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마사회 ‘특급복지’ 백태

혁신 강조한 현명관…꿔다놓은 보릿자루?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마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기본급을 제외한 평균 608만원의 근속수당, 순금 기념품, 건강검진비, 자녀 학원비, 과외비, 스키캠프 참가비 등 초호화 복지제도가 지적됐다. 마사회의 '특급복지'는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마사회는 끄떡도 없었다.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3000억원. 한국마사회가 '합법적' 도박을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당연히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주일에 3번이나 경기가 결리는 경마장은 주로 서민들이 많이 찾고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마사회로 흘러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사회는 신규 수익 창출 사업을 찾거나 기존 시스템을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마사회가 최고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사내복지 관리자가
장학금 부당 수령

공기업이라 직원들이 받는 혜택도 많다. 공기업의 과도한 복지혜택 얘기만 나오면 마사회의 '황금복지'는 도마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5일 취임했다. 그의 취임일성은 '고객 중심 경영'이다.

현 회장은 뼈 속부터 '삼성맨'이다. 1941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65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감사원에 발을 들였다. 68년 감사원 부감사관을 거쳐 78년 삼성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호텔신라와 삼성종합건설 대표를 지낸 그는 93년 그룹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직까지 올랐다. 그가 삼성맨으로 산 기간은 무려 30여년이다.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창조와혁신'을 설립, 상임대표를 맡았다.

마사회장 취임 초기, 현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한 공기업 수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현 회장을 마사회 신임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기업에 깊게 뿌리내린 구태와 비효율성을 해소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현 회장 자신도 취임사에서 "한국마사회는 현재까지의 영광에 자족하며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기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며 "말뿐이 아닌 몸에 체질화된 고객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이어 직원들을 향해 "여러분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고객이다. 고객이 경마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근해 직장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각 부서는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 개선계획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모든 조직을 다 만족시키는 경영자는 무능한 경영자"라며 "욕 먹고 질책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마사회를 위한 길이라면 가겠다"며 투명경영과 신뢰경영, 공정한 인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또…감사원 도 넘은 복지 지적
매년 반복되는 비리적발 개선의지 있나

하지만 말 뿐이었다. 취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마사회는 달라진 게 없다. 지난 11일 감사원은 한국마사회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마사회 등 주요공공기관 수익금 집행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마사회의 2012년 1인당 평균 인건비(기본급, 성과급, 수당의 합)는 8350만원으로 5개 감사대상기관(한국마사회, 강원랜드, 울산항만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중 제일 높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마사회는 기본급을 배고도 매년 1월과 7월의 급여지급일에 근속연수에 따른 정근수당을 1인당 평균 431만원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 매월 별도의 장기근속수당(1인당 평균 177만원)을 지급했다. 별도의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편성해 매년 5년 이상의 장기근속자에게 평균 197만원 상당의 순금기념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직원 1인당 연간 평균 건강검진비는 403만원이다. 직원 가족들의 검강 검진을 위해 연강 6억5600만원의 별도 예상도 책정했다. 또 직원 자녀에게는 1인당 연 26만원의 스키캠프 참가비까지 지원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로 사용할 수 있는 학자금 명목으로 220만원 상당을 실비 정산 형태로 지급했다.

자녀가 없는 직원의 경우 형평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사내복지근로기금에서 별도의 증빙 없이 1인당 매춸 1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줬다.

직원들이 주택 매입이나 전세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직원들의 이자부담에 따른 소득저하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주택매입 융자는 연 2%, 전세융자의 경우에는 연 3%의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신 부담해 주기도 했다.

말 뿐인 투명경영
부적정 업무 만연

마사회는 임직원들의 대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학자금 지원 사업을 해오면서 관계 법령과 내부 규정 등을 어기고 학생들의 실제 등록금 납부액보다 많은 학자금을 사내 기금과 외부 기관 지원을 통해 중복·초과 지급했다.

마사회의 학자금 지원 사업은 장학금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직전 학기 성적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학자금 대출은 예상에서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으로 지난해의 경우 장학금은 282명에게 7억1192만원을, 대출금은 65명에게 2억6356만원을 지원했다.

마사회는 매 학기 공지하는 '대학생자녀 장학금 지원계획'에 따라 ▲장학금 지원한도는 실제 납부 등록금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각 기관 및 한국장학재단과 중복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장학금 미수혜 자녀에 한해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사회 사내근로복지기금 이사를 겸하고 있는 직원 A씨는 대학교 3학년인 아들이 2012년 2학기 휴학을 한 후 2012년 1학기 성적표로 2012년 하반기에 장학금 301만원을 지원받고도 다시 같은 성적표로 2013년도 상반기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다른 직원 B씨는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2012년 2학기에 20학점 모든 과목 만점을 받아 등록금 전액이 면제된 사실이 있었음에도 마사회로부터 장학금 265만원을 지원받았다.

직원 C씨와 D씨는 장학금과 더불어 대출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마사회는 C씨가 두 딸의 장학금과 더불어 대출도 신청하자 장학금 632만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무이자로 대출금 834만원을 지급했다. D씨의 경우 대학생 딸의 지난 2011년 하반기 장학금으로 271만원, 2012년 상반기 장학금으로 253만원을 마사회로부터 받은데 더해 장학재단으로부터도 각각 389만원과 291만원의 대출금을 지원받았다.

이같은 방법으로 마사회는 2011∼2013년 기간 동안 모두 20명에게 25회에 걸쳐 5570만원의 외부 학자금을 실제 대학 등록금 납부액보다 초과 지원한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장학재단은 모두 10차례에 걸쳐 공문 등을 통해 마사회에 '재단 등 다른 공공기관의 학자금 지원과 마사회의 지원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이중지원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하지 않은데다 기관장 등이 한 차례도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고 요청받은 자료 역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가 기부금을 경영상 이익을 위해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사회는 매년 기부금을 집행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2007년 110억원, 2008년 121억원, 2009년 129억원, 2010년 209억원, 2011년 204억원, 2012년 193억원 등이다.

마사회의 ‘기부금 관리규정’에 따르면 마사회는 사회공익단체의 고유목적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사회 사업과 직접 관계없는 단체에게 무상으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기부하며, 사회공익단체에 기부금을 집행할 경우 공개적인 방법에 의해 지원대상 단체를 모집·선정할 수 있되 기부심의위원회는 기부금신청서를 접수한 단체의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개별적으로 이를 심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자선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기부금을 줬다. 2012년 1월과 2013년 2월 각각 사회공익단체 지원분야 기부금 총액(2012년 8억원, 2013년 7억원)을 기부심의위원회로부터 포괄심의 받은 후 2012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부대상단체를 공개 모집하지 않고 129개 단체에 총 13억4130만원을 기부했다.

자녀 있으면 학자금, 없으면 문화상품권
학원비에 과외비, 캠프 참가비까지 지원

마사회는 기부대상단체의 차량구입비까지 지원했다. 마사회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250개 단체를 차량구입비 기부대상단체로 선정한 후 총 60억원을 기부했다. 선정과정이 문제였다.

마사회는 기부단체를 선정하면서 외부로부터 특정단체를 기부대상단체로 선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기부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기부대상단체로 선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단체를 미리 알려주는 방법으로 특정단체가 차량구입비용을 기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마사회 요청을 받은 기부심의위원회는 선정 요청을 받은 특정 단체 84개를 기부대상단체로 심의·의결했고 현장실사 등을 거쳐 차량구입비 총 20억1600만원을 기부했다.
 

마사회는 승마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무료승마강습사업'을 특혜성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마사회 본사 및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무료승마강습 대상에 2009년부터 지자체 공무원이나 정·관계, 언론계, 학계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일반인 대상 승마강습을 유료로 전환하거나 무료 강습 시행 사실을 숨겨 왔다.

마사회는 공개모집 절차 없이 문서로 무료승마강습을 신청하도록 요청하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경남도 소속 공무원 등 특정인 1557명, 본사와 부산경남지역본부 소속 직원이나 직원가족 498명 등 총 2055명에게 최소 2회에서 최대 24회까지 무료승마강습을 시행했다.

엉뚱한 단체에
기부금 지급

마사회는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에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저소득층 승마체험 지원사업'을 활용하도록 유도했고 무료승마강습을 요청하는 일반인에게는 "마사회는 무료승마강습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강습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사실 마사회의 과도한 복지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매년 국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온갖 특혜와 비리가 적발돼 명실상부한 '비리백화점'임을 입증했고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6차례에 걸쳐 과다한 직원 복지 문제를 지적받았다.

감사원도 2010년부터 매년 과잉복지 문제를 개선하라고 주문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마저 2013년 4월 과다한 복리후생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현 회장과 마사회 측에 부적정한 업무 추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마사회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수 있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정답은 '방패막이' 역할을 겸하고 있는 마사회 수장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현재 회장인 34대 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이다.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을 거친 재계인사로 분류되지만 2004년 당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2006년에는 제주도 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어 정계 쪽에도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임 33대 장태평 전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이다. 행시 20회로 재정경제부 관료를 거쳐 정운천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장관으로 2년간 농식품부를 이끌다가 2011년 11월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농심품부는 마사회의 주무부터로 취임 당시 많은 논란이 일었다.

방패막이 서준
힘쎈 회장님들

32대 회장인 김광원 전 회장은 '친 이명박 인사'로 분류된다. 행시 10회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냈으며 국회 농림해산수산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6년간 마사회를 거친 전·현직 회장들은 정권에서 내려온 '낙하산'으로 마찰없이 입성해 든든한 '빽'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뒤에서 마사회 직원들은 그들만의 복지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이와관련 마사회 측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요구한 관련 직원 징계처분과 부적정한 업무 추진 시정조치를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도 "감사원의 이번 지적 사항 중에는 이미 지난해 지적된 사항이 많아 지난 3월 노사합의를 통해 감축하기로 합의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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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