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⑤'광주의 박원순' 윤장현 광주시장

'민주화 성지'에서 새정치 바람 일으킬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이다. 의사 출신으로 ‘아름다운 가게’ 전국 대표 등을 역임하며 광주 시민운동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가 광주광역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윤 시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깜짝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의 후광으로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닮은꼴이다. 그래서 윤 시장에게는 ‘광주의 박원순’이라는 정치적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잡음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철수계 광역단체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윤 시장이 앞으로 펼치는 시정은 안철수의 ‘새정치’를 가늠해보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윤 시장은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윤장현 신임 광주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윤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6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저는 ‘먹고 사는 문제’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시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 광주시를 넉넉한 경제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또 어느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따듯한 복지도시를 조성해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의 민주 성지, 인권·평화 도시로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으나, 언제부터인지 이런 광주정신이 많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광주정신을 바로 세워 자존감 있는 당당한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 광주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 우선 기업, 노조, 지역사회 구성원을 총망라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독일 슈투트가르트 모형을 응용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모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허브역할을 하게 될 ‘사회적 경제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광주를 한국의 사회적경제 모델도시로 육성하겠습니다.

또 대통령 공약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구체화를 위한 자동차 전용 국가산업단지, 친환경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광주를 자동차밸리도시로 육성하고, 지역경제의 기초가 되는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습니다.

전남과 공동으로 광주-목포권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해 외국자본 유치에도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민경제안정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겠습니다.


- 윤 시장께선 의사이자 시민운동가였습니다. 광역시장직을 수행하기엔 행정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현재는 정치경력이나 행정경력보다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저는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리더로서 훈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저는 부족한 행정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회를 활성화해 7천여명의 공직자와 함께 시민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현명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공직자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토론을 장려하는 등 열린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윤장현 당선, 안철수에 기회준 것"
윤장현과 안철수는 공동운명체

- 인수위 기간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당선된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견을 듣고 민생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준비위원회와 시청 공무원들을 통해 광주시정을 파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4년 동안 펼칠 행정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먼저 민선6기 시정운영의 10대 기본원칙과 조직ㆍ인사·재정운용의 기본방향, 광주ㆍ전남 상생 추진과제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광주권 KTX 운행방안,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등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에 대해 현장답사와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발전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 지난 선거에서 전략공천 논란으로 잡음이 심각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전략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시장을 선택해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광주시민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다시 한 번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 광주시민들께서는 늘 위대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역사의 고비 때마다 광주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높은 역사의식과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실망이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고, 결국 새 정치에 대한 간절한 염원으로 이어져 광주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 공천과정에서도 전략공천을 실시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내홍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윤 시장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천정배 전 장관도 전략공천으로 탈락했습니다.
▲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시장이 이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
 

- KTX 광주역 정차를 재검토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지역 내 반발이 거센데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지난 2006년 광주시는 KTX 정차역을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으나, 광주 북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KTX가 광주역에도 정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시에서는 지난 2013년 ‘KTX 일부편수 광주역 진입방안’을 최종안으로 국토부에 건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KTX 광주역 진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광주역 진입이 실현되더라도 광주역 주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재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KTX 광주역 진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하반기(10월 이후)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 시민들의 편의, 주변 공동화 우려 등 현실적 측면과 도시철도 2호선 등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장기교통종합계획을 심도 있게 살펴볼 계획입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 무산됐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신지요? 정홍원 총리는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여론도 워낙 강해 자칫 잘못하면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30년 넘게 5ㆍ18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불려왔던 곡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정부가 새로운 기념곡 제작을 시도해 광주시 국회의원, 5ㆍ18단체, 시민단체 등이 강력한 저지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론분열 등을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미루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념곡 지정에 찬성하는 국민이 6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내년 제35주년 기념식 이전에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 국회 등을 방문해 설득하면서 각계각층과 긴밀히 협조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복안은 무엇입니까? U대회가 적자대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순수한 세계대학생들의 화합과 교류의 스포츠제전인 만큼 적자, 흑자 논리를 떠나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대회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U대회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체육 인프라 확충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 국제적 위상 제고, 시민의 자긍심 고취 등 무형자산 제고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을 포함한 201개 국가에 공식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본격적인 대회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대회 전 종목을 대상으로 테스트 이벤트와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등을 통해 실전능력을 배양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광주U대회의 비전인 평화대회의 구현과 대회의 흥행을 위해 국제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구성을 반드시 실현해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평화대회로 만들겠습니다.

재보선 전략공천 논란은 '노코멘트'
먹고 사는 문제부터 최우선 해결

- 최근 친인척을 비서관으로 내정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친인척이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면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불을 보듯 훤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해당 비서관은 관련법 테두리 내에서 적법한 절차와 자격기준을 적용해 채용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적임자로 결정했으며 비서관은 시장인 저와 임기를 같이 합니다. 일각에서 우려하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없을 것이며 공무원들이 시민만을 위해, 본연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 전임 강운태 시장의 경우 재임기간 광주시가 검찰로부터 다섯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향후 깨끗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할 정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먼저, 비록 전임 시장시절 이루어진 일이지만 일부 공직자의 잘못으로 인해 시민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째, 입찰행정은 참가등록에서부터 현장 설명회, 입찰서 제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감찰,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중요한 모든 행정의 정책결정은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전문가, 관련단체, 시민들의 참여 속에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통해 투명하게 결정하고, 그 결과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시장이 스스로 모범이 되어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의 뜻에 따라 시정을 추진할 것이며 공직자들도 따르도록 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무원 직무교육, 전문교육 등을 강화하겠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광주시는 현재 각종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취약시설 안전점검, 생활주변 안전위해요소 해소를 위한 안전모니터봉사단 운영, 재난대응 민관협력체계 구축, 찾아가는 녹색재난안전교실 운영, 유관기관 합동 대 시민 안전문화운동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불시의 재난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풍수해, 지진, 산불, 지하철 대형화재 등 29개 유형별 재난대응 행동매뉴얼을 일제히 재정비했고, 매뉴얼 점검 도상훈련을 실시해 미비사항을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면서 대외적으로 광주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 2015년에 UN ISDR 가입 및 WHO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ㆍ장기적으로 안전교육 체험센터 설립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광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시지요.
▲ 제가 광주시장이 되고자 한 것은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광주의 미래를 위해, 당당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150만 시민들의 뜻에 결코 어긋나지 않게 바르게 시정을 펼치고 정직한 변화를 추구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만나 소통하고 논의를 거치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늘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 눈높이에 있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해답을 책상 앞 컴퓨터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찾을 것입니다. 이러한 ‘더불어 사는 광주’를 만드는 데는 150만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건설적 대안, 건강한 비판을 주시는 데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윤장현 광주시장 프로필>

▲ 중앙안과 원장
▲ 광주시민연대 대표
▲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 광주광역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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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