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A호텔 이상한 면접기

사람 뽑는다 모아놓고 ‘없던 일로’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지난달 대기업 계열 호텔이 채용 공고를 내고도 아무도 뽑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호텔의 ‘간보기’식 면접은 구직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호텔 측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특채는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면접을 보겠다는 것이다. 호텔의 무책임한 면접방식은 구직자들을 두 번 울렸다.

지난달 한 대형 호텔은 정규직 호텔리어를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어렸을 때부터 호텔리어를 꿈꿔온 A씨는 이 호텔에 이력서를 넣었다. 호텔리어로서 그의 능력은 부족할 게 없어 보였다. A씨는 서울에 있는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외국에 살아 토익 900점은 가뿐히 넘겼다. 대학생 때는 통역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채용면접에서 탈락했다. 호텔은 그가 외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했다.

전원 탈락 왜?

A씨가 화가 난 것은 온전히 자신을 떨어뜨려서가 아니었다. 호텔의 무책임한 대응과 무의미한 면접 때문이었다. 면접 후 채용 여부조차 호텔은 알려주지 않았다. 불합격했다는 사실보다 불합격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 고통스러웠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없는 희망고문은 A씨를 지치게 만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호텔에 직접 전화를 했다. 그러나 “채용이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호텔 측의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면접을 보면서 친분을 쌓았던 경쟁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함께 면접을 본 사람 중 합격한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면접에서 탈락한 것이다.

다른 부서에서 면접을 봤던 사람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이 부서에서 면접을 본 4명도 모두 채용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텔이 판촉팀, 환경/안전관리부 두 부서 모두 면접을 보고도 채용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면접자들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면접자들 사이에서는 특채 의혹이 불거졌다. 호텔이 채용할 사람을 미리 점찍어놓고 구색 맞추기로 면접을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다.

다만 호텔에서 이달 다시 두 부서에서 인원을 뽑기 위한 채용공고를 낸 것으로 보아 특채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채용 공고 내고 아무도 뽑지 않아
짜고 치는 고스톱? 특채 의혹 제기

호텔 측은 면접자들의 자격미달을 강력 주장했다. 호텔 관계자는 “판촉부 업무는 해외 거래처를 대상으로 판촉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회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환경안전담당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모든 면접자가) 해당 직무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판촉팀 면접자의 경우 어린 시절 외국에 살아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호텔은 입장을 번복했다. 회사 인재상과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채용대상자가 면접 당시 피력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채용 진행 과정에는 외국어 능력 외에도 도전정신, 혁신정신 등 인성부분과 신용부분을 함께 보고 있어 회사의 인재상과 맞지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뽑을 수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특히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이라는 점을 들어 채용은 회사권한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공채를 진행하고 전원 탈락시킨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로서도 빨리 채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두 부서에서 채용 공고를 낸 상황이지만, 인사채용 결정권은 회사에 있다”고 선 그었다.

실제로 이달 호텔에서는 판촉담당과 환경/안전 담당자를 다시 뽑고 있다. 이 호텔은 매달 호텔리어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에도 해당 호텔은 정규직 호텔리어를 모집했다. 5월에도 호텔리어를 뽑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홈페이지 모집공고만 보고 ‘공채’로 오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
올 때까지 간보기”

게다가 불합격자 대부분 결과에 대한 연락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측의 답변대로 수시채용이라면 응시인원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호텔은 불합격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기본적인 채용 매너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면접자들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보통은 구직자가 몰리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을 통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간보기’식 면접을 많이 보는데 국내 호텔들도 이런 식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채용 여부는 회사의 권한이겠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면접을 진행하고도 한 사람도 뽑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 가려고 했다는 점은 보여주기 식 면접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채용은 회사 권한”

해당 호텔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특급호텔이다. 지난해 중증 장애인 7명을 특채로 뽑아 호평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유독 청년채용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호텔리어를 꿈꿨던 구직자들은 호텔업계에서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에 면접에 떨어지고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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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