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 의혹 집중해부

믿었던 '황우여 카드'마저…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각종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황우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월7일로 잡혔다. '낙마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청와대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 황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해 청문회 낙마 단골메뉴인 군복무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돌려막기를 넘어 틀어막기를 한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와 함께 새 후보자로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를 지명한 것에 대한 한 야권 당직자의 평가다. 잇단 '인사 참사'에 청와대 비서진을 장·차관으로, 장·차관은 청와대 비서진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안 되니 손발을 맞췄던 집권여당 지도부까지 내각으로 끌어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황 후보자에 앞서 새누리당 최경환 전 원내대표도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입각해 집권여당 서열 1·2위를 지낸 당 최고위층 인사들이 모두 입각한 셈이 됐다. 이는 청와대가 집권여당을 발아래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틀어막기 인사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황 후보자도 제대로 한 번 털어보면 앞서 낙마하거나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문제의 국무위원들만큼 만만찮은 비리 의혹이 불거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청문회 낙마 단골 사유로 꼽히는 군 복무 중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등과 함께 고액 정치후원금 대가성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 후보자가 해군장교로 군복무 중이던 1972~1973년 2년간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 4학기를 이수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기간 황 후보자가 서울과 포항 2곳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위수지역을 이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1972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 이듬해 상반기까지 3학기를 이수했고 마지막 4학기는 등록만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며 "평일에 수업을 받지 않고 주말에 과제물만 제출해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위수지 이탈 의혹에 대해서는 "장교들은 BOQ(독신간부 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주말에는 집에 갔다 올 수 있다"며 "주말을 이용해 과제물을 제출했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낙마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군복무 중 대학원에 다닌 것이 문제됐다가 '상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는 거짓 해명까지 문제돼 논란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황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 의원은 또 황 후보자가 새누리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2~2013년 해운회사 관계자로부터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대가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새누리당 대표 시절 한국도선사협회의 한 임원으로부터 2014년 4월과 지난해 6월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또 하역 업체인 영진공사 임원도 지난해 6월 500만원을 후원했다.

특히 인천지검에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해운비리 연루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 중 한 곳인 A회사의 임원도 지난해 6월 500만원을 후원했고, 다른 해운업체 사원도 비슷한 시기 500만원을 후원했다. 500만원은 개인이 낼 수 있는 최대 후원금이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어려서부터 인천에서 살아와 지역 선후배 자제와 친척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라며 "투명하게 공개된 정치자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군복무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제기
후보로써 기본적 자질·능력도 부적격?


이외에도 황 후보자는 위장전입·세금탈루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1992년 3월 가족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빌라로 이사를 한 후 한 달 만에 본인만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택으로 전입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 측은 당시 황 후보자의 장녀와 차녀가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녀의 근거리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S>는 지난 23일 보도를 통해 황 후보자가 건물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에서 매달 750만원의 임대 수익이 발생하지만 대학원생인 딸에게 100만원을 건물 관리인 명목으로 주면서 경비 처리를 하고 나머지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딸에게 준 돈은 2000만원 가량으로, 이 액수만큼 세금은 줄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혜택을 좀 봤던 것 같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발견을 하고 혹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67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뒤늦은 세금납부를 시인했다.

이처럼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장관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능력에 대해서도 '부적격'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 후보자는 지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교육계에 몸담고 교사나 교수 노릇을 하지는 않았지만, 교육계에 관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 들어와서 13~14년을 교육위원으로 있으며 교육 문제만 접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육을 한시에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전문가에 가까운 그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백년지대계라는 국가의 교육을 책임질 수장으로 자질과 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황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이하 사학법 개정) 논란이 일었을 때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와 함께 사학법개정안 저지를 이끌었다. 학교 이사회에 '개방형 이사'를 포함시키고, 이사장 직계존비속을 학교장에 임명할 수 없게 만들어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사학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해 결국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교학사 교과서'가 오류, 극우 교과서 논란에 휩싸이며 채택률이 1%도 채 되지 않자 "어떻게 채택률이 1%밖에 안 되고 그것마저도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채택한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철회하게 만드느냐"며 진보진영을 비난한 바 있다. 오류투성이인 잘못된 교과서와 관련한 논란을 보수와 진보 이념갈등으로 해석한 것이다.

특히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전국을 사실상 싹쓸이한 상황에서 그의 인식과 철학은 진보교육감들과의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례로 황 후보자는 역사교과서만큼은 검정 교과서에서 벗어나 국정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역사교과서를 없애고, 국가가 정한 특정 역사관을 강제하려는 국정교과서로의 재전환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과 충돌?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장관은 교육과 관련한 정치적인 논란이 있을 때 중립을 지키며 각종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황 후보자는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인사"라며 "그가 장관이 돼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나갈 경우 진보교육감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리사학, 친일적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 옹호자를 교육부의 수장에 임명하는 것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망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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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