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 추석나기 노하우 대공개 <5>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짧다. 멀리 떨어진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짧은 추석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명절마다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동안 늘어졌던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여유도 없이 바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 내내 허리 한번 못 편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연휴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명절증후군을 극복할 묘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주부, 남편, 직장인, 학생, 그리고 고향에 남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에게 알맞은 명절증후군 극복 비법을 알아보자.

추석보다 더 즐거운 ‘추석 후’ 만들기

시댁이 경남 울산인 주부 이모(39)씨는 지난 설 연휴를 생각하면 다가올 추석이 두렵기만 하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설, 연휴 5일을 꼬박 시댁에서 보냈던 이씨는 누구보다 혹독한 명절증후군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감기몸살에 우울증까지 겹쳐 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의 편이 돼 주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 겹친 경험이 있어 추석이 오기도 전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상차림에
시댁 눈치보기까지

이씨처럼 명절 연휴가 지나고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는 부지기수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표주자는 역시 주부들이다. 애초에 명절증후군이 가사노동을 도맡아하던 주부들에게 붙여진 병명인 만큼 주부들이 명절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백화점이 주부고객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백68명의 주부가 “명절증후군을 느낀다”고 답했다. 증상으로는 “짜증이 난다”는 답변이 46%, “머리가 아프다”는 답이 26%, “가슴이 답답하다”가 14%, “우울하다”가 12%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주부명절증후군. 그러나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 명절증후군이 왔을 때 그냥 참고 넘긴다는 주부가 6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답변이 남편과 싸워서 해소한다는 답으로 14%에 달했다. 그 외에 많이 먹는다가 4%,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는 답이 2%로 나왔다. 결국 명절증후군을 다스리다가 속병이 더 생기거나,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거나, 체중이 불어나는 등의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부들이 연휴 전의 안정을 찾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영화나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명절동안 시댁 어른들에게 들은 잔소리, 명절음식으로 인해 불어난 몸매 등 자신의 불만족스런 부분에 집중해 화를 돋우기보다는 문화생활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인생이나 예술작품 등을 관람함으로써 잠시나마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또 연휴가 지나고 갑자기 통증이 몰려올 때는 찜질로 완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관절이 부었을 때는 냉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3~4일 통증이 계속될 때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야 한다. 또 시댁식구들과의 긴장되는 시간들이 지난 뒤 느닷없이 두통이 찾아온다면 어두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두통약 한 알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주부가 하루빨리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수고 많았다”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면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은 절반 정도는 치유를 할 수 있다. 이는 누적된 피로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음 명절에 대한 공포심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신적, 육체적 이상이나 우울증 등이 2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이처럼 명절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이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남편. 남편들도 주부 못지 않게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오랜만의 장거리운전
스트레칭과 휴식 필수

남편들이 명절동안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귀성, 귀경길에 수 시간에 걸쳐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아 귀성, 귀경차량이 몰려 고속도로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장시간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식과 스트레칭이 필수적이다. 또 장시간 운전대를 잡다보면 근육긴장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 졸음운전을 할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2시간 운전에 10분 휴식,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장시간 운전에 따른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등받이 각도를 90~1백도 정도로 맞추고 엉덩이를 좌석 깊이 밀착하면 도움이 된다. 또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계속 배출돼 차량 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졸음이 생기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게 좋다.
또 다른 남편 명절증후군은 금전적 부담이다. 설 명절은 부모님 용돈, 친척선물 등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기 쉬운 때인 만큼 알게 모르게 금전적인 부담이 큰 것. 여기에 남편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키는 부분은 승진 등 친척들의 성공스토리를 듣는 것. 이런 점은 가족들 앞에서 다른 친척과 비교대상이 되기 쉬워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이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음이라도 하게 되면 명절증후군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명절음식을 과식하게 되면 소화불량과 함께 명절 살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처럼 몸이 무거워지면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소화 장애를 겪는 등 생체리듬이 깨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이처럼 과음이나 과식으로 인해 얻은 명절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속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이나 맵거나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과일이나 야채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소화를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신체의 불편함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명절증후군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는 아내의 화살. 고향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내의 잔소리와 시댁식구 헐뜯기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다. 이때 실수로라도 시댁 편을 드는 말을 했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이다. 불만에 쌓인 아내를 달래는 것도 무시 못 할 남편 명절 증후군의 하나라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푸념 섞인 잔소리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물러서 양보하는 방법 아닌 방법뿐일 것이다.

쓸쓸해 할 부모님에
전화 자주 드려야

고향에 남은 부모님들이 겪는 명절증후군도 무시 못 할 문제다. 모처럼 추석 연휴동안 자식, 손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부모님들은 추석이 지나면 큰 상실감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식들의 빈자리를 보며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일한 위안은 다음 명절인 설을 기다리는 것 뿐.
아들과 손주, 며느리 12명과 함께 지난 설 연휴를 보냈던 박모(67·여)씨도 명절증후군으로 우울증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손자들이 뛰어 놀던 마당을 볼 때에도, 모두가 도란도란 둘러앉았던 식탁에 앉을 때도 떠난 자식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밥을 먹어도 돌을 씹는 듯하다는 박씨는 결국 불면증까지 시달리며 심한 명절증후군을 겪은 바 있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번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명절 후 고향에 남은 부모님의 공허함은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떠난 자녀들을 기다린 시간만큼 자식들이 떠난 자리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불안감 등의 증상이 그것이다.
이 같은 부모님들의 명절증후군을 치유할 사람은 바로 자녀들. 자신들의 빈자리 때문에 생겨난 증상인 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부모님에게 보여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평상시보다 전화를 자주 하고 명절이 끝난 뒤에도 자주 문안을 드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긴 연휴동안 업무에 손을 놓았던 직장인들이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휴 내내 먹고 놀던 습관이 밴 직장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에 집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생체리듬을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고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출근 첫날에는 업무량을 줄이고 중요한 결정은 뒤로 미루는 등 자기 나름대로 업무스케줄을 짜 실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또 낮에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랜 피로 회복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명절 피로가 나아지지 않고 증세가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피로가 겹치면 제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로 각종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동안 책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책상에 앉아야 하는 학생들, 추석 대목이 지나고 다시 썰렁해진 시장을 지켜야 하는 재래상인 등 모두가 나름대로의 추석 명절증후군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각종 증상으로 나타나는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즐거운 추석 연휴의 기억은 잠시 한 구석에 접어 두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김봄내 기자 /kb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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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