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은 여자들이 주무른다

‘여심’을 잡아라!

여성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소득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지위 상승하면서 시장 주체로 우뚝
파워 소비계층으로 부상…1인 가구도 급증

여성들이 단순 소비 주체를 넘어 부동산 시장에서 파워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타지로 나와 생활하는 여성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여성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은 틈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구매 과정에서 여성의 한마디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택 구매 결정권이 남성보다 주로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전용 주차장
이벤트 진행

여성 싱글족의 주택구입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여심(女心)’을 모르고선 집을 팔기 어려워졌다. 사실상 주택 매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여성 고객들은 평면이나 인테리어의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분양사들은 세심한 부분까지 설계에 반영하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심 마케팅’을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시선을 끄는 인테리어와 맞춤형 특화 설계로 공간 활용과 생활편의를 높이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전용 주차장과 입주 여성을 위한 첨단보안시설 등을 갖추는가 하면 견본주택을 찾는 여성 방문객들을 위해 명품 가방, 화장품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투자에서 거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이 옮겨가면서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여성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분양 상담사들을 주로 여성으로 배치하는 이유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편안하게 대화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주택 시장뿐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상가 시장에도 구매력이 탄탄한 여심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성되는 상가들을 보면 여성 고객들의 주 소비 업종을 입점시키고 있다. 층별로 차별화된 테마를 적용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의 테라스 상가 등 다양하게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방에도 여성 특수로 기대를 모으는 상가들의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원마운트 상가 = 일산에 들어선 ‘원마운트’상가는 국내 최초로 여성들을 위한 여자 놀이터를 만들었다. 화장품샵, 드럭스토어, 성형외과, 에스테틱, 네일아트 매장 등을 한자리에 모아둔 ‘뷰티 클러스터 아이디’를 3300㎡ 규모 부지에 조성했다. 그 결과 일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가 관계자는 “상가 집객효과에 있어 여성 공략은 친구, 연인, 가족에 이르기까지 수요층 저변확대에 효과가 크다”며 “쇼핑뿐 아니라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이용 편의와 만족도를 높여 상가 수익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센투몰 =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선보인 센트럴파크 Ⅱ 상업시설인 ‘센투몰’에는 여성 고객들의 주 소비 업종인 커피숍, 헤어샵 등이 입점해 성업 중이다. 유명 커피전문점은 물론 뷰티 살롱 라뷰티 코아도 오픈했다. 상가 일대 약 300m 구간에 ‘빛의 거리’를 조성해 여성 고객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지상 1〜3층, 3개 동, 총 200개 점포로 구성된다. 

▲와이즈 플레이스 상가 = 강남역 인근에선 신세계건설이 시공하고 AM플러스자산개발이 시행하는 ‘강남역 와이즈 플레이스’의 단지 내 상가도 있다. 이 상가는 여성 고객의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하 1층 ‘CINING&ENTER ZONE’, 지상 1층 ‘LIVING ZONE’, 지상 2층 ‘BEAUTY&
DINING ZONE’등 층별로 테마를 적용했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총 29실로 구성된다. 


▲이노시티 상가 = 현대엠코는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상봉동 이노시티’상가를 선보인다. 왕십리역사 등에 입점해 있는 테마파크형 쇼핑몰 엔터식스가 향후 10년간 임대가 확정돼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와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키키즈 테마파크가 입점했다. 이에 따라 여성고객의 집객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자동 카페거리, 신사동 가로수길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대륙별 테마 음식거리 및 한국 전통 먹자거리도 조성된다.

여성특수 공략
상가들 선보여

▲자이언츠 파크 = 이국적인 분위기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테라스형 상가도 인기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랜드는 부산 동래구 사직구에 지하 4층, 지상 11층에 연면적 2만3195㎡ 규모의 테라스형 상가인 ‘자이언츠 파크’를 선보인다. 모든 층에 최대 6.8m의 광폭 테라스가 설치된다. 층마다 갖춰진 테라스는 야외에서 휴식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눈에 띄는 불황 극복용 테마는 여성 전문 상가다. 여성 전문직종 종사자가 늘고 사회적 지위가 커지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테마상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A상가는 성형외과·피부과·비만클리닉 등과 함께 여성전용 스포츠마사지센터·찜질방·미용실이 입점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인근 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고객을 겨냥한 여성전용상가로, 여성에게 필요한 의료적인 부분부터 미용적인 부분까지 모두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신고면에서도 여성이 강세다. 양도소득세 신고건수 58만3000건 가운데 여성의 신고는 22만6000건(38.8%)으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양도 신고건수와 점유비 증가는 재산 거래에 있어서 여성의 주도권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늘어나는 독신 여성들을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원 한수진씨(30)는 올해 초 보안 기능이 강화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여성전용 원룸으로 이사했다. 이 원룸은 방 침대 옆에 사설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이 달려 있다.
1층 공용 출입문은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두 문 모두 각각 다른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린다. 첫 번째 문은 각 방에 설치된 인터폰으로도 열 수 있지만, 두 번째 문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한 열 수 없다. 비밀번호는 석 달에 한 번씩 바뀐다. 택배기사나 음식배달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시킨 사람이 1층으로 내려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폐쇄회로(CCTV)가 각 층 복도마다 설치된 것은 기본. CCTV를 포함한 보안시스템은 사설경비업체에서 관리한다. 입주자가 내는 집세와 관리비에 이 비용이 다 포함된 셈이다. 원룸 소유자는 계약할 때 ‘가족이라도 남자가 방문할 때는 미리 알리겠다’는 약속까지 받는다.
한씨는 “주변보다 월세가 5만〜10만원 비싸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일일이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안전이 최고”
보안시설 강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보안시설이 강화된 주거지를 찾는 여성도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부근 등 여성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철통보안’을 내세운 여성전용 원룸과 오피스텔이 새로 들어서는 추세다.
이 일대는 원래 여성전용 주거시설이 많았지만 기존의 ‘여성전용’만으로는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씨 집 바로 옆의 또 다른 신축 원룸 역시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인근의 여성전용 도시형 생활주택은 여기에 더해 현관 옆에 무인택배 시스템을 설치했다. 택배기사는 물건을 보관함에 넣은 뒤 확인증을 발급받고 받는 사람은 지정된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여성전용 P오피스텔에는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 사이 남성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 거주자의 가족이라도 남성이 찾아오려면 전날 미리 경비실에 알려야 한다. 이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는 내부에 설치된 카드꽂이에 거주자용 보안카드를 꽂아야 층별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돼 있다.
최근 2년 사이 보안시설을 강화한 여성전용 원룸과 오피스텔은 20〜30% 늘었다. 새 건물에 보안 기능까지 강화하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비싸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성신여대 근처인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여성전용 원룸은 공용 출입문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안한 여심을 다독이는 보안서비스는 대형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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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