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원정화 사건’ 미스터리 5

‘10년 만에 잡힌 여간첩’이란 타이틀로 나타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정화(34·여). 미모를 무기로 군 관계자들에 접근해 정보를 캐냈다는 자극적인 수사당국의 발표는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원정화 관련 발표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3년간의 내사 끝에 잡힌 간첩이라고 하면서 결정적 증거 없이 원정화의 자백을 통해 그녀를 간첩으로 단정 지었다는 것이다. 북한에 넘겨줬다는 정보들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찾을법한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것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날 당국의 원정화 관련 발표가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국면전환을 위한 물타기라는 의혹도 내비치고 있다. 원정화에 대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10년 만에 나타난 여간첩, 국면전환용 미끼?

지난달 27일, 국군기무사령부, 국정원 경기지부 및 수원지방검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10년 만에 남파 여간첩이 붙잡혔다는 것.
탈북자를 가장해 남한으로 들어와 수년 동안 군 관계자들로부터 정보를 캐내 북으로 넘겨줬다는 원정화라는 여성에 대한 발표는 순식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더군다나 자신의 미모와 성(性)을 이용해 남성들을 유혹하고 목적을 달성했다는 수사당국의 발표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자극적인 소재였다.
그런데 떠들썩한 분위기가 가라앉기 무섭게 원정화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수사당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았던 것.
그 중 한 가지 의혹은 원정화가 간첩이라는 것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4년에 걸쳐 원정화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간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경찰과 기무사에 따르면 2005년 9월 탈북여성인 원정화가 대북무역을 하면서 군 장교들과 교제를 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3년간 원정화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고 지난 7월15일 군인 인적사항 탐지 및 군안보강연시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원정화를 체포했다.
그런데 구속 직전 원정화가 수원지검의 조사를 받으며 자신이 북한 보위부의 남파 지령을 받고 침투한 간첩이라고 자백하면서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 이 자백으로 원정화가 단순한 간첩이 아니라 위장탈북한 남파간첩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공안당국은 수원지검, 경기경찰청, 기무사, 국정원 경기지부 등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었다는 발표를 했다.
결국 원정화의 자백에 의존해 간첩사건으로 단정 지었다는 것. 3년간 원정화의 행적을 쫓은 끝에 나온 결론이라기엔 증거가 허술하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의혹을 사고 있다.
원정화가 했다는 진술에도 의문점은 한둘이 아니다. 원정화는 5톤의 아연을  훔치려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합동단속반에 체포됐지만 5촌 아저씨의 도움으로 풀려났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사형에 해당하는 큰 죄를 저지른데다 이전에도 두 건의 절도혐의를 가지고 있었던 원정화가 5촌 아저씨의 도움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
절도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러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람을 공작원으로 양성했다는 것도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에서 공작원을 뽑을 때는 가정성분을 중요시 여겨 세밀한 조사를 하는데 절도범을 공작원으로 내려 보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원정화가 말한 자신의 북한에서의 경력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원정화가 북한에서 사로청 서기로 근무했다는 경력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원정화는 1989년 6월경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최룡해 당시 위원장에게 발탁돼 사로청 조직부에서 서기로 근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 조직부에는 지금이나 과거 사로청으로 불릴 때나 서기라는 직제가 없고, 더욱이 중앙위는 지방에서 선발된 중학교(중·고교과정) 졸업생이 시간제로 근무하거나 파견 근무하는 곳이 아니란 점이 드러난 것.

결정적 증거 없이 원정화의 자백만으로 결론 낸 것에 의혹
범불교도대회 열린 날 수사 발표한 당국에 곱지 않은 시선

원정화가 북한 내 조직에서 중요한 활동을 해왔다는 경력도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원씨는 평양 모란봉구역에서 공작원 특수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란봉구역 등의 평양도심에는 특수훈련을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 탈북자나 북한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원정화 관련 발표를 한 시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정화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27일은 정부의 종교편향에 반발하는 불교계의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불교계로 쏠린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으로 원정화 사건 발표를 강행했다는 것.
불교닷컴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이 사건을 오래 전부터 조사해 온 것을 복수의 정보기관원으로부터 전달받았고 지난달 20일 불교방송에서 원정화 사건을 보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인 21일 새벽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검의 모 검사가 엠바고(보도유예) 사안이라며 28일 언론에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것.
그러나 문화일보가 이를 27일 전격적으로 보도했고 곧이어 검찰은 연합뉴스를 비롯한 통신사 일간지 방송사 등을 불러 기자회견을 자청,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이 같은 점을 미뤄 범불교도대회 물타기용으로 원정화 사건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처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탈북위장 여간첩 원정화 사건에 대해 “자료를 가공한 완전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지난 시기에도 남조선에서 수많은 ‘간첩사건’들이 조작돼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번처럼 치졸한 ‘간첩사건’이 날조되기는 처음”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지칭, “보수세력을 결속하고 진보세력을 탄압하며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고 동족대결 정책을 추구하기 위한 데 그 속심(속셈)이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어 “여간첩까지 조작해 우리 체제를 거들며 반공화국 모략 소동을 벌이는데 대해 우리는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민족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계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간첩 원정화 사건은 각종 파장과 미스터리를 낳고 있다. 정치적 희생양과 희대의 성로비 간첩이라는 주장 사이에서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반입 출판물ㆍ교육자료 사전검증 강화
부대 보안수준과 개인 보안의식 높일 것
국방부는 지난 4일, 원정화 사건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군에 반입되는 출판물과 교육자료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앞으로 군에 반입되는 출판물과 교육자료에 대한 사전검증, 군 출입 외부인원의 부대출입 규정 준수 및 철저한 신원 확인 등 부대 보안수준과 개인 보안의식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장병 인터넷 이메일과 군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대한 북한의 해킹위협 대비 활동을 강화하고 신병교육대와 사관학교 등 간부양성기관에 대해 북한의 대군(對軍) 공작전술 및 대남적화전략 본질 등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탈북자와 귀순자에 대한 합동신문을 강화해 위장 침투자를 조기에 색출하는 한편 탈북·귀순자를 안보강연 강사로 활용할 경우 사전내용을 검증하고 북한 찬양 등 특이 언행 때 이를 시정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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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