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②막 나간 인사들

막말은 기본, 황당한 시추에이션 연발

[일요시사=정치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이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일요시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모아봤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집단 트라우마
가슴에 대못

우선 SNS상에서 정치인들의 경솔한 발언이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사고 직후 자신의 SNS에 '현장행' '캄캄바다' '가족' '진도의 눈물' 등의 자작시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짧게 표현했다는 김 지사의 자작시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와중에 시나 쓰고 있다니 지금 백일장 하러 사고 현장에 갔느냐"며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는데 운율 맞출 여유도 있냐"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해 항의하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라 힘이 없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난데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질펀한 술자리
사망자 명단 앞서 기념사진 촬영까지
사고 현장서 먹자판 벌인 장관도 도마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은 "유가족들에게 명찰을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하며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다"며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합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 의원은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 부모를 선동꾼이라며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경찰은 권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장하나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개한 국민"
구조대원이 범죄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막내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은 지난 18일 SNS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남겼다. 정 의원은 뒤늦게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발언을 대신 사과했다.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모 식당에서 청년당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 시장에 대해 '경고'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이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도 지난 18일 지역 내 한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당시 식당 TV에서는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구청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구청장 측은 "원래 회식자리가 아니라 식사를 겸한 월례회의 자리였는데 술자리처럼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저녁 공무원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 청장은 "회계전산과 직원 30여명이 구청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리에 잠시 들렀던 것뿐"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민련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지난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민련 이윤석 의원은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불필요하게 현장을 방문해 구조에 오히려 방해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게다가 침몰 현장에 가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된 반면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은 보좌진 3명과 함께 곧바로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항해 특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하소연을 전달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에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민련 소속의 경기도의원 후보였던 송영근씨는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송씨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아님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 대표를 자처했고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사회를 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새민련에서는 송씨의 제명을 안건으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송씨 스스로 탈당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사실상 본인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는 세월호 사고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예비후보들이 본인 명의의 세월호 사고 위로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예비후보들 148명(새누리당 102명, 새정치민주연합 46명, 교육감 및 무소속후보 제외)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컵라면에
치킨까지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도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세월호 실종자들이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슬퍼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되면서 '황제 라면'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라면을 놓고 먹은 테이블은 의사와 군 의료진이 진료와 치료를 할 때 사용하던 테이블인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두둔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서 장관은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이모군의 빈소를 찾았다가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빈소 앞쪽에 앉아 있던 유족에게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전하자 유족이 곧바로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며 거칠게 항의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 장관은 조문을 마치고 "제가 대신 사과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못말리는 SNS 실언 퍼레이드
문제 터지면 무조건 사과부터


정부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해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실종자 숫자 파악도 제대로 못한 시점에서 치킨이 넘어가느냐는 비판이었다. 이어 안행부의 송모 국장은 지난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행부는 3시간 여만에 송 국장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안행부는 다음날 제출된 송 국장의 사표도 즉시 수리했다. 물의를 일으킨 송 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첫 훈장 수여자로 알려져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회 국민권익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행정안전부 소속이던 송 국장은 홍조근정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 국장은 사무관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률 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 출퇴근
시체장사 막말

사고 현장에 파견된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구급차를 출퇴근 용도로 이용해 물의를 빚었다. 구급차는 희생자, 구조자, 실종자 가족을 이송하거나 실종자 가족의 실신 등 위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짐이 많아 차량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남도에 업무지원 차량을 요청했더니 구급차가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해경 간부가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목포해경 소속 모 간부는 지난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초기 대응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지만원 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시체장사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해 유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사태에도 조용히 틈새 선거운동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여야의 선거운동이 모두 중단됐다. 각 당 지도부는 당분간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점퍼를 입는 것까지 금지시켰다. 


하지만 선거판 물밑에서는 틈새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아예 당 상징색과 거리가 먼 하얀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에 나섰고, 대중과 접촉하기 보단 지역 유력 인사들을 대면 마크하는 선거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참에 부족한 공약을 보완하거나 향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세월호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내보 낼 보도자료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데 주력하는 후보들도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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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