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중소기업 ‘10년 특허전쟁’ 막후

갑은 말로만 상생 을은 외로운 투쟁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LG유플러스가 요즘 들어 부쩍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치고 있다. 그 이면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다. 서오텔레콤 사장 김성수씨다. 그는 10년 동안 LG유플러스와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집도 절도 다 잃은 다윗과 끄떡없는 골리앗의 악연을 들여다봤다.

서울시 석촌동 동양빌딩 2층,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의 사무실이다. 김 사장의 하루 일과는 정신없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소송 서류를 검토한다. 10년을 이어온 특허 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다. 상대는 LG유플러스(이하 LG유플)다. 그는 LG유플의 숨겨진 얼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나홀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기업 앞에서 김 사장의 절규는 희미해지고 눈물은 말라간다.

특허 심판청구
기각·각하 반복

김 사장은 한마디로 잘 나가는 중소기업인이었다. 성폭력 피해가족의 한 사람으로써 2000년 8월 서오텔레콤을 설립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자 휴대전화 비상호출 시스템을 개발, 특허등록을 마쳤다. 2002년 10월에는 중국 보천그룹과 조명램프를 가지는 휴대용 무선전화기 공급을 체결했고, 기술라이센스 및 모듈 공급계약도 이끌어 냈다.

2003년에는 KAIST 전자정부 연구센터와 건강보험 시스템 IC카드 사업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7월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위치제공과 그 방법에 대한 기술을 15개국에서 특허 출원했다.

김 사장과 그의 직원들은 정말 미친 듯 일했다. 중소기업이 갖는 한계를 다양한 국내외 협력 활동으로 극복해 냈다. 한 장의 카드 속에 150종의 각기 다른 카드 기능을 탑재한 화상데이터 칩 카드를 개발했고 국민건강보험증 전산카드(스마트카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김 사장은 제4회 산업협력대회에서 산업포장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2004년 1월 LG유플(당시 LG텔레콤)이 긴급호출 버튼 기능을 갖춘 '알라딘'휴대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알라딘 서비스는 위급·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휴대폰 측면의 긴급 버튼을 누르면 현재 상황이 연속 촬영되고 곧바로 저장된 보호자 등 3명의 휴대전화로 자동으로 위치가 전송되는 것과 동시에 통화가 이뤄지는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한다.

알라딘은 서오텔레콤이 개발한 비상호출시스템과 매우 유사했다. ▲측면에 설치된 단일의 비상 키 버튼 ▲비상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 수단 ▲비상모드 실행단계 ▲1단계 호접속 유지 상태 ▲도청모드 실행 단계 등이다.

알라딘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언론기사를 살펴보면 LG유플 관계자는 "알라딘폰이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도 최근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일부 지역에서는 예약해야 살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서오텔레콤의 사세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3년 동안 수억의 개발비를 투자해 연구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LG유플 측은 "이미 개발됐던 그룹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서오텔레콤 기술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때부터 김 사장은 외로운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극히 상식적이고 초보적인 기술마저 힘의 논리로 짓밟아 버리더군요. 이대로라면 그동안 밤을 세워가며 개발해 놓은 173건의 특허와 31개 국가에 출원 등록 및 공개중인 18건의 원천 기술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뜬 사람 코 베어간 대기업의 횡포와 부도덕성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휴대폰 비상호출 시스템 두고 소유권 소송
"믿었는데…" 공동사업 협의 중 다시 돌변


서오텔레콤은 2004년 4월 LG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 고소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LG유플은 서오텔레콤을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에 돌입했다. 무효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서오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오텔레콤이 제기한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와 특허법위반 고소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지난 10년간 번번이 기각되거나 불기소 결정됐다.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보내던 김 사장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기술검토의견서가 도착하면서다. 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은 김 사장이 보낸 '기술검증 요청 민원'관련에 대한 회신을 통해 LG유플이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내왔다.

의견서를 토대로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특허법원에 특허권리 범위 확인 재심을 청구했고 6월 서울중앙지검에 LG유플을 득허법위반으로 재고소했다. 2011년 4월 나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특허침해검토보고서도 의견서 내용을 뒷받침했다. 당시 언론과 업계는 권위 있는 ETRI 의견서가 향후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했다.

기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났다. 특허권리 범위 확인 재심은 각하됐고 특허법위반에 대한 재고소는 불기소로 결정이 났다. 선임연구원의 기술검토의견만으로 LG유플이 서오텔레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불기소 이유다.

김 사장은 즉각 항고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고등검찰청에 냈다. 하지만 지난 5월22일 고등검찰청은 "선임연구원의 기술검토의견에 대한 수사검사의 불인정과 특허법원의 재심사유가 없다는 각하판결을 뒤집어 LG가 서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김 사장이 LG유플과의 법적분쟁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잘나가던 중소기업
하루 아침에 '쫄딱'

먼저 서오텔레콤이 항고장에 첨부한 LG유플 직원 진술서에는 당시 LG텔레콤과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엔큐리텔이 서오텔레콤의 특허기술 침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진술서를 보면 LG텔레콤 직원 유모씨는 "LG텔레콤이 팬택엔큐리텔에 보낸 이메일을 보고 해당 기술이 서오텔레콤 특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말기 구성을 변경하는 안을 제안"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김 사장이 공개한 '2004년 11월17일 LG 법무팀과 1차 미팅내용'에서는 특허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양사의 협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내용을 보면 LG에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 찾아간 김 사장에게 당시 LG텔레콤 법무팀 노모 부장은 "이제 와서 협력하자고 하면 되겠냐" "협상을 하려면 서오에서 먼저 검찰 고소를 취하해라" "LG에서 (서오의 기술을) 채택할 경우 우리한테는 프리로 해줄 수 있나" 등의 말을 했다.

LG 법무팀 김모 대리는 "우리가 패소하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싸워서 이긴들 LG나 서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신규제품부터 로열티를 받을 생각인가" 등 협의를 이끌어 내려는 모습이 보였다. 서오텔레콤이 낸 형사고소를 모두 취하하라는 LG유플 측 권유도 등장한다.

석연찮은 재판과정
"말장난 하고 있다"


재판부의 잇따른 기각 판결도 석연치 않다. 특허법원은 지난 5월22일 재심 각하 이유를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특허법원에서 판단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판단이 '누락'됐다는 주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의 단서조항에 따르면 '당사자가 상소에 의해 그 사유를 주장했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와 같은 재심 각하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허법원이 말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누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오인' '판단유탈' '심리미진' 등 위법이 명백하다는 것을 분명 적시했습니다. 만약 특허법원이 우리가 첨부한 ETRI 의견서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도 LG가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면 결과에 수긍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십여차례 재판이 진행되면서 기각·각하가 반복됐을 뿐 우리 의견이 반영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서울고등검찰청이 2009년 4월1일 김 사장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 고지서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고지서에서 검찰은 "본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이다.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할 경우 고소를 할 수가 없다"고 밝힌 뒤 "기록을 살펴보면 고소인은 본건과 동일한 내용으로 이미 2004년 4월9일자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위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지자 피고소인만을 추가해 2008년 9월12일 자로 당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적었다.

이어 "또한 피고소인들은 2008년 1월7일자로 애초 고소인이 특허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휴대전화 서비스 내용을 변경했으므로 가사 특허권을 침해 했다고 하여도 위 일자를 기해 침해상태가 종국적으로 종료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적어도 2008년 7월6일 이전에 고소를 했어야 했다"며 공소권이 없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서오텔레콤 측이 LG유플이 2008년 1월27일자로 침해 특허서비스를 변경했다고 반박하자 검찰은 "그렇다고 하더라고 고소장은 적어도 2008년 7월27일 이전에 접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건 고소장은 2008년 9월12일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됐으므로 실체 판단을 하기 앞서 고소기간이 지난 이후에 접수된 고소사건이므로 공소권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라는 지위에 따라 불기소(공소권없음) 의견임"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고소장이 제출된 날짜다. 검찰은 고소장이 2008년 9월12일에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서울중앙지검에 2008년 7월21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이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되면서 날짜가 뒤바뀐 것이다.

ETRI 의견 거부 등 재판 과정에 의혹
10년 넘는 공방에 손실만 약 100억원

"서부지검 박모 검사가 LG측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고소날짜를 허위로 조작해놓고 고소기간이 지났다면 불기소처분을 했습니다. 저는 이에 불복 항고했고 고등검찰 조사결과 박 검사의 고소날짜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재수사명령까지 내려졌으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로 결국 혐의 없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중소기업진흥원도 특해침해 사건 검토보고서에서 "형사고소사건에서 감사가 고소날짜를 허위 기재하여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 부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대·중소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었다.

LG유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결론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수차례 민형사상 소송을 거치면서 LG유플러스가 특허 침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난 상태다"며 "ETRI의 의견은 서오텔레콤의 질의에 대한 선임연구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알라딘 서비스는 이미 개발되어 공개된 그룹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SK, KT 등 경쟁사에서도 생각하던 서비스였다"며 "LG 기술은 휴대전화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비상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연결이 바로 되고 서오 기술은 비상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가 걸리면 그 전화를 끊고 상대방이 다시 걸어야 연결이 되는 기술로 실질적으로 다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오텔레콤이 주장하는 측허기술 사용에 대한 협의는 진행된 적도 없고 LG유플 직원의 진술서도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서오텔레콤의 주장은 모두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끝까지 갈 생각이다. 10년이 넘는 공방을 벌이는 사이 김 사장의 회사와 가정은 폭삭 주저앉았다. 만만치 않은 소송 비용과 직원들 월급을 충당하기 위해 서오텔레콤 소유의 빌딩을 팔았다. '서오'빌딩은 주인이 바뀌어 '동양'빌딩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서오텔레콤은 세입자 신세가 됐다. 힘겹게 마련한 가족의 보금자리도 팔았다. 서오텔레콤이 지난 10년간 입은 손실은 1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LG유플에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성폭력 피해가족의 한사람으로 하루 속히 분쟁이 마무리되고 제품이 상용화되길 바랄 뿐이다.

재정신청 접수
"끝까지 간다"

"제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믿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사옥과 집을 팔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무모한 투쟁을 하느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의 고리를 끊어내야 우리나라가 IT기술 강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LG유플은 지난해 1월부터 진행한 ▲국산화상생 ▲자금상생 ▲기술상생 ▲수평상생 ▲소통상생 등 '동반성장 5生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중소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반성장 2014'를 발표했다.

LG유플은 협력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협력사는 LG유플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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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