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바빠진 재벌 총수들 '베팅열전'

일꾼 자처한 회장님 “후원 결실 맺을까”

[일요시사=경제팀] 한종해 기자 =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리면 기업들 사이에서 이색 응원풍경이 펼쳐진다.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축구를, SK는 핸드볼을, 현대자동차는 양궁을 응원한다. 기업 총수가 해당 스포츠 단체장을 맡고 있어서다. 하반기 국내에서 가장 큰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단체장을 맡고 있는 총수들은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16일 동안 우리나라 하반기 최대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3개 종목에 42개국 6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들이 참가해 열전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인천아시안게임 D-100’ 미디어데이를 열고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린다. 선수들은 국민께 힘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 메달 목표는 9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재벌 오너들의
스포츠 경영
 
국가대표 선수들은 찜통더위 속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수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단체장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기업을 이끌고 있는 단체장들은 성적이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선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3개 종목 중 기업 총수 혹은 경영진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종목은 무려 16개다. 수영, 육상, 양궁, 사이클, 승마, 펜싱, 골프, 체조, 유도, 조정, 사격, 탁구, 레슬링, 요트, 볼링, 근대5종 등이다.
 
먼저 ‘BMX’ ‘MTB’ ‘도로’ ‘트랙’ 등 4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 총 18개의 메달이 걸려있는 사이클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지원한다. 구 회장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09년 제24대 연맹 회장을 처음 맡은 이후 2013년 재선임되면서 2017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자전거 마니아다. 3000m 높이의 알프스 고지대를 7박8일 동안 650km 완주해야 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수차례 4대강 자전거 길을 완주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주중 두 차례 이상은 자전거를 즐길 정도다.
 
구 회장은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후원회도 만들었다. 대표팀 육성, 전지훈련 비용 등 필요한 예산 55억원 가운데 10억원을 후원회에서 책임졌고 나머지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구 회장 사재를 털었다.
 
메달 획득은 당연하고 색이 문제일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양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후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해 4차례나 연임할 정도로 양궁을 사랑해왔다. 지금도 명예회장 직함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구자열 회장 남다른 자전거 사랑
양궁 버팀목 정몽구·의선 부자
 

정 회장은 주요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간식과 식사까지 챙겼다. 시끄러운 야구장과 경륜장에서 훈련하기, 최전방 철책선 근무, 다양한 극기 훈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국민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했다.
 
아들인 정 부회장은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겸임하면서 지난 8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장비 지원, 저개발국 순회 지도자 파견, 합동훈련, 코치 및 심판 세미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세계 양궁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양궁연맹에서 수여하는 황금화살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가 한국 양궁에 투자한 금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국제탁구연맹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탁구의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피스 앤 스포츠’ 대사 활동 등을 통해 스포츠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부분이 높게 평가된 것이다.
 
조 회장은 ‘피스 앤 스포츠’ 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1년 11월 카타르에서 분쟁 국가 중심으로 10개국이 참여해 다른 국가의 선수와 팀을 이뤄 탁구경기를 치르는 ‘2011 카타르 피스 앤 스포츠 탁구컵’을 후원해 20년 만에 남북한이 탁구 단일팀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2년 12월에는 UN 사무국인 UNOSDP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 대상 차세대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20만 달러 규모의 후원을 결정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대한탁구협회장 취임 후 선수육성 지원, 심판 및 지도자 양성 등 제도 개선으로 한국 탁구 발전 전기를 마련했으며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중국, 러시아, 스웨덴 등과 탁구 교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박순호의 세정
요트 공식후원
 
이런 조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고 후원 등급인 프레스티지 파트너로서 항공권, 수하물 등 항공과 관련된 부문에 대해 후원을 하기로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선수단장으로 선임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대한요트협회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3년 11월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요트를 중심으로 비인기종목 육성에 많은 지원과 애정을 쏟아 왔다. 
 
 
세정그룹의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지난 2012년 2월 대한요트협회의 공식 후원기업으로 선정되어 제15회 아시아 요트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10개 대회를 후원했으며 박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해마다 4억∼4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조양호 회장 스포츠로 세계평화 기여
비인기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
 

박 회장의 노력 덕분에 2007년 옵티미스트급이 소년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전 세계 요트임원 500여명이 참가하는 ‘2009 세계요트연맹 연차회의’ 부산 개최를 유치해 우리나라의 요트 위상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다가오면서 어깨가 무거운 단체장 중 한명이다. 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골프협회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올해로 골프 구력 50년째다. 그의 부친은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등을 지낸 고 허정구 회장이다. 그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골프를 쳤고 첫 라운드는 고교 시절부터다.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국남자프로골프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고 젊은 시절에는 7언더파 65타를 수차례 기록했다. 68세라는 골프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드라이버샷은 260야드 정도 나간다.
 
허 회장은 지난해 2년 연속으로 ‘한국골프계를 움직인 10대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취임 이래 2015 프레지던츠컵,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 60년 동안 이어온 ‘허정구배’가 대표적이다.
 
2연패를 도전하는 남녀유도대표팀은 남종현 그래미 회장의 지원을 받는다. ‘여명808’ 개발로 유명한 남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한유도회장에 취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강원 FC의 대표를 역임했을 정도로 체육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 회장이 유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철원의 한 초등학교 유도부를 후원하면서다. 남 회장은 이후 2009년 대한 유도회와 함께 여명컵 전국유도대회를 만들었으며 선수촌부터 전지훈련까지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남 회장은 파벌과 심판 공정성 문제로 시끄러웠던 기존 유도계를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 있게 밀어붙이며 ‘정직한 유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미는 남 회장의 이런 뜻을 받들어 유도뿐만 아니라 철원 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를 10년째 메인스폰서로 후원하고 있으며 K리그 공식 후원사로 16개 지역 축구장에서 무료시음회를 펼치는 등 비인기 종목이나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을 갖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 캡틴
허광수 삼양인터 회장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는 1985년부터 대한근대5종연맹을 후원하면서 역대 LH 사장이 이 연맹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현 LH 사장인 이재영 사장은 지난해 7월 제16대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과 제12대 아시아근대5종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LH는 근대 5종에서 4개 팀으로 구성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양궁, 레슬링 스포츠단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는 대한수영연맹을, 최진식 심팩 회장은 대한조정협회를, 임성순 아로마소프트 대표이사 겸 위피진흥협회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를, 김길두 다이아몬드호텔 대표이사는 대한볼링협회를 각각 이끌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