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슬레가 '유한회사'로 갈아타는 이유

외부감사 및 기업공개 피하기 꼼수?…과세투명성 하락

[일요시사=경제2팀]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네슬레가 지난해 8월 농심과 과자사업 유통 관련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주력이던 커피믹스 사업을 롯데푸드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한다.

네슬레는 새롭게 '롯데네슬레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네슬레코리아'는 유한회사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슬레가 국내에서의 실적이 저조하면서 기업구조 자체를 바꾸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커피 사업이 주력이던 네슬레가 최근 몇 년 간의 손실 누적으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한국네슬레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도 3위로 밀렸다. 1위는 동서식품, 2위는 남양유업이다. 네슬레는 1898년 ‘테이터스초이스’ 브랜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 진입했지만 작년 한국시장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일단 커피믹스 사업의 실적 저조 요인으로는 열악한 유통망 때문으로 지적된다. 네슬레는 토종기업이 아닌데다 최근 급격하게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잃어버려 협상력과 유통 장악력 모두 떨어져, 올해 초 롯데와 손잡은 것은 '유통 장악력'을 보강할 수 있는 파트너로 롯데와 손잡은 것이다. 또 롯데 신동빈 회장이 500억원의 현금을 투자하기로 하고 양사의 시너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제품의 제조, 유통, 마케팅 및 판매를 맡는다. 커피믹스와 함께 초콜릿 맥아분말음료, 과일분말음료, 커피크리머, 펫케어 제품, 네슬레 프로페셔널 제품 등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그외 합작 대상이 아닌 네슬레 제품군과 브랜드는 신설법인 유한책임회사 네슬레코리아가 운영한다.

문제는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주식회사로 설립하면서 네슬레코리아를 유한책임 회사로 책정하려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의 법률적인 차이를 놓고 보면, 회사채 발행 가능의 여부와 외부감사/공시의무의 여부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면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도록 되었다. 하지만 유한회사는 사원(주주)이 투자한 출자금액 만큼만 책임을 지는 회사며 감사보고서를 외부에 공시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유한회사의 경우 경영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차단되는 만큼 주식회사보다 폐쇄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노리고 최근들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외국계기업, 대기업계열사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 주식회사였던 한국네슬레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실적이 여과 없이 공개돼 왔다. 하지만 이제 유한회사로 전환된 네슬레코리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조차 알기 어렵게 됐다.

네슬레코리아처럼 한국에서 유한회사 방식을 고집하는 외국계 식품·외식기업들은 많다. 한국피자헛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도 유한회사로 연간 매출액조차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한회사의 과세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높고, 심지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입안할 때도 투명한 업체 현황 자료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의무가 없더라도 조세당국의 세무조사, 자체 세무감사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과세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세금탈루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호 의원(새누리당)이 유한회사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입안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업계에서 해당업체의 순위를 알 수 없어 정확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업계 내에서는 서로 자신들이 1위라고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정상법에도 비외감 법인에 대해 회계감사 부문은 법무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강화했지만, 유한회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공시 의무가 없어 이해관계자 보호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네슬레가 롯데와 손잡으면서 법률이 정한 유한회사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외부감사를 피하는 형태로 주식회사 방식보다 폐쇄적인 경영을 의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궈내야 한다고 업계관계자는 지적한다.
 

신관식 기자 <shi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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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