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스코어’ 지켜줄 체크리스트 5

벼락치기 연습은 독약 “평소에 꾸준히 노력하라”

골프와 노력의 공통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본을 살피는 게 가장 느린 것 같지만 빠른 방법이다. 프로골퍼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올 봄 라운드 때 스코어를 지켜줄 스윙과 코스공략의 비결을 알아봤다.

시간 많다면 기술을 잊어라
‘멀리’라는 단어 대신 ‘안전’
볼 띄우려면 아래로 내리쳐야
충분한 연습으로 기본기 닦아야

▲리듬만 생각하라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윙기술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 사실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는 몸의 움직임에 맡겨두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진짜 중요한 건 리듬이다. 리듬과 속도만 맞추면 테이크 어웨이-백스윙-스윙 톱-방향전환-다운스윙-임팩트-폴로스루-피니시로 이어지는 스윙의 각 단계가 일체감 있게 이뤄진다.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의 대명사 어니 엘스(남아공)는 “가끔씩 스윙의 기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리듬과 속도만 연습하곤 한다. 드라이버처럼 긴 클럽일수록 더욱 그렇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런 연습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티샷은 안전 위주로
페어웨이를 지키는 일은 프로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10배는 더 중요하다. 프로들은 티샷을 잘못해도 만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아마추어라면 티샷을 하기 전 ‘멀리’라는 단어 대신 ‘안전’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추자. OB(아웃오브바운즈)나 해저드, 벙커 등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자.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은 방향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80% 정도의 힘으로 스윙을 하자. 클럽 선택에서도 위험지역을 피할 수 있다면 드라이버만 고집할 필요 없이 페어웨이우드나 하이브리드클럽, 아이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 티샷은 장타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샷에서 얼마나 자주 그린에 올릴 수 있게 하는지 보여주는 샷이다.

▲아이언샷은 다운블로로 내리쳐라
아이언샷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볼을 공중으로 퍼 올리려 한다. 그러나 볼을 띄우려면 정반대로 해야 한다. 즉 아이언의 종류에 상관없이 볼을 다운블로로 내리쳐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아이언은 웨지나 쇼트아이언처럼 로프트가 크지 않기 때문에 퍼 올리려는 동작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로프트에 의해 볼이 떠오르게 돼 있는 클럽의 구조를 믿고 하향타격을 해야 볼이 원하는 궤적으로 날아간다. 임팩트를 통과할 때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슴이 지면을 향하도록 한다는 생각이 도움이 된다.

▲쇼트아이언은 80% 미만의 힘으로
웨지와 쇼트아이언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와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일관성은 컨트롤이 가능한 스윙을 할 때 기대할 수 있다. 쇼트아이언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나는 9번 아이언으로 150야드를 보낼 수 있지만 그보다는 8번 아이언을 선택하고 80%의 파워로 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조언한다. 풀스윙으로는 정타(正打) 확률이 희박한 반면, 번호 하나 긴 클럽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하면 볼을 스위트스폿에 맞히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퍼트는 어깨로, 후방 스트로크를 짧게
드라이버도 1타, 1m 퍼트도 1타다. 짧은 거리 퍼트는 벼락치기 연습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분야다.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짧은 퍼트를 실수하는 원인은 손과 팔만 이용해 살짝 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트 스트로크는 짧지만 손과 팔이 아닌 어깨의 움직임을 이용해 소위 ‘시계추 스트로크’를 해줘야 퍼터 헤드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왼손 지존 필 미컬슨(미국)은 “후방 스트로크와 전방 스트로크의 크기를 1대3으로 한다”는 비결을 공개했다. 후방 스트로크를 크게 하면 헤드를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전방 스트로크 도중 퍼터를 의식적으로 감속시켜야 해 궤도와 거리 감각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골프채를 잡지 않다가 라운드 직전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라운드 하루 전날 연습장에 가서 근육이 지치도록 연습하는 사람, 골프장에 와서 장시간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 심지어 라운드 직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땀에 젖도록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사람 등이 바로 벼락치기의 전형들이다.
라운드 직전의 연습은 근육이 지치고 숨이 찰 정도만 아니면 효험이 있다. 골고루 클럽의 손맛을 익히고 평소 스윙궤도를 재현한 뒤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첫 홀에서의 드라이버 공포도 사라지고 서너 홀이 지나야 몸이 풀리는 현상도 사라진다. 첫 홀부터 깔끔하게 출발해 가벼운 푸트워크로 라운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법이 바로 라운드 직전의 적당한 연습이다.
그러나 만인에게 라운드 직전의 연습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라운드 직전 연습의 효험은 최소한 1주일에 두세 번 연습하는 골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라운드 직후 골프백을 차 트렁크나 베란다에 넣어두었다가 라운드 당일 부랴부랴 챙겨 필드로 향하는 사람에겐 직전 연습은 오히려 독약이다.
연습장에선 그럭저럭 맞는 것 같지만 필드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연습장에선 그동안 연습을 못한 탓에 그냥 맞히기나 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윙을 하기 때문에 의외로 잘 맞지만 필드에선 욕심이 도져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특히 안 하던 연습을 했으니 그 대가를 바라는 심리가 발동, 평소의 리듬을 빼앗아버린다.
벼락치기 연습을 해서 망쳤다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재미를 봤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당일치기나 시간치기 등의 벼락공부로 몇 문제를 운 좋게 맞힌 기억을 갖고 있겠지만 벼락공부로 외운 지식은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은 필드에 서는 즉시 머리는 백지로 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퍼팅이 난조에 빠진 한 골퍼가 전반전을 끝낸 뒤 열심히 퍼팅연습을 하자 캐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프에서 벼락공부는 안 통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일 것이다. 그린의 성질을 익히고 거리감이나 방향감각을 손에 익히기 위해 잠시 퍼팅연습을 하는 것은 좋지만 평소 게을리 했던 연습을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덤비는 것은 오히려 그날의 골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라운드 하루 전날, 또는 한두 시간 전에 연습을 하고도 게임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평소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게임 직전 연습을 하더라도 리듬이 깨지거나 근육이 지칠 우려가 없다. 평소대로 한 연습이니 대가를 바라는 욕심도 없다. 게임이 잘 풀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물은 한두 모금이면 족하다. 한 양동이의 물을 욕심내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한 바가지도 안 된다. 많은 골퍼들이 게임을 눈앞에 두고 그 동안 게을리 했던 연습량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 난리법석을 떠는데 그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소나기는 스며들지 않고 흘러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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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