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운용 ‘이상한 입찰’ 내막

1등 두고 2등 뽑다니…짜고 친 고스톱?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자산운용이 특혜 입찰 논란에 휘말렸다.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분당미금시장 공매 입찰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불공정한 매각절차를 진행했다는 것.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일까.

분당미금시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30번지 일원으로 총 면적 2900m²에 이른다. 880평 땅 위에 I사가 운영 중인 미금 탑할인마트가 들어서 있다. I사는 직원 수 30여명의 소기업이다.

I사는 2011년 5월 전대기간을 1년으로 해 K씨와 전대차계약을 작성하고 마트영업을 위해 약 10억원의 실내 마트시설투자와 함께 노후화된 분당미금시장에 페인트칠 및 지붕 방수 등 약 5억원 상당의 유익비를 지출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전대차계약은 임차인이 임차물을 다시 제3차에게 임대하는 계약을 말한다.

15억 투자해
한달만 영업

그러나 마트영업을 시작한 지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분당미금시장 원 소유주였던 Y사로부터 전대차계약 불가와 건물명도 등 소송을 당한 것. Y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K씨가 Y사와의 임대차 계약서에 '전대차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I사와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탓이었다.

I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마트영업을 위해 노력하던 중 Y사로부터 재계약을 해준다는 구두약속을 받고 소송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건물명도 등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음에도 단 한 차례도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변론기일에도 모두 불출석했다. 오히려 원고였던 Y사에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이로 인해 Y사는 1심에서 손쉽게 승소할 수 있었고 I사는 재계약이라는 말만 믿고 항소도 포기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Y사가 갑작스러운 자본잠식으로 2012년 8월22일 시장 퇴출이 확정됨으로써 재계약은 무산됐고 I사는 법률상 불법점유자 신세로 추락했다.

이에 I사는 분당미금시장을 아예 매수하기로 하고 지방건설사인 A사와 함께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분당미금시장 공매 입찰에 최고가를 써내며 참여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분당미금시장 매각은 지난 2005년 시작됐다. 그해 1월 현대증권은 부동산경매펀드1호를 모집, 판매개시 10분 만에 1000억원 규모의 부동산경매펀드가 판매 마감됐고, 추가한 500억원의 청약까지 모두 마쳤다.

분당미금시장 대형마트 매각 주관
'특정인 밀어주기' 특혜 의혹 제기

2005년 7월, 부동산경매펀드1호인 현대경매부동산일호투자는 분당미금시장 부동산경매에 입찰 참여해 128억원에 최고가 낙찰을 받아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각주관사이던 Y사가 '도이치쇼크'로 인해 큰 손실을 입고 재무구조가 악화돼 2012년 8월 문을 닫은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매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분당미금시장은 유찰을 거듭했다.

'도이치쇼크'는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직전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4000억원대의 외국계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포스피지수가 53.12포인트 폭락해 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부동산경매펀드를 구입한 소액투자자 약 2700명은 지지부진한 매각 절차에 대해 현대증권에 항의와 불만을 표출했고 보다 못한 예금보험공사가 나서 공매를 진행했지만 1회차 179억원, 2회차 143억원 모두 낙찰자가 없어 공매가 종료됐다.

분당미금시장 공매 절차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6월21일 금감원이 직접 나서면서 부터다. 금감원은 직권명령으로 부동산 매각, 매각대금분배 및 투자회사의 청산 등 관련제반 업무를 Y사에서 현대자산운용으로 이양했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13일 분당미금시장 매수희망자 4명으로부터 매수의향서를 접수받고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I사도 접수마감일이던 8월8일 겨우 매수의향서를 접수했다. 현대자산운용이 분당미금시장에 대한 매각공고 등 일체의 공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3개 업체가 매수희망가격을 기재해 이미 접수했다는 사실을 안 I사는 분당미금시장을 반드시 매수하기 위해 높은 금액을 기재했다.

최고가인 143억원이었다. 143억원은 예금보험공사에서 진행한 공매 최종 유찰금액이었다.

10억 포기하면서
특정인 밀어주기?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는 차순위였던 B사가 선정됐다. B사가 적어낸 입찰가액은 133억원에 불과했다. 

B사는 충남 보령에 본사를 둔 영세한 비주거용 건물임대업을 주업으로 영위한다. 직원은 2명에 불과하며 지난 3년 평균 매출액은 5억9300여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400여만원, 부채비율은 735%에 달한다.

I사는 "B사의 자금력에 문제가 있다. 입찰 절차를 통해 매각을 진행한 이상 입찰관련 법률을 따라야 하며, 당연히 최고가 매수인이 낙찰자로 선정되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현대자산운용은 "분당미금시장 공매는 경매펀드로써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의해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I사는 불범점유자로서 자금력이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하지만 I사가 불법점유자라고 하더라도 공동매수인인 A사는 '불법점유자'도 '자금력이 없는 법인'도 아니다. 실제로 입찰 절차에 필요한 예금잔액증명서도 A사 명의로 첨부했다.

이쯤 되자 특혜·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업체의 자금 동원력을 설명하는 예금잔액증명서가 A사 명의로 제출됐음에도 현대자산운용이 '자금력'을 들먹이며 차순위 업체를 선정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특정인 밀어주기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143억원 vs 133억원
최고가 제시자 배제
차순위자 선정 왜?

여기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B사가 지난해 11월 초 자금문제로 입찰을 포기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현대자산운용이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를 "문제가 없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밀어붙인 셈이다.


I사는 "I사가 최고가 매수인임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고 배제된 결정적인 이유로 현대자산운용이 제시했던 '자금력'은 처음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다"며 "현대자산운용이 계획적으로 처음부터 이건(분당미금시장)에 대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불공정한 매각절차를 진행하였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I사는 강력 대응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약 8개월 동안 현대자산운용의 불법적인 분당미금시장의 처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금감원, 감사원, 국회에 억울함을 호소해 각 기관은 조사에 돌입했다. 올해 4월부터는 금감원이 현대자산운용에 대한 일시적 검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I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부동산매각절차중지가처분과 매매계약당사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현대자산운용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일축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2건의 소송은 I사의 피보전 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자산운용이 승소했다"고 밝힌 뒤 "원고인 I사가 항소를 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은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실 규명 위한
강력 대응 예고

I사의 주장은 달랐다. I사는 '피보전 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입찰절차에 참여해 최고가인 143억원을 기입해 제출했음에도 불법적으로 차순위자인 B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승복할 수 없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라며 "이는 불법점유자의 지위가 아닌 최고가 입찰참가자의 지위로서 소송을 신청한 것이며 더욱이 I사 단독이 아닌 A사와 공동으로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I사는 또 "부동산매각절차중지가처분의 1심 결정문은 단지 I사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인정해 기각결정을 했으나 이는 명백하게 사실을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2심 및 본안 소송에서는 이와 같은 1심 결정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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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