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K 라인 강신명 경찰청장 내정자

이번에도 또 정권 꼭두각시 노릇할라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50)이 박근혜정부 두 번째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총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대 1기를 제치고 2기인 강 내정자가 임명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으로 강 내정자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로 신뢰를 잃은 경찰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퇴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강신명(50)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6일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안전행정부의 추천을 받아 강 서울청장을 면접하고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에 동의했다.
 
강 내정자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날이 추락하는 경찰의 위상을 조속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역대 최연소
경찰대 출신
 
이날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4대 악을 근절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등으로 실추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임으로 판단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치안 전문가로 현장 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했으며 업무 열정이 뛰어나고 일선 지휘관 시절 각종 행사나 사건 사고를 무난히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안행부 장관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 내정자가 예상대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확정되면 앞서 만 50세 8개월로 역대 최연소였던 4대 김화남 청장보다 5개월 더 젊어 50세 3개월로 최연소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동시에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1981년 경찰개혁을 주창하며 문을 연 경찰대는 그동안 간부후보생이 요직을 장악한 탓에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 내정자가 청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개교 33년 만에 경찰 수장을 배출하게 된다. 앞으로 ‘경찰대 계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찰대 출신으로 처음 경찰청장에 발탁된 그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견제론을 뚫고 조직의 화합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고위직 독식 논란 끝에 경찰대 정원이 축소되는 등 내부 알력이 표면화되고 있는 경찰 조직을 아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끄럽지 못한 수사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으로 인해 경찰 내부, 특히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4명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경찰청장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치안정감의 경우 대부분 용퇴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나머지 치안정감의 거취에 따라 치안정감 자리는 최대 5개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경무관급의 승진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안감은 전국에 모두 27명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큰 폭의 수뇌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신임 청장 후보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최동해(54) 경기청장, 이인선(53) 경찰청 차장, 안재경(56) 경찰대학장, 이금형(여·56) 부산청장 등이었다. 그런데 강 내정자가 자신보다 윗 기수인 경찰대 1기 선배들을 제치고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청장 후보 0순위는 이인선 경찰청 차장(1기) 등 경찰대 1기생들이었다. 이들이 경찰 여러 보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후배인 강 내정자가 이를 뛰어넘고 졸업생 중 첫 경찰청장에 오른 것에 대해 경찰 일각에서는 1기생들의 그간 행보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찰대 1기 출신들은 그동안 최초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으로 경찰 내 주요 요직을 뚫었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일각에서는 강경파로 비춰졌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몸담은
정치경찰 꼬리표
 
이들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경찰대 1기였기 때문이다. 1기 출신 황운하(52) 경무관의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대전중부서장이던 2006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007년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논란을 수사했던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도 황 경무관과 동기인 1기 졸업생이다. 그러나 범죄 사안과 별개로, 경찰이 일부러 검찰 고위 간부에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 여파로 당시 경찰청장 임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또 다른 경찰대 1기 출신 감경량 전 경기청장이 비 경찰대 출신 이성한 경찰청장에 자리를 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첫 경찰대 출신…1기 출신 제치고 낙점
최연소 타이틀 “인사 후폭풍 거셀 듯”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찰대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부담’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찰대 1기생들의 그간 활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윤일병 사건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산적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이슈로 주목을 받아온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1기생들에게 기존에 형성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자칫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
 
그러나 강 내정자가 임명되면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경북 의성)에 이어 경찰청장까지 4대 사정기관을 영남 인사가 독식하게 돼 지역 편중인사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환수 국세청장과 강 내정자는 각각 대구고와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주요 사정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강 내정자는 다른 경찰에 비해 고속 승진했다. 그가 남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와 경찰을 조율하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또 파견 나갔던 정부조직 비서관들이 복귀하는 것과 다르게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에 임명됐다. 이후 청와대를 나오면서 초고속 승진을 맛보게 된다. 2013년 12월 경찰 정례인사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고, 1년도 채우지 않은, 불과 8개월 만에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전국의 모든 경찰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경찰청장에 그가 내정된 배경에는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경찰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정치권 줄서기에 능하다”는 혹평을 받아 왔다. 불편한 오명이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벌였던 민주노총·경향신문사 강제진입 사건은 강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강 내정자는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강제진입 작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6∼7명을 체포하기 위해 50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작전은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부실 수사는

교체가 능사?
 
강 내정자의 강경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5~6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나온 수십만명의 시민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추모의 뜻으로 노란리본을 단 시민을 불심검문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라 인도로 올라서거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의 앞뒤를 모두 막고는 ‘모두 연행하라’며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선두에서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강 내정자는 서울경찰청 시절부터 집회시위에 관해 일관적으로 강경책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의 명령으로 인해 그간 많은 집회와 시위가 철저하게 가로 막혔다. 경찰은 올해 집회시위 등에서 소음유지 명령을 80회에서 96회로 20% 늘렸다.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도 10회에서 34회로 240% 늘렸고, 집회참가자에 대한 사법조치 의뢰도 9회에서 34회로 278% 증가했다.
 
선배들 거취 관심
조직 장악력 관건 
 
반면 강 내정자는 서울청장 재임 8개월 간 112신고 신속 출동을 위한 15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관할지역 칸막이를 없애면서 현장 검거율이 60% 증가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낙하산 인사 관행을 수사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뚝심 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와 경찰대를 2기로 졸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서울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경찰 내 엘리트로 꼽힌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많은 경찰들이 경찰청장 자리를 꿈꾸지만, 지금의 경찰청장 자리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권의 꼭두각시다. 청와대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 자리가 곧 정권의 방패막이 인 셈이라는 것. 15대 강희락 청장과 16대 조현오 청장을 보면 강 청장은 개인비리로 구속됐고, 조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중 “욕 먹는 경찰이 되지 말자”거나 “원칙을 지키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장 경찰을 욕 먹이고, 원칙을 무시한 사람들로 남았다.

경찰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한편, 강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간 치안사무 협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제출했다. 진 의원은 이 논문 중일부가 2007년 최종술 동의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표한 ‘국가·자치경찰간 협약에 관한 연구’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강 내정자의 논문 103쪽부터 106쪽을 보면 자치경찰 사무의 성격을 자치사무, 위임사무, 공동사무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19쪽부터 33쪽에 걸쳐 기술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4쪽부터 34쪽까지 ‘우리나라 행정상의 협약 활용 사례’라는 소제목으로 작성된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99쪽부터 122쪽까지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고 진 의원은 강조했다. 다만 강 내정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에 주석을 달아 최 교수의 보고서를 참고했음을 명시했다.
 
진 의원은 “후보자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기는 이미 논문표절 문제로 공직후보자들이 수차례 낙마한 이후”라며 “그럼에도 표절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공직윤리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내정자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자치경찰 사무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이 일치한다는 의혹과 관련, “자치경찰 사무 중 위임사무와 공동사무 등은 보편적인 정의 개념으로 특정인의 주장이나 견해가 아니기에 특정 논문의 인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강신명은?]
 
▲ 경남 합천
▲ 대구 청구고 졸업
▲ 경찰대 2기·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
▲ 경기경찰청 정보2과장
▲ 서울 송파경찰서장
▲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 경찰청 수사·정보국장
▲ 경북경찰청장
▲ 대통령 사회안전비서관
▲ 서울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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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