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 옥중 총수들 희비

최태원·이재현 울고 김승연·구자원 웃고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재계는 유례없는 폭풍전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내로라하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간 양형공식처럼 여겨지던 이른바 ‘3-5 법칙(징역 3년 집유 5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듯 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총수들을 향한 사법부의 판단이 냉탕과 온탕사이를 오가고 있어서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전후해 옥중에 있는 재계 총수들의 운명이 갈렸다. 당초 재벌들의 수난이 예상됐지만 뜻밖의 훈풍이 불어오는 듯싶더니 이내 매서운 한기가 불어 닥쳤다.

450억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10대 재벌그룹 회장 중 처음으로 실형이 확정된 사례가 됐다.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1년 가량을 제외하고, 남은 형기를 채워야한다.

혹시나 했는데…

지난 27일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동생 최 부회장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범행을 ‘공모’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펀드출자가 갑작스레 결정되고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 이례적으로 선지급된 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된 돈을 최 회장 형제가 대출을 받아 메꾼 점,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 회장 형제가 공모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바탕으로 최 회장 형제가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의 “(핵심증인인) 김원홍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 선고됐으니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김원홍을 증인으로 신문해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바람직한 조치일 수 있으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조치가 증거채택에 관한 재량권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까지 평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 형제는 김 전 대표와 공모해 2008년 SK계열사로부터 펀드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최 부회장이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함께 범행한 것으로 보고 최 부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모조리 집유…양형공식 ‘3-5 법칙’ 옛말
경제민주화 광풍 속 총수들 줄줄이 구속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1657억 원의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또 이 회장의 금고지기로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CJ그룹 직원들과 공모해 수천억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963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비춰봤을 때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5일 뒤 이 회장 측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3개월의 구속집행정지 연장도 신청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김앤장은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과 함께 건강상의 이유로 2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 측은 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돼 병원에서 면역요법을 받아야 한다며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장의 실형 선고가 있기 직전, 재계에는 한때 온기가 돌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지난 11일 석방됐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회장은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사투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는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과 사회봉사 30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보면 김 회장의 배임 행위로 계열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과 김 회장이 피해회복을 위해 1597억원을 공탁한 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들어 이같이 선고했다.

같은 날 같은 재판부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LIG그룹 총수 일가의 범행이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린 매우 중대한 기업범죄”라고 지적하면서도, “피해자 570명의 피해액 834억여원이 회복 됐고, 사실상 피해자 전원과 합의한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돌아오는 총수들

이밖에 경제민주화 광풍과 함께 기소됐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의 1심 재판은 진행 중이다. 조석래 회장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고령과 병력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성명을 내고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다. 2012년 대선 이후 기대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 개선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재계는 사법부의 칼날이 어느 방향을 향하게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지만, 일부 사례로 법리적 판단보다 정무적 판단이 우선시 됐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앞으로 재벌총수들에게 내려질 판결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몰아주기’특혜 의혹
계열사 밀어줘도 ‘괜찮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6개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꼼수로 규제를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51곳 가운데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금호아시아나, 한라, 한솔, 동국제강, 한국투자금융 등 6개 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계열사에 적용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한 그룹이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줄 경우 매출 5% 이내의 과징금과 함께 형사 처벌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지분이 10.15%에 그쳐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줘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상장사 4개를 거느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5%, 금호타이어 지분 2.83%을 소유하고 있어 역시 일감몰이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한라그룹은 정몽원 회장이 한라 지분 23.58%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준치인 30%를 밑돌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라그룹은 이인희 고문은 10개 상장사 가운데 한솔제지 지분만 3.51% 보유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을 피했고, 장세주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대주주가 19명이나 되는 동국제강 역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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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