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넘치는 우리 고장으로 놀러오세요 ①전북 남원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분홍빛 풍경에 푹~

전북 남원은 경남 함양·산청·하동, 전남 구례와 함께 지리산을 품은 고장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지리산의 높은 산자락도 봄기운을 머금는다. 특히 남원에서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물드는 지리산 바래봉은 중턱부터 능선까지 진분홍빛 기운이 넘실댄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산철쭉이 피고 지기 때문이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되는 바래봉 등산길은 험하거나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아 매력적이다. 바래봉 정상에 오르면 장엄하게 펼쳐진 지리산의 능선도 만날 수 있다. 바래봉에서 팔랑치를 거쳐 정령치까지 등산길도 좋지만, 운봉에서 정령치를 넘어 달궁과 뱀사골로 이어지는 861번 지방도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도 제법 운치 있다. 신록이 아름다운 광한루원에서는 광한루원 음악회, 신관 사또 부임 행차 등 다채로운 상설 공연이 열린다.

연둣빛 신록 5월 지리산 봄기운 만끽
광한루원서 다채로운 상설공연 볼거리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리던 꽃 잔치도 끝나고, 연둣빛 신록과 더불어 계절의 여왕 5월이 찾아왔다. 해마다 5월이면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정상을 향해 불길처럼 번진다.

지리산 바래봉
산철쭉 향연

진분홍빛으로 물드는 바래봉 일원의 철쭉 군락이다. 바래봉은 바리때(승려의 공양 그릇)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바리봉’이라 부르다가 음이 변한 이름이다. 바래봉 아래 운봉 사람들은 산이 삿갓처럼 생겼다고 ‘삿갓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래봉의 철쭉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6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뒤 면양 사육이 시작되면서부터다. 1972년 남원의 운봉에 면양시범농장이 들어섰고, 바래봉 일대에 면양을 방목했다. 면양 수천 마리가 바래봉 일대를 휘저으며 나뭇잎과 풀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 않아 그대로 남았고, 면양의 이동 통로를 따라 차츰 영역이 확대되어 지금처럼 군락을 이뤘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양 방목이 중단되자, 철쭉 군락이 명성을 얻었다. 

바래봉은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에둘러 올라야 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운지사 삼거리까지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길 옆 소나무 숲을 따라 300m 정도 데크가 이어져 밋밋한 등산길을 대신한다. 운지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해발 1165m 바래봉 정상까지 3km가 채 안 된다. 가파른 길을 따라 꼬박 한 시간쯤 힘겹게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닿아 편한 길이 이어진다. 바래봉에 오르는 산길은 박석을 깔거나 시멘트 길을 내지 않았지만,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바래봉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바래봉 철쭉은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만나는 산 하단부와 바래봉으로 오르는 구릉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정상부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인근의 철쭉 군락은 바래봉 철쭉의 개화 지표로 가장 먼저 핀다. 4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한 철쭉은 5월 초순에 700~900m 8부 능선, 5월 중·하순이면 정상 부근 능선에 만개한다. 특히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 정상을 거쳐 팔랑치로 이어지는 2km 구간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래봉 철쭉은 사람 가슴 높이 정도로 빽빽하게 군락을 이뤄 잘 가꾼 정원 같다. 40여 년 전 면양과 산철쭉이 만든 작품이다. 진분홍 꽃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면 천혜의 비경이 따로 없다. 

바래봉의 철쭉은 빛깔이 진한 산철쭉이다. 철쭉은 연분홍빛을 띠고 꽃잎과 잎이 둥그스름한데, 산철쭉은 빛깔이 훨씬 진하고 꽃잎과 잎이 뾰족하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꽃과 잎이 같이 나는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 부르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다.
이왕 나선 김에 바래봉 정상에 올라보자.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는 0.5km, 절반쯤 숲길을 따라가나 싶더니 어느새 공양 그릇을 엎어놓은 듯 둥그스름한 바래봉이 보인다. 바래봉에서는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래봉삼거리에서 정령치를 거쳐 성삼재로 이르는 능선 가운데 세걸산과 만복대가 보이고,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연하봉, 천왕봉 등 지리산의 고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진분홍 철쭉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철쭉 군락이 이어지는 팔랑치를 거쳐 세걸산에 다녀오기를 권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 정상까지는 왕복 7.4km로 여유 있게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원의 5월은 바래봉 철쭉뿐만 아니라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광한루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자, 남원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광한루와 연못, 오작교가 어우러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정원으로 광한루원으로 불린다.
광한루는 조선시대에 황희 정승이 양녕대군 폐위를 반대하다 남원으로 유배 왔을 때 광통루를 지은 것이 그 시초다. 세종 때 집현전 학자로 잘 알려진 정인지가 전라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이곳에서 본 풍경이 마치 달나라에 있는 광한청허부의 모습 같다 하여 광한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남원부사 장의국이 연못과 오작교를 조성했고, 1582년 전라관찰사로 내려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 삼신산을 상징하는 봉래·방장·영주섬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광한루도 불탔고, 인조 때 복원해 지금의 모습에 이른다. 광한루원은 명승 제33호, 광한루는 보물 제281호로 지정되었다.

춘향과 몽룡
사랑향기 물씬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에서 매주 열리는 상설공연과 신관사또 부임 행차, 국립민속국악원의 무료공연도 소리의 고장 남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광한루원 완월정에서는 목요일 오후 2시 광한루원 음악회가 열리고, 춘향테마파크 축제의 장에서는 수~일요일 사물과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타악 공연(오전 11시)과 전통 마당극 <신춘향전>(오후 2시)이 펼쳐진다.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신관사또 부임 행차는 꼭 찾아보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상설 문화 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설 <춘향전> 속 변학도의 남원부사 부임 행차를 각색해 변학도의 부임 행차, 기생 점고 마당극 등 재미있고 해학이 넘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남원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춘향고을 국악이야기> 공연이 무료로 열린다.

광한루원 그네뛰기 체험, 오작교에서 견우직녀 되기, 추어탕거리에서 조형물과 친구 되기 등 다섯 가지 미션 중 세 가지 이상 실행한 뒤 SNS로 후기를 올리면 1만원 상당의 남원 특산물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남원 관광 미션을 찾아라’도 챙겨보자.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바래봉(용산마을~바래봉)→서어나무 숲→황산대첩비지, 동편제탯자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만복사지→만인의총→교룡산성
· 둘째 날 : 바래봉(용산마을~바래봉)→서어나무 숲→정령치→지리산 천년송(와운생태마을)→실상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원시 문화관광 http://tour.namwon.go.kr
· 광한루원 www.gwanghallu.or.kr
· 춘향테마파크 www.namwontheme.or.kr


문의 전화
·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1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683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원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5~17회(06:00〜22:2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남원고속버스터미널 063)625-5391
· 남원공용버스터미널 063)633-0807
· 남원시 교통안내 www.namwonbus.net


자가운전 정보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 IC→남원교차로에서 함양 방면 좌회전→요천삼거리에서 함양 방면 우회전→운봉읍사무소삼거리에서 바래봉길로 우회전, 지리산허브밸리 방면→바래봉 등산로 입구


숙박 정보
· 스위트호텔 남원 : 주천면 원천로, 063)630-7100,
  http://namwon.suites.co.kr
· 춘향가 : 남원시 양림길, 063)636-4500, www.chunhyangga.com
· 켄싱턴리조트 남원점 : 남원시 소리길, 063)636-7007,
  www.kensingtonresort.co.kr
· 중앙하이츠콘도 : 남원시 장승안길, 063)626-8080,
  www.heights-condo.com


식당 정보
· 지리산나물밥 : 지리산나물밥, 인월면 달오름길, 070-7755-2747
· 현식당 : 추어탕, 남원시 의총로8, 063)626-5163
· 지산지소자연밥상 : 한식 뷔페, 주천면 장안용궁길, 063)634-8849
· 허브마을 채마루 : 떡갈비정식, 남원시 원천로, 063)625-2323


주변 볼거리
혼불문학관, 서도역, 오리정, 춘향묘, 육모정, 구룡계곡, 정령치, 달궁, 지리산 천년송(와운생태마을), 실상사, 백장암, 지리산둘레길(주천~운봉, 운봉~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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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