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시장판 ‘응답하라 1991’

2014 골프용품 트렌드 해부-복고 열풍

 1991년 한 시대를 풍미할 혁명적인 드라이버가 탄생했다. 그 유명한 캘러웨이 빅버사다. 드라이버 헤드 크기는 ‘무려’ 190㏄였다. 요즘 나오는 460㏄ 헤드와 비교해 보면 터무니없이 작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크다’는 평가를 받은 ‘빅헤드’ 드라이버의 효시였다. 2004년 헤드 크기를 460㏄로 제한하는 골프규칙이 생긴 것도 바로 빅버사 영향 때문이다.

골프용품업체 2014년형 신제품 속속 공개
아담스골프 페어웨이우드 ‘타이트라이즈’ 부활

그로부터 20여년. 지난해 ‘X핫’ 브랜드로 우드 시장 명성을 되찾은 캘러웨이가 2014년을 겨냥해 ‘X2핫’과는 또 다른 신제품 라인 하나를 더 공개했다. 브랜드 이름은 다름 아닌 ‘빅버사’와 ‘빅버사알파’다. ‘그레이트 빅버사’ ‘비기스트 빅버사’로 진화하던 브랜드가 ‘빅버사 디아블로’를 끝으로 몇 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추더니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골프용품판 ‘응답하라 1991’인 셈이다.

최신기술 접목

더욱이 ‘300야드 나가는 우드’로 인기를 끌었던 X핫 페어웨이우드 페이스에만 사용했던 소재(455 Carpenter steel)를 드라이버와 하이브리드까지 적용했다. 로프트와 라이를 조절할 수 있는 옵티핏 호젤을 채택했고 ‘X2핫’과 ‘X2핫 프로’ 2개 모델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X2핫은 샤프트 길이를 46인치로, X2핫 프로는 조금 짧은 45.5인치로 했다. 헤드 크기도 X2핫은 460㏄인 반면 X2핫 프로는 440㏄로 작게 만들었다. 주말골퍼용과 프로용으로 확실히 구분한 셈이다. 최근 드라이버 트렌드인 조절 기술을 포함해 캘러웨이 최신기술을 모두 접목했다는 빅버사의 귀환은 복고바람 성공과 실패를 가를 척도가 될 전망이다.
아담스골프도 역대 최고 페어웨이우드로 명성을 남긴 ‘타이트라이즈’를 부활시켰다. 1996년 탄생한 타이트라이즈는 당시 다른 페어웨이와는 달리 섈로 페이스(Shallow Face)로 디자인해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치기 쉬운 페어웨이우드로 이름 날렸던 이 제품으로 아담스골프는 3년 새 매출이 30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신형 타이트라이즈 디자인도 옛 제품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섈로 페이스로 만들었고, 클럽페이스 뒷면에 도랑 형태 홈을 줘 임팩트 때 스프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한술 더 뜬 드라이버도 있다. 골프 초창기에나 사용하던 퍼시몬 드라이버를 빼닮은 ‘클리브랜드 클래식’이다. 지난 2012년 처음 등장해 키건 브래들리, 그레이엄 맥도월 등 톱 골퍼들이 사용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이 제품은 ‘클리브랜드 클래식 XL’로 진화 발전했다.
2012년형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2012 핫리스트 최고제품 평가인 ‘골드’를 받았고, 지난해 제품은 인터넷 골프사이트 골프매직이 선정한 10대 드라이버에 뽑히기도 했다.
 

퍼시몬 드라이버 빼닮은 ‘클리브랜드 클래식’
돌아온 90년대 절대강자 ‘캘러웨이 빅버사’

브랜드만 복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핑은 하이브리드 등장으로 잊혀져가던 드라이빙 아이언(모델명 랩처)을 출시했다. 하이브리드와 드라이빙 아이언은 모양만 놓고 따지면 ‘이웃사촌’이라고 할 만하지만 유틸리티는 우드 쪽에 가깝고, 드라이빙 아이언은 아이언 쪽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헤드 크기도 460㏄ 일변도이던 것이 요즘은 작은 사이즈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일단 캘러웨이 X2핫은 헤드 크기가 460㏄지만 X2핫프로는 440㏄로 조금 작게 만들었다. 혼마 투어월드도 460㏄뿐 아니라 455㏄와 430㏄ 등 작은 것도 함께 내놨다. 샤프트 길이도 ‘장타’를 내기 위해 46인치 이상으로 늘어나던 게 이제는 ‘정타’를 치도록 예전 형태로 줄어드는 경향이다. X2핫은 샤프트 길이를 46인치로 했지만 X2핫 프로는 조금 짧은 45.5인치다. 던롭 ‘젝시오8’과 새로운 캘러웨이 빅버사 드라이버 길이도 45.5인치다. 마루망이 새롭게 선보인 ‘마루망Z’도 45.5인치를 기준으로 46인치와 45인치로 조절 가능하게 했다.
테일러메이드도 2014년형 우드 신제품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제트 스피드’ 라인을 선보였다. 로켓볼즈 페어웨이우드에 채용했던 ‘스피드 포켓’이라는 통로(channel)를 드라이버에 처음 적용한 게 특징이다. 제조사는 스피드 포켓이 임팩트 때 클럽페이스 신축성을 높여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스위트 스폿도 25% 늘어났다는 게 제조사 주장이다.
얼마 전 출시한 SLDR 드라이버에 처음 도입한 새로운 무게중심 기술도 제트 스피드 드라이버에 차용했다. 대부분 드라이버 무게중심은 낮고 뒤쪽에 위치해 있지만 제트 스피드 드라이버 무게중심은 낮은 것은 동일하지만 뒤쪽이 아니라 앞쪽에 위치시켰다. 그래야 런이 더 발생해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메이드 측은 대신 평소 쓰던 것보다 높은 로프트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소속 프로골퍼 더스틴 존슨도 종전 9도짜리 대신 10.5도짜리 드라이버를 쓰고 있다.
나이키골프도 2014년형 골프채 라인을 공개했다. 드라이버는 외형은 2013년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속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제조사 주장이다. 나이키 대표선수들인 로리 매킬로이와 닉 와트니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VRS 코버트(Covert) 2.0’은 지난 제품처럼 ‘캐비티 백’을 드라이버에 적용했다. 페이스 주위로 무게를 분산하면서 거리도 늘고 안정성도 좋아졌다는 게 제조사 설명. 작년 모델보다 6야드 더 나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8.5도에서 12.5도까지 골퍼가 직접 로프트를 조절할 수 있는 호젤 시스템을 갖췄고 페이스 앵글도 바꿀 수 있다.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나이키보다 먼저 제품 라인을 공개한 코브라 2014년형 신제품은 ‘바이오 셀’과 ‘바이오 셀 플러스.’ 이언 폴터, 리키 파울러, 렉시 톰슨도 곧 사용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드라이버의 소형화


지난 모델에 채택했던 ‘AMP
(Advanced Material Placement)’ 기술을 더욱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크라운(헤드 위쪽)의 불필요한 무게를 빼서 적절한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어떤 부분은 두껍게, 또 어떤 부분은 얇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드라이버에 이 기술이 채용됐고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힐 아래쪽이나 토 위쪽에 맞더라도 볼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용성을 높였고 셀프 튜닝 기능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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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