이 검거됐고, 구속된 조폭은 230명으로 확인됐다. 구속률은 17.08%로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거된 인원은 모두 1만1590명, 이 가운데 불구속 처분된 인원은 9548명이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조폭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그대로 풀려나는 상황인 것이다.

법망 피한 지능범죄 다수…검거돼도 풀려나
조폭 추종세력 여전…"엄정한 법집행 필요"

관련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먹을 앞세우던 과거 조폭과 달리 최근 폭력조직은 대규모 기업화되어 각종 이권사업은 물론, 자체 사업확장을 통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회정의 실현과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조폭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고 ▲검거율은 낮아지면서 ▲우범률은 높아지는 악순환을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조폭을 추종하거나 필요로 하는 세력이 아직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칠성파 추종세력 김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한 자영업자를 상대로 연 1263%의 고리를 챙기며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부산 재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지난해 10월 500만원을 빌려주고 올 6월까지 1주일에 60만원씩 이자와 원금을 갚도록 하는 등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수차례 위협을 가하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조폭 모방 범죄다.

같은 달 13일에는 유흥업소를 빼앗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이모씨와 조폭 국모씨 등 5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이들은 지난 3월 광주 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와 부하 직원 등 2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김씨에게 2300여만원을 빌려 준 뒤 그의 유흥업소를 갈취할 목적으로 조폭을 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고 활동한 범죄자에 대해선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외의 자(조직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의 일원이 청부살인, 공용물 파괴, 업무방해, 경매 및 입찰 방해, 강도 등의 범죄행위를 실행 또는 계획했을 경우엔 선고형의 절반을 가중토록 돼 있다. 이는 조폭에게 매우 엄격한 법률이란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관련 법조항으로 검거된 인원은 664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은 71명, 불구속은 593명이다. 10명 중 1명 정도만 구속된 셈이다. 또 구속요건이 충분치 않아 영장이 기각된 인원도 12명으로 확인됐다. 처벌이 중한 만큼 아무에게나 조폭의 딱지를 붙이진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조폭들 역시 붙잡히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결론이다.

법보다 주먹
처벌은 물렁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건되는 조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868명이 검거됐던 서울은 2012년 566명, 2013년 398명으로 검거인원이 급감했다. 2014년 7월 기준 검거인원은 150명으로 전년에 비해 최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475명이었던 검거인원은 2012년 283명, 2013년 118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4년 7월 현재 검거인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일부 반등 기미를 보인 도시도 있다. 대구의 경우는 2012년 287명에서 2013년 142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올 상반기 81명을 검거했다. 인천도 2012년 306명에서 2013년 112명으로 추락했다가 올 들어 반년 만에 93명을 검거하면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입건하자마자 혐의 불충분으로 풀어준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불과 10여년 전 조폭은 남자다움과 의리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TV 등 매체의 힘이었다. 한때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은 많은 청소년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은 어디까지나 '깡패'였다.

시대가 바뀌었고 이젠 조폭이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조폭들은 음습한 지하로 숨어 들었다. 횟칼 대신 돈으로 무장한 그들은 합법을 가장해 배를 불리고 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늘 조폭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당국의 수사 의지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법망을 피해가는 그들의 지능이 유별난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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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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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