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깔렸는데… 실수요자 반응은?

엇갈린 주택시장 전망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이나 금융 규제 완화가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면서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꿈틀대기 시작한 주택시장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진단을 내놨다. 7월 들어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주택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그래야 시장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들어 부쩍 달라진 주택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 긍정적 평가
정작 시장에선 “회복 쉽지 않다”지적

한 달여 전만 해도 올 하반기 약보합 수준의 흐름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단기적이나마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월 이후 풀이 죽었던 주택시장이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을 일단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로 평가한다. 정부 대책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쓸 수 있는 카드
다 꺼내놨는데…



규제의 마지막 성역이나 다름없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푼 것이 주효했고, 정부가 위험수위의 가계부채 논란을 무릅쓰고 어떻게 해서든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규제 완화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 최우선’이라는 포괄적 기조로 시장을 살리겠다고 메시지를 준 것에 대한 심리적 효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얹어진 것도 한몫했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LTV, DTI 등 금융규제 완화로 나타나고,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거래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수요자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의 거래 복원력은 아직 크지 않고 여름 휴가철까지는 횡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정책 효과는 재건축 호가 상승, 매수 대기자들 매물문의 증가 정도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LTV와 DTI 규제완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다. 비수기에 전세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는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자보단 실수요자가 얼마나 매수시장에 유입되느냐가 시장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 교체수요, 나아가 다주택자까지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푼 것으로 가을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만약 규제완화 관련 후속입법이 지연되면 내년 상반기에나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효과가 집값 상승 흐름을 대세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흐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는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재건축 활성화방안, 청약통장 및 공급규칙 개편 등이라도 스케줄대로 이뤄져야 올 가을 거래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정책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시장이 더 활기를 보일 수 있지만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흐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놨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최근 시장 움직임이 ‘반짝’장세에 그치고 다시 위축으로 돌아서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왔는데도 경기회복이 더디면 주택 수요는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고, 정부가 멍석을 깔아 놨는데 실수요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90%
“정책방향 찬성”


처음엔 시장 참여자들이 DTI와 LTV 규제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를 당연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전망이나 구매력 등에 더 무게를 두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 회복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주택시장 회복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올 가을 전월세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이겠지만, 이 역시 매매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역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산층 상층부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저가 전세지역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많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클 수 있고 지역적으로 움직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물량 증가로 안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강동, 서초 등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전월세시장 불안이 재현될 소지가 있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들이라면 지역별 수급상황을 미리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DTI·LTV 완화…국민 10명 중 6명 ‘찬’
절반 이상 “부동산 매매 더 활성화해야”


DTI·LTV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전국 공인중개사 10명 중 9명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 회원 중개업소 가운데 89.1%는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0.9%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들은 ‘투기가 우려된다’ ‘부자만을 위한 정책’ ‘정책이 자주 바뀌어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LTV·DTI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41.0%, ‘다소 긍정적’35.4%등 긍정적인 평가가 76.4%로 많았다. ‘다소 부정적’7.0%, ‘매우 부정적’2.4% 등 부정적인 평가는 9.4%에 그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경우는 14.1%였다.
‘LTV·DTI 규제 완화에 따른 부동산 거래는 현 수준에서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69.6%로 가장 많았고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16.7%,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12.0% 순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1.6%였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LTV·DTI 개선 방안 외에 ‘현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부동산 관련 규제 중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재정비 활성화 방안 마련(재개발, 재건축 규제 개선)’이라는 답변이 35.8%로 가장 많았다. ‘주택공급규칙 전면 재검토(청약제도 개선 및 간소화)’는 22.3%,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21.8%,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는 20.2% 순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내각의 새 경제팀은 지난 7월24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중 LTV·DTI 규제 완화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매매 활성화 정책 방향과 이번 7·24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작년 ‘8·28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발표 직후인 9월 3∼5일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이 결과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53%가 ‘더 활성화해야 한다’, 34%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13%는 의견을 유보해 우리 국민 절반은 매매 활성화를 바랐다. 그러나 작년 조사에서 ‘활성화해야 한다’64%, ‘그럴 필요 없다’20%였던 것과 비교하면 활성화 주장이 11%p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약 60%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으나 20대와 40대는 약 50%가 ‘활성화’, 약 40%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해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30대는 ‘활성화해야 한다’44%, ‘그럴 필요 없다’48%로 의견이 갈렸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60%가 찬성, 27%가 반대,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연령, 지지정당, 생활수준, 집 소유 여부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대체로 찬성이 더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535명)의 75%가 찬성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사람(349명) 중에서도 44%가 찬성했다.
LTV·DTI 완화로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감돌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매수심리 자극에 나선 만큼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짝하다 위축되면
더이상 희망 없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힌 데다 재건축 단지들의 매물 출시가 급속히 줄면서 가격이 점차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까지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기간에 상승 반전된 셈이다.
특히 LTV와 DTI가 동시에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1일 직전인 7월 마지막 주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이하가 0.02% 상승한 데 반해 6억원 초과가 무려 0.09% 상승하며 고가 재건축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주공의 경우 저가 매물은 이미 지난달 중순 모두 소진됐고 대출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매도 호가도 큰 폭으로 뛰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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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