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빅매치' 판 커진 7·30재보선 막전막후

대권 노리는 '올드보이의 귀환'…국민들은 과연 반길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권의 관심이 7·30재·보궐선거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끝난 데다, 최소 14곳 이상의 '미니총선급' 규모 재보선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 선거구에는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며 벌써부터 재보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총출동 가능성이 점쳐지며 재보선이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마무리되며 재보선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2라운드 '격돌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14곳에서 최대 16곳에 이를 정도로 재보선의 규모가 커지며 '미니총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의미도 커져 여야는 사활을 걸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맞붙을 태세다.

지방선거 무승부
재보선서 연장전

우선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부터 살펴보면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무려 10곳에서 공백이 생겼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은 서울 동작을(정몽준), 부산 해운대·기장갑(서병수), 경기 김포(유정복), 대전 대덕구(박성효), 울산 남구을(김기현), 경기 수원병(남경필), 충북 충주(윤진식) 등 7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출마한 경기 수원정(김진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낙연)과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후보에 나섰던 이용섭 전 의원의 지역구 광주 광산구을 등 3곳도 재보선 지역이다.

여기에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곳도 경기 평택을(새누리, 이재영), 경기 수원을(새정치연합, 신장용), 전남 나주(새정치연합, 배기운), 전남 순천·곡성(통합진보당, 김선동) 등 4곳에 이르러 최소 14곳에서 재보선이 열릴 예정이다.

게다가 서울 서대문을(새누리, 정두언), 충남 서산·태안(새누리, 성완종)도 해당 의원들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불법기부행위 등으로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지역은 2곳이 더 추가될 여지가 있다.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해당 의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거나,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해당 의원은 그 즉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처럼 재보선 규모가 14~16곳에 이를 정도로 큰 데다, 수도권에서만 6~7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을 띤 치열한 재보선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각 지역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이 줄을 이으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고, 조만간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동작을
대선 전초전?

정몽준 전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로 나서며 재보선이 열리게 된 서울 동작을의 경우에는 이미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 면면이 '미니대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재보선 지역 중 서울은 동작을 한 곳뿐인 상황에서 수도 서울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중요성을 감안해 원외에서 기회를 엿보던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정권 심판론'이 다시 한 번 재현되며 야권에서도 거물급 인사를 출격시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총선급 규모…여야 거물급 인사 출마설
여야, 지방선거에서 못낸 승부 재보선서 결판?

당장 새정치연합에서는 김두관·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등 대권잠룡들과 함께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에서도 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현 대표 등 만만찮은 인사들이 동작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고려대 특임교수도 아직 입당을 하지는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로 동작을에 나서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7·30재보선에 새정치연합 동작을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중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동작을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지사는 6월말 도백 임기가 끝나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을 하거나 7·14전당대회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 진입해야만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동작을 출마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출마를 강하게 부인하거나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현 전 수석은 공개적으로 출마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 전 수석 주변을 통해 "재보선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 전 수석의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읽는 이 전 수석이 당·정·청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판을 키울 여지가 농후해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지금 주변 사람들 반응과 언론 등을 통해 분위기를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은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권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경우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극적인 여권
적극적인 야권

이처럼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야권 인사들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고문은 동작을 출마설에 대해 "저는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는 전주 지역구를 스스로 떠나 강남에도 출마했던 사람이다. 지역은 중요치 않다"며 "당과 나라를 위해 (재보선 출마가) 꼭 필요한 것인지 숙고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지난 18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며 경남지사 직을 던졌던 김두관 전 지사는 더욱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작을 출마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와 빅매치를 해보고 싶다. 이번 재보선에서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수도권에 입성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에는 동작을과 함께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만약 김문수 지사가 동작을 출마로 가닥을 잡는다면 지도부 결단으로 손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손 고문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수원병이 남 당선인이 작고한 부친 남평우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5대 국회 재보선 때부터 내리 5선을 달성했을 정도로 여권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점을 이유로 손 고문이 나서 주기를 바라는 기류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번 재보선은 경기도가 5석이 포함돼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진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손 고문의 출마를 요구했다.

승부 향방
오리무중


승부의 향방은 재보선까지 아직 기간이 40여일 남은 데다 세월호 국정조사, 박근혜정부 인적 쇄신 및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각 정당의 공천 등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가 많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 국정조사가 재보선 기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박근혜 지키기 vs 세월호 심판론' 구도의 선거가 치러질지 주목된다. 이를 경계하는 여권에서는 당장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중 기관보고 등을 마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자칫 세월호 국조가 묻힐 수도 있는 월드컵 기간을 피해 재보선 기간인 7월 중 기관보고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여야가 '경고'와 '기회'를 동시에 받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적 쇄신 작업, 국가 개조 작업 등이 기대 이하에 그칠 경우에는 여권에게 불리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 쇄신 요구에 맞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이룬다면 야권이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심판 동력'은 상실되고 여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김문수·나경원·오세훈·이혜훈·이정현 거론
야-김두관·손학규·정동영·천정배·김현철 채비

야권의 경우에는 공천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지도부의 광주·안산 전략공천이 거센 역풍을 야기했고, 아직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키지 못했던 ‘개혁 공천’을 이번에는 지키면서 당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선전이 예상되지만, 또 다시 공천 갈등에 휩싸인다면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야권에서 벌써부터 공천 관련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486계 등 신진세력들은 '거물급 귀환'을 '올드보이 귀환'으로 규정하고, 새정치와 세대교체를 위해 이들의 귀환에 반대하고 있다. 486계의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초재선 모임 '더 좋은 미래' 토론회에서 "재보선 공천에서는 혁신적인 세대교체형 후보들이 돼야 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올드보이로 찍힌 분들은 나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도 "당의 미래를 위해 재보선이 '중진 부활의 장'이 아닌 '신진 등용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새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여야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 승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거물급 차출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진과 신인 간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물급 생환 여부
대권·의석수 영향

한편,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의 '생환' 여부에 따라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차례 재편된 잠룡 간 차기 경쟁 구도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선에 성공하며 약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도 추가로 부상하는 잠룡들이 생겨나며 잠룡 간 경쟁구도가 '군웅할거' 양상을 띠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국회의석수 분포가 새누리당 149석, 새정치연합 127석, 통합진보당 5석, 정의당 5석인 상황에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