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도전장' 내민 대권잠룡들 속내

'대박 혹은 쪽박'…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 6·4지방선거에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여야 유력인사들 다수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심판 구도의 지방선거가 대권잠룡들의 명운을 좌우할 시험대의 성격도 가지게 된 것이다. 잠룡들의 지방선거 도전은 '고위험-고수익'의 도박이다. 이기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각인되지만, 패하면 순식간에 '정치적 백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잠룡들은 누가 있을까? <일요시사>에서 살펴봤다.

대권잠룡들에게 지방선거 출마는 최대 기회이자 최대 위기다. 당선된다면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지만, 패배하면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승리 시 가져갈 이점이 크지만 패배가 불러오는 역풍도 만만치 않아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운명은 천당과 지옥으로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지방선거 출마 
대박? 쪽박?

역대 서울시장 면면을 들여다보면 서울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광역단체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전 시장(1995~1997년)과 제2대 고건 전 시장(1998~2002년)은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됐다.

서울시장 재선을 한 오세훈 전 시장(2006~2011년)도 '무상급식 투표'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특히 제3대 민선 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서울시장(2002~2006년)은 2007년 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연장선에서 시민운동가에 불과했던 박원순 현 시장도 지난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야권의 대권잠룡으로 순식간에 발돋움했다. 이에 따라 일찍이 재선 의지를 드러낸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시장 임기 중 사퇴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선에 성공하기만 하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높은 대중적 인지도로 상쇄하고 문재인·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재선→대권 포기' 발언은 우선 재선 고비를 넘지 못하면 대선이라는 다음 관문을 두드릴 수도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박 시장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에는 그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만큼 정치적으로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시장 측 관계자도 "재선에 실패할 경우 박 시장의 정치적 미래는 사실상 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김황식
한쪽은 치명상

장고 끝에 지난 2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도 지방선거는 위기이자 기회다. 지난 2002년부터 대권을 노려왔던 정 의원은 당선 시 여권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권의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1위로 치고 나가기 시작한 시점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할 때부터인데, 당선될 경우에는 1위가 고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3~7일 여론조사 결과 차기 여권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정 의원은 18.3%를 기록해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무성 의원(9.5%), 3위는 김문수 경기지사(6.0%), 4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4.7%), 5위는 홍준표 경남지사(4.6%)가 차지했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 2.0%p, 응답률 : 5.4%).

하지만 정 의원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등과 경쟁해야 하는 당내 경선 통과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 전 총리가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본선에 나서지도 못하고 예선의 문턱에서 꿈을 접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급감할 것이 자명하다.


박원순·정몽준·송영길·안희정 '운명 건' 한판
이기면 유력 대권주자, 패하면 순식간에 '백수'

게다가 새누리당이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을 당초 예정된 3월10일에서 15일로 늦춘 것도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총리의 일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정 의원 측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정 의원이 지난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이면 경선 절차를 왜 하냐"라며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은 위기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 측 관계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정 의원이 김 전 총리를 앞서고 있는데 경선에서 뒤집어진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박 시장과의 맞대결이라는 더 큰 관문도 남아있다. 본선에 나서기 위해선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정 의원은 패할 경우 순식간에 정치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정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누구보다 '고위험-고수익'의 도박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김 전 총리도 현재는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경선에서 정 의원을 이기고 본선에서도 박 시장을 넘어선다면 단숨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정치적 운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안희정·홍준표
지방선거가 미래 좌우

서울·경기와 함께 지방선거 '빅3'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시장 선거에도 잠룡이 나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386세대 대표격으로 승승장구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의 선두권에 포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더는 대선가도에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당선 시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권주자급으로 체급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의원직, 장관직을 모두 내던지고 도전한 만큼 패배할 경우 개인적 좌절을 넘어 박근혜정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야권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틀 노무현' 안희정 충남지사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송 시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차기 대권주자의 선두권에 위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재선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미래는 암담하다.

현재까지 안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충남의 정서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데다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으로 인한 표심의 변화가 부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정상 당선되도 차기 대선 전 사퇴해야
'고위험 고수익' 도전…고수익 챙길 후보는?

야권 핵심관계자는 "더 큰 미래를 보는 안 지사에게 재선 도전은 최선의 길이자 차선의 길이기도 하다"며 "패배는 향후 정치생명에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 또 다른 차기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도 재선 여부가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홍 지사는 경남지사 재선으로 PK(부산·경남) 맹주로 올라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홍 지사는 지난 4일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차기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권 도전에 뜻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지금은 도지사 재선을 고민할 때이며, 대권은 3년 후 대권레이스가 시작될 때 논할 얘기다"라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홍 지사는 현재는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중 5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재선에 성공할 경우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2018년 6월까지여서 2017년 12월에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나오기 위해선 중도에 사퇴해야 한다는 점이다. 잠룡들이 대권을 위한 발판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인식이 유권자에게 퍼질 경우 출사표에서 언급한 지역 발전을 위한 출마는 진정성을 잃게 된다.

차기 대선
일정 변수

대권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후보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잠룡들에게 "차기 대권 불출마를 선언하라"고 공격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잠룡들 모두가 당선만 되면 차기 대권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는 것이 정치다. 게다가 유권자 중에서는 지역만을 위해 일할 일꾼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꿈꾸는 잠룡들이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정치력과 야망을 가진 인물이 시·도지사가 돼야 중앙정부와 연계된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고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 후보는 "광역단체장이 임기 중 사퇴할 경우 예전엔 보궐선거로 다시 선출해야 해 행정공백이 생겼지만, 이제는 부시장이나 부지사가 승계하기 때문에 사퇴부담이 적다"며 "일단 지방선거가 우선이고 대선은 차후 생각할 일이다. 차기 대선보다 지방선거에 전력 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잠룡들의 위험한 승부수는 어떻게 결론이 날까? 어느 쪽이든 승자와 패자의 정치적 운명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 간접 영향 받을 잠룡은 누구?

이번 6·4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지만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질 잠룡들도 있다.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성패가 향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전격적인 통합으로 한 지붕에서 지내게 된 문재인 의원도 지방선거에 친노(친노무현) 출신 인사를 얼마나 배출하느냐가 향후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가 예상되는 만큼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의 경우 부산지역을 맡아 지방선거 지원사격에 나설 예정이어서 부산지역 지방선거 성적표가 향후 정치 행보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당·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경기지사 후보로 나설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여부가 향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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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