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배우 노주현(62)이 뮤지컬 무대에 선다. 연기생활 40년만의 첫 뮤지컬 외출이다. 노주현은 오는 11월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 ‘테비에’ 역을 맡았다.
‘테비에’는 평생 자신보다는 가족의 인생을 위해 사는 남자, 겉으로는 강하고 무섭지만 결국은 자식에게 져 주고 마는 마음 여린 아버지, 시집간 딸의 빈방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따뜻한 캐릭터다.
노주현은 1일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지붕위의 바이올린> 기자간담회에서 “1990년대 초반 브로드웨이에서 <캣츠>를 보고 뮤지컬에 반했다. 수년 전부터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아 못하고 있었다”며 “출연 제안을 받고 무척 흥분했다. 출연료는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고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아버지의 역할이고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족애를 그린다는 점에 끌렸다”고 덧붙였다.
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삶을 사는 유태인 가정을 그린 작품으로 테비에의 부성애가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이다.
노주현은 “1900년대 초 러시아 유태인 마을이 배경인데 그 시대 그 마을 사람들의 정서가 우리나라 가부장 정서와 비슷하다. 대사에도 있는데 시집가기 싫다는 딸보고 ‘무슨 소리냐? 하라면 해라’고 밀어붙이는 아버지다”며 “그렇지만 딸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딸들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작품에 잘 그려져 있다. 너무나 감동적인 작품이다. 우리나라 정서에도 부합해 모두가 공감을 많이 하실 것이다”고 말했다.
노주현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아버지 역을 해왔지만 다섯 명의 딸을 위해 인생을 바친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 역은 처음이다.
노주현은 “아버지 역할이더라도 주로 문제 있는 아버지였다. 바람피우는 아버지거나, 로맨스의 주인공이거나 하지만 이 작품은 따뜻한 부성애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 시대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실제 1남 1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2년전 딸을 시집보냈다.
그는 “극중 ‘테비에’처럼 2년 전 딸을 시집보냈다. 마음을 진정시켰는데 막상 예식장에서 딸을 사위에게 넘겨줄 때 울컥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며 “딸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은 유별나지만 세계 모든 아버지들이 보편적이게 느끼는 감정이다. 이번 뮤지컬은 그러한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첫 뮤지컬이라 주변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노래와 춤에 대해서는 부담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노주현은 “박자 감이 조금 없는 것이 걸리지만 노래는 트레이닝을 받고 있고 나름대로 준비중이다. ‘테비에’가 추는 춤은 다행히도 투박한 막춤이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주현은 현재 하는 모든 연예 활동에서 뮤지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임하고 있다. 이번 뮤지컬 무대를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노주현은 “몇 년 전 시트콤을 한다니까 다들 웃었지만, 결국 평도 좋았고 내가 생각해도 잘 한 것 같다”며 “뮤지컬과 시트콤을 비교할 순 없지만 뮤지컬도 잘 해낼 거다. 내가 나 자신을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국내에서는 1985년 처음 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2006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팀이 연출한다. 김진태, 헤이, 김정미, 이경수, 정현철, 김광혜, 김기순 등이 출연한다. 11월21일부터 12월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