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②충북 충주-삼화대장간 야장 김명일

그 곳엔 담금질과 두드림의 연금술사가 산다

충주는 예부터 철의 으뜸 생산지였다. 고려시대 몽골에 대승을 거둔 곳도 충주지역으로, 몽골보다 월등한 철제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해진다. 충주시 무학시장 입구 누리장터에 자리한 ‘삼화대장간’은 60년 넘는 세월 동안 쇠를 녹여 철제기구들을 제작해온 야장(충북 무형문화재 13호)이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 75세인 도지정 무형문화재 야장 김명일 선생이 직접 제작한 화로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과정과 다양한 도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사찰인 단호사 대웅전에 모셔진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은 철로 제작된 불상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전통무예 택견을 체험할 수 있는 충주시 택견전수관과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이 있는 충주세계무술공원도 함께 돌아보자.

2005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
‘충청 모팔모’ 쇠붙이와 함께한 삶 고스란히

벌겋게 달궈진 화로 앞, 탕탕 망치질하는 소리가 마치 심장을 두드리는 듯하다. 일흔다섯 나이가 무색하게 육중한 망치를 들어 모루를 향해 내리치는 어깨에 기운이 넘친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망치를 놓지 않은 도지정 무형문화재 야장 김명일 (충북 무형문화재 13호) 선생이다.
대장간을 뜻하는 한자 풀무 야(冶), 장인을 뜻하는 장(匠)이 합쳐진 야장은 우리말로 대장장이다. 요즘은 대장간을 만나기 어렵기도 하지만, 옆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 달군 쇳덩어리로 도구를 만드는 그에게 ‘장인’이라는 호칭이 붙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작은 호미 하나를 만드는 데 20번 가까운 담금질과 1000번이 넘는 망치질이 필요하다. 손잡이를 끼우는 슴베 작업을 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노력과 시간, 정성이 더해지는 것이다.
고관대작의 안방에 걸리는 장식품도 아니고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지만, 모루에 올려놓고 모양을 잡아가는 동안 눈빛에 흐트러짐이 없다. 때로는 거침없고, 때로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러운 망치질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풋풋한 봄
장인의 숨결 따라

요즘은 공장 기계를 통해 몇 분 만에 수십 개씩 물건들이 쏟아지지만, 김명일 선생의 삼화대장간에 똑같은 물건은 없다.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한 명품이기 때문이다. 호미며 낫, 칼은 물론이고 쇠스랑과 긁개 같은 농사 도구부터 소 목에 거는 도래, 문고리, 화로 같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원래 대장간 자리에서 누리장터의 현대식 건물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가 만들어낸 물건들은 화로와 모루 앞을 지킨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한결같이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과 상처마저 보듬어준 시간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마차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재미 삼아 풀무질을 배웠고, 1953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인근 대장간 일을 거들며 용돈을 벌고 취직도 했다. 다른 일을 하리라 마음먹고 입대했지만, 육군 무기 보급창에 배치되어 또다시 철을 녹이고 두드리며 3년을 보냈다. 야장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오는 동안 호기롭던 청년은 백발이 되었지만, 여전히 망치를 들고 모루 앞에 선다. 아버지의 마차 공장에서 사용하던 모루며 바이스 같은 도구와 연장도 함께 나이를 먹었지만, 그에게는 자랑스러운 가보다.
한때 호황을 누리던 대장간도 이제는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농번기가 되어도 사람들은 값싼 중국산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손님이 적어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물건을 만드는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다. 도지정 무형문화재 김명일 선생이 만든 농사도구를 써본 사람은 평생 단골이 된다. 몇 번 쓰면 부러지고 자루가 빠지는 중국산 제품과 달리 삼화대장간의 물건은 튼튼하기로 유명하다.

대장간에 오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망치질 체험도 하고, 앙증맞은 호미를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대장간을 직접 보고 쇠를 두드리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기 위해 일부러 대장간에 오는 여행자도 많다.

손끝 따라 떠나는
멋의 기행

수십 년 전만 해도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변을 따라 대장간이 많았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충주에서 생산되는 것 중 으뜸으로 철을 꼽았을 만큼 충주에는 철이 많았다고 한다. 백제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제철 유적지도 여러 곳에서 발굴되었다. 몽골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우수한 철제 무기로 아홉 번 중 여덟 번을 승리한 곳도 충주로 알려졌다. 충주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삼화대장간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 변에는 자유시장과 공설시장, 무학시장이 이어져 장터 나들이하기에 그만이다. 의류상과 잡화상이 주를 이루는 자유시장과 순대골목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무학시장 사이에 공설시장까지 충주 전통시장 삼총사다.


특히 끝자리 5·10일에 서는 충주풍물시장은 달천변을 따라 350여 개 난전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무학시장 안에 자리한 반선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던 본가로, 반 사무총장의 학창시절과 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 생활 모습 등을 재현했다.

고려시대 사찰 단호사에는 충주가 철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중건된 약사전에 모시던 철조여래좌상은 최근 신축된 대웅전으로 옮겨졌다. 흔히 보는 금불상이 아닌 검은빛 철제 불상으로, 긴 눈매와 자연스럽게 표현된 여섯 겹 옷 주름이 특징이다. 
충주시 택견전수관은 전통무예 택견(중요무형문화재 76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졌을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택견은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사전에 신청하면 품밟기, 활갯짓, 발질 등 기본 동작을 익히는 수련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무술공원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과 택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을 중심으로 수석 공원, 돌 미로원, 야외 공연장 등이 함께 있는 복합 공원이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주는 벤치와 미니 도서관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강변길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삼화대장간→무학시장(반선재)→자유시장→충주시 택견전수관→충주세계무술박물관→단호사(철조여래좌상)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삼화대장간→무학시장(반선재)→자유시장→충주시 택견전수관→충주세계무술박물관→단호사(철조여래좌상)→숙박(계명산자연휴양림)
· 둘째 날 : 계명산자연휴양림→종댕이길 걷기→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j100.net/tour
· 충주시 택견전수관 www.taekgyeon.net


문의 전화
·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23
· 충주시청 경제과(무학시장, 오일장 관련) 043)850-6021
· 삼화대장간 043)848-4079
· 충주시 택견전수관 043)850-7304
· 단호사 043)851-7879
· 충주세계무술박물관 043)848-848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충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8:10~23: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회(09:30, 15: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143번 버스 승차, 무학시장 정류장 하차, 누리장터 주차장까지 도보 5분.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02)2088-2635, www.busterminal.or.kr
· 충주공용버스터미널 043)856-7000, www.cjterminal.co.kr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중원대로 따라 약 9km 이동→문화사거리에서 시청·시의회 방면 좌회전→삼원로터리에서 직진→대봉교 건너 우회전→누리장터 주차장


숙박 정보
· 필림 37.2 : 충주시 연원로, 043)842-0515 (굿스테이)
· 계명산자연휴양림 : 충주시 충주호수로, 043)850-7313, http://gmf.cj100.net
· 봉황자연휴양림 : 가금면 수룡봉황길, 043)850-7315, http://bhf.cj100.net
· 호텔 더베이스 : 충주시 호암대로, 043)848-9900, www.hotelthebase.com


식당 정보
· 금능가든횟집 : 송어·향어회, 충주시 국원대로, 043)848-5101, http://kumnung.smphone.kr
· 만나밥집 : 황태해장국, 충주시 동수2길, 043)852-9590
· 신라정 : 장어구이, 충주시 국원대로, 043)845-9591, http://cityfood.co.kr/h9/sinlajeong
· 중앙탑오리집 : 오리백숙, 가금면 중앙탑길, 043)857-5292
· 진풍가든 : 꿩 요리, 살미면 세성로, 043)851-0771


축제와 행사 정보
탄금대,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 미륵대원지, 수안보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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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