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족 두 번 울리는 '세월호 국조특위' 막후

바다 밑에 세월호 두고 탁상 앞에서 허송세월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300여명의 생명이 어이없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국정조사가 지난 2일 9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단계에서부터 여야 간 갈등을 빚었던 국조특위가 첫 일정부터 파행 운영되는 등 향후에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조의 대미를 장식할 청문회 증인, 참고인 채택을 놓고도 여야 간 이견이 커 향후 국조특위 활동이 순조롭게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 세월호국정조사는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방 방지책 마련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지난달 29일 극적으로 국정조사계획서 채택에 합의하며 국조특위가 9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특위는 시작과 동시에 잇달아 불협화음을 내며 순탄치 않은 국조를 예고하고 있다.

국조 시작부터
여야 불협화음

지난달 29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국조계획서가 재석의원 226명 가운데 찬성 224명, 기권 2명의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됐다. 기권한 2명은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으로, 유 의원의 경우에는 기기 오작동으로 찬성표가 잘못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맡게 됐으며 여야 간사에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특위위원 구성은 새누리당 9명(심재철·조원진·권성동·경대수·김명연·윤재옥·이완영·신의진·이재영 의원), 새정치연합 8명(김현미·우원식·민홍철·박민수·부좌현·김광진·김현·최민희 의원), 정의당 1명(정진후 의원)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국조기간은 총 90일이며 대미를 장식할 청문회는 8월4~8일 닷새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여야가 합의한 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에는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조계획서에 증인 채택,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 여부 등에 대한 여야의 갈등 소지를 남겨 놓아 자칫 정쟁만 벌이다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국조계획서 채택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포함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사대상기관에 '청와대 비서실'을 적시하고, '기관보고는 각 기관의 장이 보고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합의해 향후 여야의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간 여당은 관련법 조항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역대 국조에서 계획서에 미리 증인 명단을 구체적으로 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증인 명시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반면 야당은 '핵심 증인'으로 꼽고 있는 김 실장의 이름을 적시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으나 결국 한 발짝씩 양보해 이 같은 절충안이 마련된 것이다. 

여야, 국조특위계획서 채택부터 기싸움 팽팽
특위 가동 첫날부터 팽목항 '반쪽 방문' 엇박자

이에 따라 야당이 반드시 국조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김 실장의 경우 증인 채택 여부가 불투해졌다. 청와대 비서진의 대규모 개편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국조 기관보고 이전에 물러나면 후임 비서실장이 기관보고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또 김 실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여부는 '여야는 각자가 요구하는 증인과 참고인은 협의를 거쳐 반드시 채택하기로 한다'고 적시해 추후 여야의 '협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김 실장이 기관보고 전에 사퇴하면 그의 출석 의무가 사라진다"며 "김 실장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준 합의"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야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KBS 길환영 사장,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의 출석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여당이 이들 모두의 증인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앞서 민간인사찰국조특위와 국정원국조특위 등도 증인채택과 관련한 여야 간 갈등으로 장기간 공전한 전례도 있다. 때문에 세월호국조가 순탄하게 진행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조 대장정
곳곳 지뢰밭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여야는 국조계획서에 '국정조사 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국정원 및 위원회가 결정하는 기관은 비공개'라고 예외를 뒀다. '및'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이 비공개 기관보고 기관으로 추가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공개 원칙'에 따라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를 강력히 요구할 전망이지만, 여당은 비공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90일간의 조사가 끝난 후 야당은 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조사대상과 관련해서도 국조계획서에는 일단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규모 피해 발생원인, 정부 대응 적절성, 후속대책, 언론의 보도 적절성, 청해진해운의 불법행위 등을 적시했으나 추후 여야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당은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을 집중 추궁하면서 청와대 보고과정 등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에 집중할 전망이다. 반면 여당은 유병언 일가 및 청해진해운 관련자들의 불법행위,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의 탈출경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야가 정쟁만 되풀이하고 제대로 된 국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첫날 '반쪽 방문'
여야 진실 공방

당장 국조 첫 일정인 지난 2일 진도 팽목항 방문도 야당만 방문하는 '반쪽 방문'으로 이뤄지며 출발부터 '삐걱’댔다. 당초 특위 여야 위원들은 이날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과 생존·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본격적인 특위활동에 앞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심재철 위원장과 조원진 간사 등 일부 여당 특위위원들은 출발 직전 용산역에 나와 야당 특위 위원들에게 불참을 통보해 야당 특위 위원들만 현장으로 가게 됐다. 불참 사유에 대해 심 위원장은 "현지에서 가족들이 우리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 가지 않았다"며 "출발일 당일 새벽 0시30분께 현지에서 이같이 결정돼 연락이 왔는데 밤중이라 너무 늦어 (야당) 특위위원들에게 연락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특위위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어제 아침 심 위원장이 범정부대책본부 측에 연락해 '의원들 일정이 많으니 5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현미 간사에게도 '진도 현장 가족들 요청에 따라 5일로 연기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간사가 유족대표 측에 확인한 뒤 심 위원장에게 '유족 측 입장에 변함이 없다,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며 "그런데 자정께 위원장이 야당과 협의도 없이 희생자가족 측과 조율한 뒤 일정을 취소하기로 하고 이를 용산역 집결 직전까지 야당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시야에서 진도 모습을 감추려는 의도적 결정"이라며 "향후에도 특위가 일방적으로 결정, 운영돼 진실규명에 난항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증인채택, 조사대상 등 놓고도 곳곳 지뢰밭
더 꼬여만 가는 국조특위…정쟁만 하다 끝내나?

야권 핵심관계자도 "세월호를 잊고 싶은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조 일정이 시작된 첫날부터 여야가 엇갈린 행보를 보인데 이어 '반쪽 방문'을 놓고 진실공방까지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실종자가족들은 정치권의 진상규명 의지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 실종자 관계자는 진도를 방문한 야당 특위위원들을 향해 "날짜 하나 못 맞추면서 실종자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그냥 왔다가 인사치레만 하고 가지 말고 여야가 함께 내려와 며칠이 됐든 우리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구조해낼 건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라"고 성토했다.

정부 불신
국회도 불신

심지어 여야 특위위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린 이튿날에도 엇갈린 행보를 이어갔다. 여당 특위위원들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49재에 참석했고, 야당 특위위원들은 전날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월호 피해자가족들이 2박3일간 국회에서 농성까지 하며 국조를 요구했던 것은 정부가 참사를 키운 당사자로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그나마 국회밖에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조 시작부터 여야가 파열음을 내며 희생자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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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