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불안한 동거론’ 전말

7·14잔치 친박 ‘쪽박’ 비박 ‘대박’…‘박’ 깨질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대표로 비박(비박근혜)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는 친박(친박근혜) 맏형 서청원 의원, 비박 김태호·이인제 의원, 친박 김을동 의원이 당선됐다. 비박계에서 더 많은 당 지도부가 배출되며 그간 당을 장악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무성 신임 대표가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며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 재편을 예고해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새누리당과 여전히 당을 손안에 쥐고 있으려는 청와대 간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리 vs 미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강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내세웠던 프레임이다. 결과는 ‘미래’를 앞세운 김 의원의 압승. 비박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 의원이 친박 맏형 서 의원을 압도적으로 제친 것은 ‘세월호 사고 수습 실패’ ‘인사 참사 반복’ 등의 실책을 잇달아 범하면서도 독단적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국민들과 새누리당 당원들이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박 부상
친박 추락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대에서 당원 투표(70%)와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5만2706표(득표율 29.6%)를 얻어 3만8293표(21.5%)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413표(8.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3위는 경남도지사 출신의 비박 비주류 김태호 의원(2만5330표, 14.2%)이 차지했고, 4위는 6선 관록의 비박 비주류 이인제 의원(2만782표, 11.7%)이 차지했다. 5위는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1만6629표, 9.2%)이 차지했지만, 여성 몫 최고위원 한 명을 당연직으로 임명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6위를 차지한 친박 성향의 김을동 의원(1만4590표, 8.2%)이 홍 의원을 대신해 최고위원에 입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대표로 비박 비주류인 김 대표가 선출됐다는 점과 당 지도부에 비박 비주류가 더 많이 입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핵심인사인 홍 의원이 비주류인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에 밀렸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 김무성시대 개막…당·청관계 재정립?
달라진 새누리 지도부, 청와대에 ‘쓴 소리’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2위에 그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과 그간 당을 주도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최근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통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비박은 아니다. 과거 원조 친박,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그는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며 멀어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전대 과정에서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한편 “여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하극상’을 싫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무성-박근혜
애증관계 반복


<동아일보>의 지난해 5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캠프 좌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가장 잘 쓰는 말로 ‘하극상’을 꼽으며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 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갔을 때 누가 흘렸는지 색출하라는 것). 그 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동아일보>는 “박근혜와 동지가 되려 했던 김무성에게 ‘신하’가 필요했던 공주(박근혜)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박 대통령이 하극상으로 받아들일 선거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기존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럴 경우 김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 몰락, 비박 부상’으로 요약되는 전대 결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효과’가 전대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효과'가 힘을 잃을 전조는 지난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비박 정몽준 전 의원이 경선에서 ‘친박 후보’를 자처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압도한 것. 또 지난 5월23일 치러진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비박 정의화 국회의장이 101표를 얻어 46표 획득에 그친 황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힘 빠진 ‘박근혜 효과’
조기 레임덕 빠지나?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현직 대통령과 갈등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당·청관계는 정말 수평적으로 바뀌게 될까.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는 여전히 독선적 ‘1인 통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을 까먹는 주요 원인인 ‘인사참사’와 관련해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및 황우여 후보자 지명,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등 주요 인사 사안에 대해 김 대표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밝히기 몇 시간 전 김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게 알려져 있고,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정 전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를 이어갈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면 취임일성으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힌 김 대표의 태도도 조만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호 새누리, 박근혜당 탈피하나?
박 대통령 ‘1인 통치’ 변화여부 주목

다만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기간과 재보선 투표일이 맞물린 데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고연령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박근혜 마케팅’이 일정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가 당대표가 됐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당장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최고위원들은 취임 직후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새누리당이란 표현도 있다”며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되고, 저는 그런 차원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청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 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도 재보선 이후 친박 핵심인 윤상현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실무 당직자들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이 끝나고 난 뒤 대탕평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당에서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당권을 잡고 있던 친박 핵심인사들을 내치고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본격적 대립각을 세우는 변곡점은 잇단 인사참사의 핵심 책임자이지만 박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기춘대원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지형
지각변동

한편 당·청관계가 불안한 동거 형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대야관계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는 대야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대표는 또 지난 연말에는 당시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물밑대화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당대표 시대가 열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한 것과 같이 김 대표도 그런 역할을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 ‘1인 통치’의 현 집권세력 내부 권력지형이 김 대표 선출을 계기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의 과제

새누리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당대표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와의 갈등 봉합이다.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줄세우기 논란’ ‘친박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조작 논란’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인 탓에 ‘비박 3대 친박 2’로 짜여진 당 지도부가 마찰음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전대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하는 등 초반 당무를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대 때마다 과열양상을 보이다 뒤끝을 남기는 전례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장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온 ‘미니총선급’ 7·30재보선은 김 대표가 공천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무대다. 김 대표가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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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