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인맥 - 스타군단 <울학교 이티> 시사에 몰린 이유는?

어느 조직이나 사적인 친분을 교류하는 모임이 있게 마련이다.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 등 각종 연으로 맺어진 사모임이 있는가 하면 같은 생각과 취미 등의 공통분모를 계기로 돈독한 정을 쌓는 사람들도 많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물밑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모임이 존재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 사이의 유대 관계인 학맥(學脈)과 소위 ‘라인’으로 불리는 인맥(人脈)은 연예계 활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

‘기쁘냐? 나도 기쁘다’

드라마 <식객>의 김래원, ‘천데렐라’ 이천희, 차태현 등 연예계 스타들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보이’ 박태환, 패션계의 거장 앙드레 김까지. 각계를 망라하는 스타 군단이 영화 <울학교 이티> VIP 시사회장에 몰려들어 화제다.
최근 한국영화의 극심한 침체로 연예계 스타 등 유명 인사들을 따로 초청하는 VIP 시사회의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아예 예산 절감을 위해 VIP 시사를 생략하는 영화들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막상 영화 홍보를 위해 VIP 시사회를 개최했으나 스타들이 거의 모이지 않을 경우의 위험 부담도 규모 축소에 한 몫을 했다. 유독 이 영화에 스타들이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

박경림 결혼식에 히딩크 전 감독
이명박 대통령 등 하객 다양

연예계에서 마당발로 유명한 주연배우 김수로와 이한위 덕분이라는 게 영화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수로는 졸업 후 매년 찾아가 인사를 드린다는 고교 은사를 직접 모셨을 뿐 아니라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천희 등 숱한 동료, 선후배를 시사회장으로 부르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연예계의 훈훈한 맏형 이한위도 마찬가지.
박태환의 경우 친누나가 <울학교 이티>의 배급사에 근무하는 인연으로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선균, 오만석, 김성은, 이병준, 문세윤 등도 시종일관 폭소를 터뜨리며 영화를 관람했다.
연예계 인맥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연예인이 바로 정준호다.
정준호는 안재욱·김선아·김원희·이지훈·강타 등이 소속된 자선 모임 ‘따사모’ 부회장과 김병세·이종원·유태웅·정운택 등이 소속된 연예인 축구단 ‘슈퍼스타즈’ 단장이다. 또한 정웅인·장동직·정흥채 등이 소속된 연예인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원정대장까지 맡았다. 가장 친한 사이에서 요즘은 ‘숙적’으로 발전(?)한 신현준과는 남자 연예인들의 골프 모임인 ‘싱글벙글’에도 같이 속한 사이. 이 모임에는 안성기·한석규·박중훈·배용준 등이 소속됐다. 정준호의 마당발은 연예계에만 미치지 않는다. 야구 스타 박찬호, 전 축구 국가대표 김도훈 등 양 종목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이 ‘친한 동생’들이다. 한마디로 안 끼는 데가 없는 진정한 마당발이다.
인간관계를 다룬 에세이집 ‘박경림의 사람’을 출간한 박경림도 연예계 마당발이다. 편한 얼굴만큼이나 오지랖이 넓다. 박경림은 지난해 7월 자신의 결혼식에 동료 연예인을 비롯,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과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등 각계각층의 하객을 불러모은 바 있다. 그를 주축으로 형성된 79클럽은 이효리·이수영·신혜성·이지훈·강타·성시경·이기찬·안재모·송백경 등이 멤버들이다. 이문세·김장훈·전인권 등 선배들과도 막역해 사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S.E.S 바다와도 가깝고 후배로는 장나라와 조인성과 친하다. 박수홍·김용만·노홍철과는 ‘청사랑’(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도 인맥 리스트에 올라있다. 야구선수 김병현과 서재응은 미국 유학 시절 친해져 종종 전화 통화를 한다. 또 축구선수 이천수, 골프선수 김미현, 배구선수 김세진과 골고루 친해 꾸준히 연락하는 관계다. 한 소속사 동료인 MC몽·아이비도 절친하다.

김제동, 미녀들의 고민 상담사
여자 아나운서들과도 친목

‘옥주발’ 옥주현도 문어발 인맥을 자랑한다. 탤런트 조여정·박예진과 80년생 동갑내기로 ‘세 자매’로 불릴만큼 절친하다. ‘요가 CEO’ 옥주현이 입문할 당시 박예진·조여정도 한 트레이너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으며 요가와 피트니스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god의 김태우·손호영과도 넘치는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로는 농구선수 서장훈·김승현과 친분이 두텁다. 송혜교와도 데뷔 초부터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탤런트 정려원과 이휘재·송은이와도 친분이 깊고 윤다훈·김민종·김보성 등 구세대(?) 연예인과도 친목 모임을 가진다.
김제동은 미녀들의 고민 상담사로 꼽힌다. 이효리·성유리·이수영 등 미녀 스타들의 전화 고민 상담을 해 준다. 소탈한 외모에 아저씨스러운 특유의 푸근함으로 미녀 스타들의 ‘마음 속 빗장문’을 쉽게(?) 연 그는 가수, 스포츠 스타, 연기자,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기로 유명하다. 무명 시절 대구구장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했던 인연을 계기로 야구선수 이승엽과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가수 윤도현과도 서로의 무명 시절 행사장 사전 MC와 가수로 정을 나눈 인연을 갖고 있다. 강호동·유재석 등 예능프로그램의 내로라하는 남자 진행자들과도 형-동생의 친분으로 두텁게 다져진 사이. 강수정·노현정 등 여자 아나운서들과도 친목 모임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사적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편이다.
‘최진실 사단’(엄정화 이소라 이영자 정선희 홍진경 등)을 비롯해 ‘79클럽’(79년생인 강타 이수영 성시경 이기찬 이효리 신혜성 김동완 등) ‘용띠 클럽’(76년생인 조성모 김종국 차태현 홍경민 홍경인 장혁 등) ‘늘푸른회’(노사연 양희은 이성미 이홍렬 조영남 주병진 등) ‘미소회’(트로트 가수들의 모임으로 방실이 김혜연 한혜진 한서경 문희옥 전미경) 등이 있다. 이밖에 골프, 축구, 야구, 농구, 등산 등 같은 취미로 뭉친 모임이라든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인맥을 쌓는 경우도 있지만 연예 활동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맥도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를 ‘라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라인은 특정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면서 생겼거나 같은 기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덕분에 은근슬쩍 ‘한 묶음’으로 분류된 경우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이경규의 ‘규 라인’과 유재석의 ‘유 라인’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데뷔 26년간 쌓아온 내공을 자랑하는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절친한 후배들인 강호동 김용만 이윤석 김구라 김창렬 박경림 등이 일명 ‘규 라인’이다. ‘유 라인’은 국민 MC 유재석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명수 하하 노홍철 등을 지칭한다.

활동 중 인맥 형성되기도
개그계 ‘규 라인’ ‘유 라인’

개그계에는 유난히 라인이 많은 편이다. 연기자나 가수와 달리 개그맨들은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편이며 서울 대학로의 공연장 등을 통해 도제(徒弟) 형식으로 실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정찬우 김태균을 축으로 한 ‘컬투 패밀리’(김미려 김재우 이상훈 김세아 등)와 박준형이 이끄는 ‘갈갈이 패밀리’(정종철 오지헌 이수근 김시덕 등)가 대표적이다. 이홍렬이 설립한 연예기획사에 속한 강성범 강유미 등은 ‘홍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말에는 KBS 개그 데뷔 동기인 김용만 박수홍 김국진 김수용 등이 ‘감자꼴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당발’은 대개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진 성격 좋은 이들로 통용된다. 하지만 연예계 ‘마당발’로 알려졌던 박경림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내며 인맥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일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또 최근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그에 맞춰 이런저런 기사의 주인공이 된 스타들은 박태환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 사실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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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