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학살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송영인, ‘국정인 대학살’ 주장 이종찬·이강래 옥죈다
당시 기조실장 이강래 “송영인 주장 허위 주장 불과”

김대중 정부 초 일어난 ‘국정원 대학살’ 사건으로 국정원이 뒤늦은 내전에 돌입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국정원에 근무하는 대공 전문요원들이 대거 숙청당했으며 그 결과 대공 전문가들이 거의 멸종(?)됐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에서 581명, 기무사에서 900명, 경찰에서 2500명, 검찰에서 40 명 등 모두 4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국정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퇴직 당했다. 이른바 ‘국정원 대학살’이다. 이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강래 기조실장이 지목받고 있다. 10여 년 만에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내부의 전쟁을 추적했다.

국민의 정부가 지난 1998~1999년 국가정보원(당시 안기부)의 대공파트 및 국내담당 인사 581명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직시킨 사건이 10여 년 만에 정치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숙청의 현장에 있었던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국사모) 송영인 회장이 10년 만에 입을 뗐기 때문이다.

송영인 ‘국정원 대학살’
“이종찬·이강래 주도했다”

송 회장은 숙청 당시 관여했던 인물로 이강래 현 민주당 원내대표를 꼽았다. 송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가 당시 국정원 숙청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송 회장의 증언이 나오면서 국가정보원은 DJ정부가 직원들을 대량해직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끝에 인사라인 담당자들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당시 해직과정에 관여한 직원 2명을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원 숙청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정권교체 후에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국사모는 당시 직권 면직된 2, 3급 고위간부 출신 21명으로 구성됐다. 송 회장은 <일요시사>를 만나 이강래 원내대표가 관여한 사건의 전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송 회장은 “DJ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일거에 숙청됐다”며 “숙청은 DJ의 최측근으로 기조실장에 임명된 이강래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별기준은 ▲김대중 반대파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친분 관계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 대상자로 몰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직 인사를 가려내기 위해 전북 고창 출신인 K씨를 통해 선별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K씨는 국정원 내 한직에 있다가 이 원내대표가 기조실장으로 오자 인사정책기획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또한 이 원내대표의 대경상고 동문이기도 했다.
“학살 작업에 반발한 인물들에게는 고문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 회장은 “학살 작업에 나선 사람들은 학살에 반발하는 경상도 출신 현직 1급 부서장급 간부들을 지하실로 끌고 가 팬티까지 벗기는 등 가혹한 고문을 감행했고, 그 결과 피해자 중에는 이 충격에 ‘실어증세’까지 일으키는 등 중증장애로 일생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폭로했다. 

숙청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묻자 송 회장은 “집단해직의 방편으로 ‘재택근무’에 명한다는 기상천외한 비정상 조치까지 동원됐다. 표면적으로 IMF로 인한 구조조정이라고 해놓고, 그들은 581명을 해고시켰다. 얼마 후 그 빈자리에 민변 출신 변호사등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호남 출신 등 검증도 되지 않은 500여 명을 특채라는 편법으로 채워 국정원 요직을 장악하게 했다. 강제해직 작업에 직접 관여했던 사람은 당시 인사기획관이었던 K씨였다. 그는 곧 계장에서 일약 총무관리실장(1급)에 올랐고, 조사과정에서도 그는 끝까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조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또 “당시 국정원에 검사로 파견돼 이강래 기조실장과 함께 핵심역할을 하다가 법무부로 옮겨 기획관리실장직에까지 승승장구했던 S씨는 2009년에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며 “그러나 김만복 전 원장 직계로 보안법 철폐를 주장했던 K씨는 국정원의 요직 중의 요직인 수사국장자리에까지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에 대해 송 회장은 “김성호 전 원장은 노무현 시절에 법무장관을 지냈고,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면서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강제해직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받은 김 전 원장은 2008년부터 베테랑급 조사요원을 투입해 조사를 시켰다”며 “조사는 현 원장인 원세훈으로 이어져 2009년 6월에 완료됐고, 6개월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 진상은 이 대통령에게만 보고됐을 것이고, 국민에게는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단지 2009년 2월, 김성호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 간부들과 회식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전 원장은 강제해직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그때 관여했던 직원들 상당수가 사법처리를 받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주장한 ‘국정원 대학살’사건 이후 해직자 581명 중 불과 21명만이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고 투쟁에 나섰다. 2003년 9월 법원은 ‘불법 면직이기 때문에 집단해직은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들 중 9명만 복직시키고 12명은 ‘2000년 6월30일자로 퇴직시킨다’는 소급퇴직 명령을 내려 복직을 불허했다. 국사모는 또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 변호사와 당시 기조실장이었던 이 원내대표를 상대로 형사소를 제기했지만 검찰은 2004년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 이를 기각했다.

국사모는 2004년 3월 “소급퇴직과 퇴직금 지급시점 사이 기간(2년 4개월) 동안의 퇴직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국사모는 2004년 10월12일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송영인(약 1600여 만원)과 김명선(약 1400여 만원)에게 모두 3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이를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공탁 등의 절차도 없이 퇴직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국사모는 2004년 11월23일 법원 집달관을 대동하고 서울역을 급습해 국고로 입금되는 돈을 가집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에서 패소했고, 2006년 6월16일 대법원도 국사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2년3개월에 걸친 법적공방은 막을 내렸다.

이후 송 회장을 비롯한 국사모 회원들은 ‘국정원 대학살’ 진상조사를 끝까지 이어갔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게 됐다는 게 송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원 차원에서 내부감찰을 실시한 끝에 인사담당자의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국정원 측이 고발조치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잘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송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강래 당시 기조실장
“국사모 주장 사실과 달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강래 원내대표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이 원내대표가 연루됐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조선일보>의 검찰 출입기자가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에서 이종찬, 이강래 대표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1997년 대선 직후 인수위 시절에 정부조직개편위원회에서 핵심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위원장은 박권상 전 KBS 사장이었고 이 대표가 실무책임자로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며 “IMF 시절이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 부처별로 10% 감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의 경우 30%까지 감축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현장인력 필요성을 제기해 10% 정도로 감축됐다. 이러한 감축안은 행정자치부를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8년 DJ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당시 이 대표는 2개월 10일밖에 국정원에 있지 않았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올라갔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은 근무성적, 인사기록, 감찰 자료 등을 평가해 선정했으며,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또한 구조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자연감소분과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을 고려해 적용했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581명도 사실과 다르다. 행자부에 올린 인원은 522명이었고 그중에 36명이 최종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 측은 특히 “이번에 국정원에 고발을 당한 인사도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4~5년 전에 있었던 업무와 관련해 잘못된 점을 발견해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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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