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학살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송영인, ‘국정인 대학살’ 주장 이종찬·이강래 옥죈다
당시 기조실장 이강래 “송영인 주장 허위 주장 불과”

김대중 정부 초 일어난 ‘국정원 대학살’ 사건으로 국정원이 뒤늦은 내전에 돌입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국정원에 근무하는 대공 전문요원들이 대거 숙청당했으며 그 결과 대공 전문가들이 거의 멸종(?)됐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에서 581명, 기무사에서 900명, 경찰에서 2500명, 검찰에서 40 명 등 모두 4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국정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퇴직 당했다. 이른바 ‘국정원 대학살’이다. 이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강래 기조실장이 지목받고 있다. 10여 년 만에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내부의 전쟁을 추적했다.

국민의 정부가 지난 1998~1999년 국가정보원(당시 안기부)의 대공파트 및 국내담당 인사 581명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직시킨 사건이 10여 년 만에 정치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숙청의 현장에 있었던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국사모) 송영인 회장이 10년 만에 입을 뗐기 때문이다.

송영인 ‘국정원 대학살’
“이종찬·이강래 주도했다”

송 회장은 숙청 당시 관여했던 인물로 이강래 현 민주당 원내대표를 꼽았다. 송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가 당시 국정원 숙청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송 회장의 증언이 나오면서 국가정보원은 DJ정부가 직원들을 대량해직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끝에 인사라인 담당자들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당시 해직과정에 관여한 직원 2명을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원 숙청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정권교체 후에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국사모는 당시 직권 면직된 2, 3급 고위간부 출신 21명으로 구성됐다. 송 회장은 <일요시사>를 만나 이강래 원내대표가 관여한 사건의 전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송 회장은 “DJ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일거에 숙청됐다”며 “숙청은 DJ의 최측근으로 기조실장에 임명된 이강래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별기준은 ▲김대중 반대파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친분 관계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 대상자로 몰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직 인사를 가려내기 위해 전북 고창 출신인 K씨를 통해 선별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K씨는 국정원 내 한직에 있다가 이 원내대표가 기조실장으로 오자 인사정책기획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또한 이 원내대표의 대경상고 동문이기도 했다.
“학살 작업에 반발한 인물들에게는 고문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 회장은 “학살 작업에 나선 사람들은 학살에 반발하는 경상도 출신 현직 1급 부서장급 간부들을 지하실로 끌고 가 팬티까지 벗기는 등 가혹한 고문을 감행했고, 그 결과 피해자 중에는 이 충격에 ‘실어증세’까지 일으키는 등 중증장애로 일생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폭로했다. 

숙청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묻자 송 회장은 “집단해직의 방편으로 ‘재택근무’에 명한다는 기상천외한 비정상 조치까지 동원됐다. 표면적으로 IMF로 인한 구조조정이라고 해놓고, 그들은 581명을 해고시켰다. 얼마 후 그 빈자리에 민변 출신 변호사등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호남 출신 등 검증도 되지 않은 500여 명을 특채라는 편법으로 채워 국정원 요직을 장악하게 했다. 강제해직 작업에 직접 관여했던 사람은 당시 인사기획관이었던 K씨였다. 그는 곧 계장에서 일약 총무관리실장(1급)에 올랐고, 조사과정에서도 그는 끝까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조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또 “당시 국정원에 검사로 파견돼 이강래 기조실장과 함께 핵심역할을 하다가 법무부로 옮겨 기획관리실장직에까지 승승장구했던 S씨는 2009년에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며 “그러나 김만복 전 원장 직계로 보안법 철폐를 주장했던 K씨는 국정원의 요직 중의 요직인 수사국장자리에까지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에 대해 송 회장은 “김성호 전 원장은 노무현 시절에 법무장관을 지냈고,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면서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강제해직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받은 김 전 원장은 2008년부터 베테랑급 조사요원을 투입해 조사를 시켰다”며 “조사는 현 원장인 원세훈으로 이어져 2009년 6월에 완료됐고, 6개월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 진상은 이 대통령에게만 보고됐을 것이고, 국민에게는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단지 2009년 2월, 김성호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 간부들과 회식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전 원장은 강제해직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그때 관여했던 직원들 상당수가 사법처리를 받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주장한 ‘국정원 대학살’사건 이후 해직자 581명 중 불과 21명만이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고 투쟁에 나섰다. 2003년 9월 법원은 ‘불법 면직이기 때문에 집단해직은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들 중 9명만 복직시키고 12명은 ‘2000년 6월30일자로 퇴직시킨다’는 소급퇴직 명령을 내려 복직을 불허했다. 국사모는 또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 변호사와 당시 기조실장이었던 이 원내대표를 상대로 형사소를 제기했지만 검찰은 2004년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 이를 기각했다.

국사모는 2004년 3월 “소급퇴직과 퇴직금 지급시점 사이 기간(2년 4개월) 동안의 퇴직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국사모는 2004년 10월12일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송영인(약 1600여 만원)과 김명선(약 1400여 만원)에게 모두 3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이를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공탁 등의 절차도 없이 퇴직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국사모는 2004년 11월23일 법원 집달관을 대동하고 서울역을 급습해 국고로 입금되는 돈을 가집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에서 패소했고, 2006년 6월16일 대법원도 국사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2년3개월에 걸친 법적공방은 막을 내렸다.

이후 송 회장을 비롯한 국사모 회원들은 ‘국정원 대학살’ 진상조사를 끝까지 이어갔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게 됐다는 게 송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원 차원에서 내부감찰을 실시한 끝에 인사담당자의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국정원 측이 고발조치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잘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송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강래 당시 기조실장
“국사모 주장 사실과 달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강래 원내대표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이 원내대표가 연루됐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조선일보>의 검찰 출입기자가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에서 이종찬, 이강래 대표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1997년 대선 직후 인수위 시절에 정부조직개편위원회에서 핵심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위원장은 박권상 전 KBS 사장이었고 이 대표가 실무책임자로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며 “IMF 시절이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 부처별로 10% 감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의 경우 30%까지 감축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현장인력 필요성을 제기해 10% 정도로 감축됐다. 이러한 감축안은 행정자치부를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8년 DJ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당시 이 대표는 2개월 10일밖에 국정원에 있지 않았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올라갔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은 근무성적, 인사기록, 감찰 자료 등을 평가해 선정했으며,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또한 구조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자연감소분과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을 고려해 적용했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581명도 사실과 다르다. 행자부에 올린 인원은 522명이었고 그중에 36명이 최종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 측은 특히 “이번에 국정원에 고발을 당한 인사도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4~5년 전에 있었던 업무와 관련해 잘못된 점을 발견해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