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안재환 자살사건 4가지 미스터리

탤런트 안재환이 잇따른 사업실패로 인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채 40억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재환의 죽음이 가져다준 충격의 여진은 아직 크다. 한 연예인의 죽음과 그에 얽힌 배경 등에 갖은 억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산 자와 죽은 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

안재환 자살사건의 첫 번째 미스테리는 ‘40억 채무의 진실’이다. 안재환의 죽음에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은 사채 사용 여부다. 이 부분에 있어서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선희 측은 “안재환은 사채를 쓴 후 빚독촉에 시달려왔다”고 말해 두 사람이 사채빚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안재환의 측근들은 “안재환은 사업을 벌려도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추진했다. 사채빚이 40억원이라는 사실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럽·화장품·신발 사업 영화 제작 등 각종 사업 벌여
실제로 안재환의 고교선배 A씨는 “안재환이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5억만 있으면 재기할 것 같은데 마음대로 안 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4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고 거액의 빚에 시달린 게 아닌가 추측된다.
안재환은 정선희와 결혼하기 전부터 연예계 활동보다는 사업에 신경을 써왔다. 특히 정선희와 결혼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몰두하며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보였다. 안재환은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2004년 부업으로 퓨전 호프집 ‘삿포로 라이언’을 운영해 사업가로서 재능을 보였다. 여세를 몰아 지인에게 빌린 돈과 은행대출금으로 초기 투자금 18억원을 들여 2005년 5월 서울 삼성동에 ‘클럽 레오노’ 1호점을 오픈했으며 같은 해 겨울 강남역에 2호점을 여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현재 1호점은 영업 중이며 2호점은 지난 5월 재건축에 들어간 상태다.
클럽 운영 외에 안재환은 화장품, 의류, 신발 사업, 그리고 영화 제작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선희를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 ‘세네린’(Senerine)을 출시, 홈쇼핑 판매로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 중순 정선희의 촛불 집회 발언 논란을 계기로 화장품 사업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
당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면서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0억원 예산의 스포츠 영화 ‘아이싱’(가제) 제작에 손을 댔으나 자금 사정으로 지난 5월에 이미 중단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화장품 사업과 영화 제작 등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안재환은 자금 조달을 위해 여기저기에 빚을 졌으며 사채를 쓰는 강수까지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로 인해 건강을 해쳤고, 각종 설이 나돌았다. 특히 지난 8월 초 케이블 채널 ETN ‘연예뉴스 EnU’ 생방송을 두 차례나 펑크내 MC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업 부도에 따른 잠적설, 정선희와 불화설, 건강 이상설 등에 휘말렸다.
두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과 정선희가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느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리며 만천하에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법적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를 담당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안재환과 정선희는 결혼식을 올리고 산 사실혼 관계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정선희가 안재환의 채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계자의 말처럼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사업상의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안재환은 결혼 전 이미 수억 원대의 빚이 있었고, 정선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재환의 측근은 “안재환은 결혼 당시에도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면서 “정선희에게 이 같은 사실을 결혼 전 고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봄부터 안재환이 벌인 사업들이 자금 압박으로 힘들어졌고, 수억원의 빚은 순식간에 수십억으로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40억원 채무의 진실은…40억이다 VS 5억이다
왜 혼인신고 하지 않았나…사업상의 이유 추측
왜 실종신고 하지 않았나…채무 회피 도주자 간주 법적처벌 받을 수도
왜 연고도 없던 하계동 주택가에서 사망했나…치밀한 준비 끝에 자살 모색
 
결국 정선희는 법적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고인에 대한 채무 등의 책임이 따르지 않을 전망이다.
세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이 실종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이다.
이에 대해 정선희 측은 “채무 때문에 실종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선희 또한 사채 때문에 빚독촉을 받아왔던 터라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선희 측은 “공개적으로 실종신고를 낼 경우 안재환이 도주한 것으로 간주돼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안재환이 4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만약 이유 없이 종적이 묘연할 경우 사기죄로 고소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정선희는 섣불리 실종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재환이 실종되기 전 여행을 간다고 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사기죄는 돈을 빌릴 당시 채무 능력의 유무로 판단한다. 갚을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돈을 빌리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 안재환의 경우 사업의 성패를 미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명백히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유와 설명 없이 채무자가 사라지는 것은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가 없다는 측면으로 해석돼 사기죄의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재환·정선희 모두 협박받아 문제 될 만한 행동 할 수 없었다”
안재환은 지난달 21일 정선희와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지인들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조차 안재환의 거취를 몰라 섣불리 실종신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재환과 정선희 모두 협박을 받고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안재환이 사라지기 전 여행을 간다는 말도 했던 터라 참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네 번째 미스테리는 ‘안재환이 왜 하필 연고도 없던 하계동 주택가를 자살 장소로 택했을까’이다.
안재환은 사망 전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단서가 바로 안재환이 자살 장소로 택한 하계동 주택가. 이 곳은 안재환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곳으로 현장 주변에선 그가 우발적 자살이 아닌, 치밀한 준비 끝에 자살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8일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는 연소된 연탄이 놓여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그의 사망을 자살로 추정했다. 9일 오후 고인의 사망사건을 조사중이던 경찰은 다시 한번 현장검증에 나섰고, 그 결과 안재환의 차량이 세워졌던 곳에서 후방 30M쯤 떨어진 도로 인근 야산에 연탄 저장소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 연탄 저장고는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연탄을 배치하는 창고로 시건장치가 특별히 없기 때문에 연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손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안재환은 사망 전 이곳에서 자살에 사용한 연탄을 손에 넣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안재환이 차를 주차시켜놓은 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아닌 장소로 경찰의 단속 또한 피하기 쉬운 곳이다. 즉,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연탄을 구하기 쉽고 정차시에도 남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장소였던 것. 또한 안재환의 차량은 짙게 선팅이 되어 있어 외부에서 내부 확인이 쉽지 않다.

안재환 죽기 전 하계동 주택가 자세히 살펴봤을 것으로 추측
수사를 담당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시신이 부패돼 악취가 나지 않았다면 주민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며 “안재환이 죽기 전 이곳의 정황을 자세히 살펴봤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된 하계동과 정선희의 친정인 중계동이 거리가 가깝다”며 “우발적으로 목숨을 거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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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